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정부 "현행 법에 따라 교육청이 부담해야"
야당·교육청 "정부 공약이나 국고에서 지원해라"
이재정 교육감 "지금 상황에선 보육대란 확정적"

서울시가  2016년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의회가 12월 28일 예정됐던 예산안 처리를 연기해 경기도 내 35만 학부모들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누리과정 예산의 전액 국고 지원을 주장하는 반면, 새누리당은 도교육청 예산으로 6개월분을 우선 편성하자는 입장.

앞서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1월 30일 도교육청이 편성한 2016년도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 4천929억원을 전액 삭감해 예결위에 넘겼다. 도교육청은 누리과정이 국가사업인데다 재정여건이 어렵다며 어린이집 예산 5천459억원을 뺀 채 유치원 예산만 반영했다. 이에 따라 2016년도 도교육청 누리과정 예산은 '0'원이 된 상태로 예결위 심의가 진행 중이다.

28일 예산안 처리가 연기되자 남경필 도지사는 성명서를 내고 "코앞에 닥친 보육대란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서로가 한 발씩 양보해 단 몇 개월이라도 편성하는 차선의 대책, 합의점을 찾자"고 했지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지는 알 수 없는 상황.

도의회가 31일까지 2016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도와 도교육청 새해 살림은 준예산으로 편성해 집행하게 된다. 준예산은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에 따라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할 때 전년도 예산에 준해 법정 경비만 집행한다.

경기도의회는 30일 임시회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당장 2016년 1월부터 어린이집, 유치원 보육료가 지급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학부모들의 큰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누리과정(만3~5세 보육비 지원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갈 데까지 가보자'는 치킨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교육부는 계속 강경 대응 입장만 밝히면서 누리과정 예산을 미편성한 교육청을 대법원에 제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정책에 대해 교육청만 쥐어짜서 해결되겠냐는 목소리도 높다.

여당과 중앙정부는 현행 법령에 따라 교육청이 지방배정으로 부담해야한다"고 말하며,교육청과 야당은 "박근혜 정부 공약이니 국고로 지원하라"고 맞서고 있다.

2014년엔 그나마 국회의 예비비 지원을 받아 누리과정 예산을 연말에 극적으로 봉합했지만, 2015년에는 중앙·지방정부 갈등에 야당이 다수를 차지하는 지방의회까지 가세해 누리과정 예산을 전액 삭감해버리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누리과정 갈등의 핵심은 3~5세 교육비 지원을 국고(國庫)에서 할지, 지방재정에서 부담할지 주장이 충돌하는 것이다. 여당과 중앙정부는 "현행 법령에 따라 교육청이 지방재정으로 부담해야 한다"고 하고, 교육청과 야당은 "박근혜 정부 공약이니 국고로 지원하라"는 것이다.

특히 4월 총선을 앞두고 이 갈등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거에서 서로 "누리과정 파행은 상대 당 때문"이라는 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서울·경기·광주·전남 지역에서는 당장 1월부터 어린이집·유치원 학부모들에게 '교육비 인상'을 고지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아이들을 공교육 틀 안에서 가져와서 제대로 보육·교육하자는 것.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유치원은 교육부로 이원화되어 유·보 통합은 갈 길이 먼데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무상보육 예산이 바닥나며 ‘보육대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12월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한 면담을 공개 요청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문제의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것.

협의회는 이날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책임 있는 답변과 근본 대책 마련을 호소하기 위해 공문으로 면담을 신청했다”며 “지방교육재정이 파탄 상태에 이른 현실을 왜곡하거나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 문제를 일부 시·도의회와 교육청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제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온당치 않다”고 밝혔다. 회견에는 교육감협의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과 서울(조희연), 강원(민병희), 인천(이청연), 전남(장만채) 교육감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중앙정부는 지난 2011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연평균 8.2% 증가해 2015년 교부금은 49조39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집계했지만, 올해 실제로 배부된 교부금은 10조원가량이 적은 39조4056억원에 불과했다”며 “정부의 잘못된 세수 전망이 예산 파행을 불렀다”고 비판했다. 장휘국 교육감은 “지난 16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내년에 시·도교육청에 지원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39조4000억원에서 41조2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인건비 자연증가분 1조2000억원, 지방채 원리금 상환액 증가분 4000억원 등을 감안하면 증가 효과는 미미하다. 누리과정 예산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감들은 “정부에서 직무이행명령을 따르지 않는다고 고발하면 이에 대해 법적 대응할 것이고, 교육청 책임과 의무인지 법률적으로 따질 각오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은 23일 "경기도의 경우에 마지막 임시의회에서 예산안을 확정을 짓게 되는데, 똑같은 어린이들인데 어디는 하고 어디는 안 하고 하면 안 된다. 못하면 다 못하는 거다. 그래서 전체 삭감안대로 가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 상황에서 내년 1월에 보육 대란이 일어나는 것은 이젠 어쩔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육감은 " 대통령이 공약한 사업이고 대통령의 시책사업이니까, 이제 정치권도 정부도 해결할 수 없으니 청와대가 답을 해 달라"고 요구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23일 현재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울산, 대구, 부산, 경북, 경남, 제주, 대전, 충남, 인천, 충북 등 10곳은 내년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예산을 최소 2개월 이상 편성해 당장 새해 초부터 누리과정 지원이 끊기는 상황은 피했다.

