▲ 장호순
순천향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총선이 끝났다. 시끄러웠던 동네가 다시20대 총선 결과는 대부분의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총선을 통해 분출된 기득권 정치에 대한 민심의 반란을 헤아린 사람들은 없었다. 무수하게 많은 여론조사를 통해 선거결과를 예측하려한 언론사나, 선거판세 분석에 열을 올린 소위 종편전속 TV 정치평론가들 모두 체면을 구겼다. 그들이 선거 전 주장한 여론이나 판세는 실제 표심이나 민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민심측정 실패로 가장 세게 뒤통수를 맞은 사람들은 의석수가 크게 감소한 새누리당 지지자들이다. 국회 다수의석 확보는 물론 내심 개헌 선까지 기대했지만 새누리당은 졸지에 제2당으로 전락했다.

총선결과에 놀란 정치인들은 승자와 패자 모두 바짝 긴장하고 몸을 사리며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언론이나 정치평론가들이 왜 정확한 민심 파악에 실패했는지 분석하고 반성한 경우는 드물다. 극히 일부만이 여론조사가 부정확해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주었다고 사죄했을 뿐이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넘어가고, 정치평론가들은 당선자 추켜세우기나 정당 내분 들춰내기에 몰두하고 있다.

언론이 20대 총선에서 민심을 읽지 못한 이유는 정확한 민심측정을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그나마 민심을 측정한 방법은 후보자 당락을 예측하는 설문조사였지만 모두 엉터리였다. 지금과 같은 휴대전화시대에 유선전화로 실시하는 여론조사는 결코 정확한 여론조사가 될 수 없음을 언론이 모를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언론사들은 앞다투어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보도했다. 오늘날 언론이 “정확성”을 얼마나 경시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부정확한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을 뿐이다.

언론이 민심측정을 포기한 이유는 선거에 대한 무지와 오만과 오해 탓이다. 현재 언론은 여전히 과거 독재정권 시절의 왜곡된 선거관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가 선거의 주인공이고, 유권자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이다. 그래서 선거보도는 거의 전적으로 후보자에게만 초점을 맞춘다. 헌법 제1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유권자인 국민들을 “텃밭”의 채소로 묘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민주국가에서 선거의 주인공은 후보자가 아니라 유권자이다. 선거는 소수의 후보자를 두고 다수의 유권자들이 대리인을 선택하는 과정이다. 어느 후보가 당선되는가보다는, 유권자가 어느 후보를 선택하는가, 왜 그 후보를 선택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즉 선거를 통해 나타난 민심이 중요한 것이다. 당선자는 유권자들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게 처신해야 다음 선거에서 다시 당선될 수 있다. 비록 4년 혹은 5년에 한번이지만 선거가 중요하고 꼭 필요한 이유이다.

그런데 20대 총선을 보도하면서 대부분의 언론은, 지역언론이던 전국언론이던 관계없이, 대부분 후보자 보도에만 치중했다. 정당의 공천파동과 후보자들의 유세 모습이 선거보도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굳이 뉴스라 할만한 것도 없었고,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될만한 뉴스는 더욱 없었다. 선거보도에서 유권자들이 배제되니,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에게 민심을 전달할 수 없었고, 후보자들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 결과 여당에게는 참패를, 야당에게는 반사이익을 갖다 주었다. 선거직후 정치권은 민심의 무서움을 새삼 실감하고, 사죄와 반성을 약속했다. 그들의 약속이 과연 실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민심을 무시하고 외면하면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정치권은 잘 알고 있다.

문제는 언론이다. 이번 선거에서 언론으로서 제 기능을 거의 수행하지 못했지만, 무지하고 오만한 탓에 반성을 할 줄 모른다. 선거의 주인공이 정치인이 아닌 유권자라는 점을 모르다보니, 대부분의 선거보도는 무용지물이었다. 민주국가의 언론으로서 제몫을 하지 못해 국가적 심각한 균열과 혼란이 발생하고 있지만, 그러한 문제가 자기들 탓이라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총선 직후 정치인들은 민심이 무섭다는 말을 했지만, 언론은 여전히 민심이 무서운 줄 모른다. 민심을 외면하는 무책임한 언론의 말로가 어떨지, 언론 자기들만 모르고 있다.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