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도 병신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늘 떠오르는 글이 있습니다. 주자학 주희(朱熹)의 권학문에 나오는 세불아연(歲不我延)입니다. 주희는 '오늘 배우지 아니하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올해에 배우지 아니하고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해와 달은 흘러가는데 세불아연 즉 '세월은 나를 위하여 더디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도연명 시인도 '젊음은 두 번 다시 오지 않고,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있지 아니하니 젊었을 때 학문에 힘쓰라'고 하였습니다. 세월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흘러가는 세월은 나를 위하여 더디 가지 않음을 자연 현상이 홀연히 일깨워 주는 새해입니다.

'조선왕조 5백 년'으로 유명한 신봉승 극작가가 '세월은 늙지도 않고'라는 글을 통해 "세월은 무수한 어제를 거느리고 흘러가지만 늙지 않는 게 너무도 신기하다. 거기에 휩쓸려 즐기고 고통 받던 다양한 사람들은 모두 늙어서 백발이 되고 또 죽어 가는데 그 모든 것을 아우르고 흘러가는 세월은 어찌하여 늙지를 않는지. 내 능력으로는 그 엄연한 일을 가늠할 길이 없다. 늙지 않는 세월에 휩쓸리면서 흘러가는 사람들이 나이 들고 병들어 가는 이치를 구태여 학문적으로 정리할 까닭은 없지만, 한 가지 어떻게 살면서 흘러가는 것이 아름다운 삶이 될 것인지를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이 늙지 않고 흘러가는 세월에 대한 보답"이라고 세월을 새롭게 맞이하고 보내는 심정을 피력하였는데 크게 공감한 바 있습니다. 지금껏 살면서 절감하는 것 중의 하나가 하루해가 길지 않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올 한 해 주어진 시간동안 저에게 맡겨진 도리와 책무를 다하면서 우리 공동체를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세월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의 유명한 컨설턴트이자 강연가인 '존 아이조'는 자신이 반세기 가까이 살아오면서 수많은 삶들을 만나본 결과 인생에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하나는 순수로 삶에 접근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냉소주의로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순수의 길은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지만, 냉소주의의 길은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경험으로부터 우리를 멀어지게 만들어 우리의 정신을 서서히 부식시킨다는 것입니다. 특히 세월이 흘러가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에 목적과 의미를 주는 경이감과 희망을 잃어버린다고 합니다. 따라서 일상에서 사소한 기쁨을 찾아 삶을 풍성하게 만들고,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설렘을 느끼고, 일에서 처음과 같은 열정을 되찾고, 험한 세상 속에서 아직은 살 만하다는 믿음을 발견하는 방법. 바로 다시 순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아이조'가 권유한대로 새해에는 무엇보다 현재 자신의 삶에 주목하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2016년 병신년은 숨 가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앞만 보며 달려가는 것보다는 나 자신에 집중하고 내 주변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다짐입니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을 경이와 환희로 채운다면 앞으로 살아갈 인생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으로 확신하며 더욱 더 잘 살아볼 생각입니다.

이해인 수녀님은 아침에 잠을 깨어 옷을 입는 것은 희망을 입는 것이고, 살아서 신발을 신는 것은 희망을 신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희망은 깨어있다는 것입니다. 수녀님처럼 새해에는 세상을 좀 더 넓게 보는 여유, 힘든 중에도 남을 위로할 수 있는 여유, 자신의 약점이나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유, 유머를 즐기는 여유, 천천히 생각할 줄 아는 여유, 사물을 건성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발견하며 보는 여유, 책을 단어 하나하나 음미하며 읽는 여유를 배우고 익혀 올 한해 늘 감탄하며 가슴 뛰는 희망의 새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연초에 계획하는 모든 소망들이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차원을 경험하는 밑거름이 되고, 살아 있는 순간의 가치를 드높이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랍니다.

▲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파독광부협회회장,
전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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