나머지 7개 교육청 가운데 세종과 강원, 전북은 유치원 예산은 편성했지만 어린이집 예산은 편성하지 않았고 서울, 경기, 전남, 광주 등 4곳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예산 모두 한 푼도 편성하지 않은 상태다.

따라서 이들 7개 지역, 특히 서울과 경기를 포함한 4개 지역에서 당장 내년 1월부터 보육료(어린이집) 및 유치원 교육비 지원이 끊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누리과정 예산 쟁점]

◎정부- 누리과정 예산은 의무지출경비로 교육감 편성 의무다 vs 교육감- 상위법을 위반하는 시행령으로 압박 말라

24일 교육부는 “일부 시·도교육감들이 누리과정 예산편성을 거부할 때마다 누리과정 예산은 의무지출경비로서 교육감에게 반드시 편성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 5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쳐 ‘누리과정 보육료 예산 지원은 교육감의 의무’라고 아예 법으로 못을 박았다.

그러나 교육감들은 이 시행령이 상위 법률과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자체가 교육·교육행정기관을 경영할 때 필요한 재원을 국가가 교부하기 위한 법률인데 교육·교육행정기관이 아닌 ‘보육기관(어린이집)’ 예산을 시·도 교육청에서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의 입법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다. 교육부가 관리·감독하는 유치원과는 다르다는 것. 2013년 1월 31일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보육사업과 같은 전국 단위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왜 입장이 달라진 것일까.

◎정부- 목적예비비 3000억원 지원했다 vs 교육감-  2조1000억원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정부와 국회는 지난 2일 2016년도 정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누리과정 지원을 위해 국고 목적예비비 3000억원 지원하기로 했다. 누리과정 예산 4조원 중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들어가는 예산만 2조1000억원. 교육감들은 2조1000억원에 30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교육부가 관리하는 유치원은 시·도교육청에서 담당할 테니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어린이집은 중앙정부가 담당해 달라는 것”이라며 “그런데 3000억원을 주고 2조1000억원을 감당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내년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조8000억원 증가한다 vs 교육감- 인건비 자연증가분 등 감안하면 증가 효과 미미하다

교육부는 이미 지난 10월 시·도 교육청에 누리과정에 필요한 소요액을 전액 교부했다는 입장. 2016년 지방교육재정 여건은 1조8000억원이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6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누리과정 예산편성 긴급현안점검’에서 “내년에는 시·도 교육청에 지원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39조4000억원에서 41조2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이 증가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또 지자체 전출금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감들은 1조8000억원을 배분했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건비 자연증가분(호봉상승, 처우개선) 1조2000억원, 지방채 원리금 상환액 증가분 4000억원을 감안하면 교부금 증가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인건비 상승분도 감당할 수 없는 예산을 주고서는 4조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통째로 지방 시·도교육청이 책임지라는 말씀을 정부가 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④정부- 2012년부터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확대했다 vs 교육감- 교육부 예측 실패로 10조원이 덜 들어왔다

지난 16일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은 “그간 정부는 2012년부터 지방교육청 업무로 누리과정을 실시하면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단계적으로 확대 지원했다”고 밝혔다. 계속 교부금을 확대했다는 것. 그러나 교육감들은 정부 예측 실패로 오히려 지난해에는 교부금이 정부 예측치보다 10조원이 덜 들어왔다고 말한다. 정부는 2011년 누리과정 계획을 수립할 때 내국세가 안정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면서 연평균 8.2% 증가한다고 봤고 2015년에는 49조3954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2015년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9조4056억원에 불과해 10조원이 덜 들어온 것.

장휘국 광주교육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2012년에 39조2000억원, 2013년에 40조8000억원, 2014년에 40조9000억원 수준이다가 2015년에는 3조4056억원으로 줄어들었다”며 “늘어난 인건비 상승분 등 경직성 경비를 감안하면 시·도교육청은 10조가 아니라 13조원 정도 부담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장 교육감은 “이런 상황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더 감당하라는 것은 초·중등교육의 시설 개선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지방채 발행도 가능하다 vs 교육감- 더이상 빚지면 재정위기 단체가 된다

교육부는 단기적인 재정상 어려움을 감안해 지방채 발행(3조9000억원)을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육감들은 2012년 17.7%이던 지방채무 현황이 2014년 19.8%, 2015년 28.8%까지 상승했다고 밝히고 있다. 재정위기단체로 지정되는 것이 우려스럽다는 것.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채무가 50%에 육박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고 감사원에서도 지방채를 더 발행하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 재정효율화 노력을 하라 vs 교육감- 졸라맬 허리띠가 없다

교육부는 “세입 여건에 맞게 지출을 조절하는 것이 재정운용의 기본 원칙”이라며 “지출 절감 등 세출구조조정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교육감들은 "졸라맬 허리띠가 없는데 뭘 졸라매라고 하느냐"는 입장.

이청연 인천시교육감은 “인천은 2009년 1019억원이던 지방채가 2016년도에는 6284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2012년 교육사업비는 2011억원이었는데 2016년에는 더 증가해도 부족한데 994억원이 된다”고 밝혔다. 빚은 늘고 초·중·고에 써야 하는 사업비가 1000억원이 넘게 줄어들었다는 것. 이 교육감은 “교육감들은 보육 문제가 중요하다고 공감하지만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부분이 대란으로 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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