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습지 등록' 주민 손해 없다

▲ 지난 10월 28일 홍도평에 찾아온 재두루미. 재두루미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두루미가 와야 생태관광, 유기농업 등 지역이 생존할 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보호지역 밖 행위규제 없고, 안에서도 주민의 생계활동 보장
지역 브랜드 가치 높여 농산물 판로 늘고 생태관광 길 열려


김포시의회가 24일 채택한 람사르습지 지정반대 결의안은 김포시지역의발전을 위한 정치적반대가 아닌 시의원 본인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치적 발상이다.

최근 환경부가 한강 하구 지역을 람사르 습지로 등록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 지역 주민들 가운데는 이것이 또 하나의 규제가 아닌가 하여 반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람사르습지란 우리나라가 1997년 가입한 람사르 협약에 따라 등재하는 보전가치가 큰 습지를 가리킨다. 강원도 인제군 대암산 용늪과 경남 창녕군 우포늪이 처음 등록됐고 지난해엔 인천 연수구 송도갯벌이 등록됨으로써 모두 19곳이 목록에 올라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람사르습지도 보호구역이지만 주민에게 특별한 피해나 새로운 규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자연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으로, 대상 지역은 현재의 군사철책선 안에만 해당된다.

규제는커녕 새로운 혜택이 생길 수 있다. 자연유산의 보고인 한강 하구 지역이 람사르습지에 지정된다면 경제적 효과가 무한한 미래지향적인 생태관광의 터전이 생긴다.

또 청정지역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농산물의 가치가 높아지고 판로가 늘어난다. 지역의 생태적 이미지는 브랜드가 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람사르습지 등록으로 김포를 생태도시로 만들어야

김포는 머리에 한강하구가, 옆구리에 강화도와 영종도가 있는 반도다. 바다를 접하는 해안에는 넓은 갯벌이 펼쳐져 있고, 내륙에는 산과 평지 한강을 경계로 고양시, 파주시 서해로 강화군와 인천시에 인접하여 굽이치는 긴 한강 줄기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우리는 저마다 물과 인접한 곳에서 살거나 조금만 이동하면 쉽게 물을 만날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다. 얕은 물로 차 있거나 물과 접하고 있는 환경을 습지라고 한다.

한강 하구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9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17일 김포대교에서 강화군 송해면에 이르는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강화군의 6만668㎢(1835만평)가 습지로 지정되었다.

당시,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등의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반대 여론이 비등했지만 그런 피해를 입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환경부에서는 한강하구를 세계 람사르 습지로 등록을 추진하고 있다. 김포시 하성면과 월곶면 일부 지역 주민들은 재산권 규제를 걱정한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60여 년 간 규제해 온 군사보호법은 군 통제보호구역 10~25㎞ 범위 안에서는 집 한 채 지으려 해도 못 짓고 개축을 하려면 군부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강하류 재두루미 도래지가 1975년 천연기념물 제250호로 지정되면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이 지역 주민들은 제대로 재산권 행사를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람사르 습지 등록은 또 다른 규제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하성면 지역은 군사보호법과 문화재보호법으로 이중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는 것이 한강하구 생태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지역주민에게 재산상의 손실을 끼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면 김포시의 세계적 위상과 함께 친환경 농업과 자연 생태도시의 상징성도 갖추게 된다. 오히려 군사보호법에 따른 규제를 완화시키는 구실도 기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계에서 찾아올 수 있는 곳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지역 경제에 발전에 기초가 되는 것이다.

민통선과 마주한 다른 지자체는 군부대와 협의하여 안보 생태관광과 지역 문화관광으로 경제 활성화를 하고 있는데 대도시 면모를 갖춘 김포시만 유독 규제에 묶여 있다. 누구의 문제인가 다시 한 번 생각해야 한다.
가까운 고양시 장항습지도 군사보호법 적용을 받지만 습지탐방시설과 탐조시설이 있다.  파주시, 철원, 연천, 화천, 양구 등 민통선 안에 생태탐방로, 철새 탐조대와 생태학습장, 생태전시관, 생태공원, 생태체험장 등 습지 탐방객을 위한 시설물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람사르에 등재된 순천만, 우포 등에 생태습지가 조성되고 수많은 생태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결국 람사르 습지 등록을 반대한다면 현재의 규제도 풀지 못한 채 김포시는 규제의 틀에서 제자리 걸음만 할 뿐이다.

