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문화의 벨 에포크(Belle Epoque)를 위하여

오늘은 김포에 대한 말씀을 좀 드려야 하겠습니다. 문화 혹은 문화의 활성화라는 것이 우리 삶의 가장 작은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거시사나 미시사, 어떤 공동체의 역사와 문화를 어떤 관점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굳이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인간 개인이나 아주 작은 공동체가 만들어내는 여러 흔적들이 얼마나 중요한 흐름을 형성하는지 우리 역사와 문화가 이미 입증하고 있는 것일 터 이니 말입니다. 이전까지의 문화 혹은 문화정책이 보편성을 지향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각 지역이 갖는 개별성에 주목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그 개별성이 우리문화의 특수성을 드러내는 길이 될 터, 이것이 바로 김포라는 개별성을 꺼내 든 이유입니다.

김포는 서울의 지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흔히 대도시의 주변에 있는 지역들은 그 영향권 아래 있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도시에서 파생된 문화의 흐름을 쫓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김포는 다소 특이합니다. 김포지역은 지정학적으로 한강, 임진강, 서해를 끼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북한지역을 조망할 수 있는 통일거점 지역입니다. 과거에는 서울(한양)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수많은 역사·문화 콘텐츠를 생산했으며, 통일될 미래에는 대한민국의 중심부에서 문화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위치에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파란이 있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덕포진 등 김포지역 곳곳에 남아 있는 진지의 흔적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김포가 평화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갖는 이유입니다.

김포문화원에서는 그동안 불모의 땅에서 밤을 낮 삼아 힘쓰며 산재해 있는 문화를 발굴해 기록하고 또 전통문화를 재현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오늘날 김포의 역사와 문화를 콘텐츠와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이 바로 우리 문화원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그 결과 김포지역만의 고유하고 특별한 문화적 정체성이 김포 의 총체적인 문화정체성으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 노력의 과정을 모아 올해 4월 중에는 김포문화원 50년사를 발간하게 됩니다. 이 자료를 통해 김포와 김포문화원의 역사를 담아 김포문화의 발자취를 뒤돌아보고, 향후 문화원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했던 것입니다. 변화무쌍한 시대적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하여 김포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지역민의 삶속에서 구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김포문화의 개별성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또한 올해 김포문화원은 원사의 꿈이 실현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김포시와 협의를 거쳐 운양동 한옥마을에 문화둥지를 틀게 된 것입니다. 원사 확보는 김포 문화원의 큰 성장 기반이 될 것입니다. 새 원사에서는 각종 문화·체험교육은 물론 생활문화 활동을 지원해 지역민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김포문화원을 만들어갈 거점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입 니다.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아름다운 시대'를 의미합니다. 19세기 말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번성했던 파리의 화려한 시대를 벨 에포크라 칭하는 것입니다. 미술과 음악과 문학이 만개하고 시민들은 자유를 구가하던 시기인 것입니다. 새롭게 마련될 김포문화원은 김포문화의 벨 에포크를 열어갈 기반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지식·정보·문화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개편되고 있고, 이것이 또 지역사회의 미래를 담보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 콘텐츠라는 키워드 없이는 지역사회 발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 김포 문화원은 급격하게 확장되어 가는 김포의 변화·변동·발전 속에서 자칫 소멸 혹은 멸실될 수 있는 선인들의 숨소리와 지역 주민의 삶의 모습들을 기록으로 정리하는 지역문화의 '기록자'로서의 역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이를 오늘에 되살려 재현하는 '보존과 전승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도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취약한 지역 사회의 문화예술 활동에 대한 공공 문화 서비스와 주민들의 생활문화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도 힘을 기울여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고루 나누어주는 '분배자'로서의 역할도 김포문화원의 의무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를 하더라도 분명하게 하고, 무언가를 만들더라도 정성스럽게 만들고, 단 한명의 사람을 만나더라도 진심으로 만나는 마음과 자세로 김포문화사업의 고도화를 힘차게 추진해 나갈 계획입니다. 특수성을 지닌 김포지역문화를 보편적 가치로 환원하는 탈지역화의 단계를 거쳐 세계화를 지향하는 콘텐츠로 재탄생시키는 과제, 그 성공한 콘텐츠를 다시 지역 브랜드화 함으로써 김포의 위상을 더 넓게 크게 단단하게 다지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동시에 김포문화원이 자생성을 가지고 김포지역 사회와 함께 지속 발전 가능한 체제를 구축할 수 있도록 매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렇게 김포문화의 개별성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에서 김포의 역사와 문화는 더욱 풍성하게 열매 맺게 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는 그것이 기억이 되고, 또 다른 이에게는 그리움 혹은 아픔도 될 수 있는 문화적 자산이 나이테처럼 늘어 가면, 그것이 곧 김포의 정체성 정립이라는 거대한 나무가 될 것입니다.

김포문화원 원장
한국문화원연합회정책연구소장
가톨릭대학교의과대학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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