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원망 버리니 비로소 행복이 보여"

손이 아닌 왼발로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최웅렬 화백이 22일부터 26일까지 김포아트홀에서 전시회를 연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다니며 개인전시를 연 최웅렬 화백은 '마음을 힐링해주는 그림'으로 많은 사람에게 사물의 다른 면을 보게 해준다. 인터뷰를 위해 김포아트홀에서 만난 최웅렬 화백에게 처음 느낀 건 긍정적인 모습이 주는 행복이었다.

"7살 때부터 그림이 삶의 유일한 방편"
생후 7개월부터 뇌병변장애(뇌성마비)에 걸렸다는 최웅렬 화가. 처음 그림을 그린 것은 7살 때부터였다고 한다. "처음엔 그림을 그린다는 게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미움과 원망, 그리고 고통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었습니다. 신체적 장애로 사람들의 시선에 예민했던지라 그림을 그릴 때 그런 시선을 안 느낄 수 있었죠."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최 화백은 25살 때 단체전시를 열고, 30살이 되면서 개인전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국내뿐만 아니라 도쿄, 타이베이 등 아시아에서 개인전을 여는 화가가 됐다.

"내게 그림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눈으로 보는 것"
"처음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남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었죠." 그렇게 말한 그는 "그러다가 35살이 되면서 그림을 그리는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저의 눈으로 그림을 그리는 게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거죠."라고 말한다. 그때부터 최 화백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생각의 차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보면서 행복한 마음을 얻었습니다. 시각이 바뀌면 누구나 행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에겐 자신이 그린 그림은 모두 '선생님'이라고 밝힌다.

"그림 그리는 그 순간이 감사하다"
손발을 쓰기 불편한 뇌병변장애 환자인 최웅렬 화백. 그림을 그리는 게 너무 힘들지 않으냐 물어봤다. "요즘은 예전보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라고 말을 뗀 그는 "하지만,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은 아직도 감사하다"고 한다. 그림을 그릴 때 마음이 바뀌니 그림을 그릴 때 행복해지고, 그림을 그리는 순간 삶의 의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 순간만큼은 불편함이란 것이 싹 사라집니다. 그것이 제가 그림을 그리는 다른 이유지요."라고 이야기한다.

"몸이 성했으면 전 세계를 누비며 선교하고파"
혹시 몸이 성했으면 다른 일을 했을 것이냐고 물었다. "만약 몸이 성했어도 저는 그림을 그렸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림만 그리는 게 아니라, 세계 곳곳을 누비며 선교도 하고 어려운 분들과 함께 지내는 선교사가 됐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한 그는 지금 그림으로 유명해져 세계를 누빌 수 있는 것도 행운이라고 말한다.
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 최웅렬. 그는 뇌병변장애라 몸이 성하지 않다고 하지만, 정신만큼은 누구보다 맑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은 제겐 하나의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최 화백에겐 그림을 그린다는 것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진경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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