특히 김포는 주변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생태적 가치가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김포시 한강하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하구 둑 없이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이다. 강, 바다, 평야, 철새가 여기서 만난다.

비무장지대와 연결되는 생태축의 중추이기도 하다. 16개의 하천과 55개의 지천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도시로 이동 조류들의 중간 기착지이기도 하다.

한강하구는 독특한 경관의 생태도시로 탄생할 수 있다. 수도권에 위치해 교통여건이 좋고, 김포와 인천 국제공항도 가까워 국제적인 자연생태 도시가 될 여건을 갖췄다. 

환경부가 추진하는 한강하구의 람사르습지 등록은 김포시가 정부와 함께 생태 관광문화를 적극 실현할 좋은 기회이다.

환경부도 그동안 김포시가 규제에 묶여 주민들이 겪었던 피해를 잘 헤아려야 한다. 람사르 습지보전 관리 방안을 통해 지역주민의 참여와 지역경제가 살아날 대안 제시도 필요하다.

아쉬웠던 점은, 정부가 지역 이해 당사자와 교류가 없었고 한강습지에서 가장 크고 우수한 시암리 습지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보전 관련 투자가 장항습지에만 편중됐다는 지역 주민들의 불평을 무겁게 들을 필요가 있다.

얼마 전 김포시 대곶면 거물대리의 공장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 사례가 언론에 널리 보도되어 큰 충격을 던졌다.  농산물 생산지인 김포시의 추락한 이미지 회복도 생각해 봐야 한다.

아쉬운 것은 근거 없이 람사르습지로 등록되면 규제를 받는다는 말이 지역 주민들 사이에 퍼져있다는 사실이다.

한강하구의 람사르습지 등록에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것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모두가 김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논쟁이다. 자칫 감정적인 지역 분열로 치닫는 일이 없도록 지역 정치인들이 신중하게 처신해야 할 것이다

갈수록 사라지는 재두루미 살리려면 람사르습지 지정 필요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재두루미가 찾아왔다. 지난 10월 28일 아침 6시20분께 홍도 평에 재두루미 7마리가 내려앉았다.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다. 혹시 안 올까 걱정도 했다. 5년 전만 해도 이런 걱정은 안 했다. 하지만 재두루미가 먹이를 먹고 쉴 들판이 점점 매립되면서 개체수가 줄었고 월동 일수도 줄어들었다. 두루미가 와도 반가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이다.

재두루미가 이렇게 사정이 나빠진 홍도평을 여전히 찾아온다는 것은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이다. 올해를 끝으로 다시는 홍도 평을 찾아오는 재두루미가 한 마리도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김포 홍도평의 재두루미 보전에 김포시는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경기도 고양시와 파주시의 재두루미 월동 취식지는 이미 사라졌다. 한강 하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김포시 홍도평은 재두루미의 유일한 터전이다.

김포시는 재두루미 도래를 김포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재두루미는 우리나라 서해안 천수만과 동해안 철원 등을 거쳐 일본 규슈 사가현 이마리만 상공을 지나 가고시마현 이즈미로 월동하러 날아간다. 재두루미가 거쳐 가는 이마리에서는 상공을 지나가는 재두루미가 내려 앉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찾아오는 두루미를 내쫓는 우리와는 정반대다.

재두루미를 앉히려고 노력하는 이유는 재두루미가 와야 생태관광, 유기농업 등 지역이 생존할 가치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재두루미는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날아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널 뿐이다. 그들이 찾아오는 환경을 가진 곳이 지속가능한 마을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재두루미가 우리나라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덕분이다.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 후에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김포시는 겨울철의 진객 재두루미를 쫒아 내고 있다. 그것은 재두루미뿐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에게도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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