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1일 국회 통과...당내 경선 및 여론수렴에 안심번호 활용
정치신인과 SNS강자에게 유리...소통 등한시한 현역 의원 곤경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뷰>는 지난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한 '안심번호제'가  파괴력과 여파가 예상외로 커 오는 4월 13일 제20대 총선에서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심번호제' 국회 통과로 국회에 의석이 있는 모든 정당은 '당내 경선' 또는 '여론수렴'을 목적으로 관할 선관위에 '안심번호'를 신청할 수 있게 됐다. 정당의 요청을 받은 이동통신사는 '성·연령·거주지역' 정보가 포함된 '안심번호'를 정당에 제공해야 한다. '안심번호'를 교부받은 정당은 '당내 경선 선거인단 모집' 또는 '여론수렴(여론조사)'을 위한 용도로 '안심번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안심번호'란 '이용자의 이동전화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생성한 임의의 번호'를 말한다. 이동통신사는 '안심번호'를 정당에 제공하기 전에 가입자에게 '특정 정당에 안심번호가 제공된다는 사실과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고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명시적 거부의사'를 밝힌 이용자에 대한 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

현재까지 <새누리당>은 이번 총선에 '안심번호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 16일 통과시킨 '당헌' 부칙에 '안심번호 도입 등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질 경우 국민경선을 실시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하여 제20대 총선부터 당내경선에 '안심번호제'를 도입할 것이 확실시된다.

■ 안심번호 4.13총선 '태풍의 핵'

먼저 '안심번호제' 도입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조직력은 약화되고, 금권선거가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안심번호제'는 조직과 자금력, 인지도가 취약하더라도 경쟁력을 갖춘 참신한 정치신인들에게 새로운 등용문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에 따라 참신한 정치신인들의 출마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며, 반대로 현직 프리미엄이나 전통적인 조직에 의존했던 후보들은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안심번호'에 따른 조직의 영향력이 현저히 약화될 수밖에 없는 도심지역의 경우 그 파장이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선거구 획정조차 못하고 있는 19대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팽배한 가운데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질수록 '안심번호제'가 현역 국회의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기득권에 안주하거나 주민과의 소통을 등한시해 온 현역 국회의원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안심번호' 선거인단의 경우 경선투표율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당내 경선 참여자들은 특정 정당에 자신의 '안심번호'가 제공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특성상 직접 참여를 통한 국회의원 후보 선출에대한 기대감이 커질수록 전국적인 참여의 바람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안심번호' 사용자들은 정치관련 뉴스나 후보관련 정보를 휴대폰을 통해 접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평상시 언론노출과 SNS 캠페인 등이 경선과정에서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국내 선거사상 최초로 도입될 '안심번호제'는 지난 2002년 노사모 열풍, 2004년 총선 낙천운동, 2011년 10월 서울시장 박원순·박영선 야권후보단일화 경선보다 역동성과 파괴력면에서 비교할 수 없는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이후 다른 공직선거에서도 '안심번호제'가 지속적으로 적용될 경우 '안심번호제'는 '유권자 정치혁명'의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 안심번호란

안심번호란 050으로 시작되는 11자리 전화번호를 따로 부여받아 집전화·사무실전화·이동전화·팩스 번호를 대신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KT·LGU+는 물론이고 세종텔레콤과 드림라인 같은 별정통신 사업자들도 하고 있다. 통신사 및 부가기능에 월 1000~2000원을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안심번호는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번호여서 발신자가 음성통화 무제한 이동통신 요금제를 쓰고 있어도 통화료가 별도로 부과된다.

050 번호는 1회용으로 쓸 수도 있고, 평생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안심번호와 함께 ‘평생 번호’로도 불린다. 전화 가입자가 자신의 신분은 물론이고 전화번호까지 숨기면서 연락처를 남길 때는 1회용으로 쓰면 된다. 주차를 하거나 택배를 신청하고, 스마트폰 앱으로 콜택시를 부르거나 온라인 거래를 하면서 전화번호를 남길 때 유용하다. 요즘은 배송업체들이 고객 전화번호 노출을 막는 용도로 안심번호를 활용하기도 한다.

고객의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빠짐없이 받아야 하는 자영업자 등은 이를 평생번호로 사용할 수 있다. 정부의 전화번호 정책에 따라 유선전화는 물론이고 이동전화 번호까지도 자꾸 바뀌는데 비해 050 번호는 평생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명함에 사무실전화·이동전화 번호 대신 안심번호를 새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 안심번호 공천제란

안심번호를 통한 국민공천제’는 안심번호라는 가상 전화번호를 이용해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신자의 실제 전화번호 노출을 차단시켜 공천에 참여케 하는 방식이다.

안심번호를 쓴 여론조사의 경우 여론조사 선거인단으로 참여키로 한 유권자에게 050으로 시작하는 안심번호가 설정된다. 정당은 이 안심번호로 전화를 걸어 이 유권자의 뜻을 조사하게 된다. 정당으로선 특정인 정보를 알 수 없어 선거인단에 조직력을 동원하기가 어렵다. 무더기로 착신전환하는 등 기존 여론조사의 허점도 방지할 수 있다.

국회의원 선거 출마자 후보 정당별 후보 국민공천에 안심번호를 활용하면, 정당은 중앙선관위에 안심번호 선거인단 구성을 요청하고, 선관위는 통신사로부터 성별·연령·지역이 고르게 분포된 유권자 표본을 각각에게 안심번호를 부여한 형태로 넘겨받아 정당에 제공하며, 정당은 이를 여론조사 기관에 넘겨 조사가 진행되게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통신사들은 “표본으로 선정된 유권자한테 부여되는 안심번호는 한번 쓰인 뒤 폐기된다.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쪽도 표본 유권자가 누구인지는 물론이고 전화번호조차 알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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