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에 삶의 희노애락 담아내고 싶어…

요즘 김포에 시낭송에 대한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시낭송이 시작된 것은 오래되었지만, 제대로 된 교육이나 낭송가 부재가 현실이었다. 하지만 김포예총에서 운영하는 시낭송아카데미와 우저서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시낭송수업으로 서서히 시낭송에 대한 다채로운 행사가 시도되고 있다. 그 결실의 한 예로 지난 12일 진행된 토마토tv 주최 전국 시낭송 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전국에서 내로라 하는 쟁쟁한 시낭송가들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차지해 김포 시낭송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 선 차세대 시낭송 기대주 박영미 낭송가를 만나 보았다.

마음 한편 낭송에 대한 열정이 움트고 있었음을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멋지게 낭송된 시를 들을 수 있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이 힐링되는 듯한 기분이 들면서 어떤 전율을 느꼈습니다. 제가 삼삼한(33세) 나이었던 시절, 일산 후곡 마을에서 박남희 시인님과 함께 몇몇 사람이 모여 시작(詩作) 공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수업시간에 선생님은 습작해 온 시를 직접 읊어보게 하셨는데, 그때 제가 시를 낭독하는 모습을 본 문우들이 '영미는 방송하는 사람처럼 목소리가 너무 좋아'라며 낭송가를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하더군요. 예전에 방송인이었던 저로서는 속으로 웃어 넘겼지만 그때 문우들의 칭찬과 권유가 늘 제 마음 한 구석에 있었던 듯합니다. 오랜만에 다시금 시낭송을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우연히 우저서원에서 무료 시낭송수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올 봄 처음으로 제대로 된 시낭송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영 선생님의 시낭송 수업은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선생님의 가르치고자 하는 열의와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모여 한 여름 더위를 잊을 정도였습니다."

시낭송은 작가의 마음과 관객의 마음을 읊는 것
"보통의 주부들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한다거나 어떤 발표를 할 기회가 별로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시를 들고 앞에 나와서 낭송하는 일 자체는 정말 떨리고 민망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우저서원 시낭송 수업에서 그런 창피함이나 긴장감을 쉽게 떨칠 수 있었습니다. 열 명이 채 안 되는 적은 인원이 고즈넉한 서원 본당에 앉아 이재영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따라하다 보면 가족같은 분위기 속에서 어느새 민망함을 사라지고 수업시간 마다 색다른 낭송을 연습해 보면서 평소 소극적이었던 저 자신이 변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서 선생님의 낭송을 따라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조금씩 시를 써 내려간 작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고 낭송을 듣고 시를 이해하게 될 관객들의 눈높이까지 염두에 두고 시낭송을 하게 되었습니다."

슬픈 듯 슬프지 않게, 기쁜 듯 기쁘지 않게
"선생님께서 시낭송시간에 가장 강조하는 것이 음의 고저장단과 정확한 발음, 바른 띄어 읽기 등 입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내레이션 쪽 일을 담당했던 저로서는 제가 가진 특유의 '조'를 없애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랜 방송경험을 통해 적절한 감정처리와 정확한 발음, 띄어 읽기를 통한 문장의 이해 등은 제가 가진 장점 중의 하나였습니다. 아무리 멋진 디자인의 명품 옷이라 해도 나에게 맞지않는 옷은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가진 고유의 목소리(그것을 선생님은 악기라고 부르시더군요)에 어울리는 시를 찾고 시에 대한 이해가 우선된 뒤에야 제대로 된 시낭송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낭송가 자신이 과한 감정처리를 하면 듣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감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슬픈 듯 슬프지 않게, 기쁘지만 절제된 기쁨을 표현해 내는 섬세한 감정표현은 시낭송의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낭송은 떨어지는 경험을 통해 배우는 것
"처음 대회에 나가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먼저 앞섰습니다. 하지만 이재영 선생님께서 '낭송은 떨어지면서 배운다'는 좋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막상 대회에 나가기로 마음먹은 후에도 자신감이 생기지 않아 주변사람 모르게 혼자 조용히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이 납니다. 비록 예선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경험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처럼 낭송대회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든든한 가족의 응원과 협조입니다. 늘 말괄량이 같고 어리게만 느껴지던 대학생 딸도, 저의 영원한 팬인 아들도 엄마의 낭송대회 출전 소식을 접하고는 딸은 예리함과 냉철함으로 아들은 열렬한 응원으로 저에게 힘이 돼 주었습니다. 먼 길 마다하지 않고 대회출전을 가족 나들이처럼 만들어준 제 든든한 조력자 남편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말입니다. 낭송대회는 모처럼 저희 가족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해 주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이라도 낭송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작은 낭송대회부터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목소리를 통해 삶의 희노애락을 함께할 터
"생각지 못한 너무도 과분한 상을 받고 보니 기쁨은 잠시였고 어깨가 무겁기만 합니다. 많은 참가자들이 저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를 낭송했고 모두가 함께 받았으면 좋았을 상이 몇 몇 사람에게만 돌아갔지만 실력의 차이란 종이 한 장 정도에 불과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감사하게도 제가 상을 받게 된 이유는 김포의 시낭송 문화 확산의 일꾼으로 쓰기 위함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낭송가의 길로 접어들면서 다시 한번 바람직한 낭송기법이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청중들에게 나의 시낭송이 어떻게 들리는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며, 아름다운 시어와 저의 목소리를 통해 삶의 희노애락을 담아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낭송을 통해 제2의 삶을 시작하게 된 박영미 낭송가. 그녀는 이제 김포의 새로운 낭송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그녀의 목소리를 타고 전달되는 아름다운 시들을 통해 평화문화도시 김포의 문학과 예술이 한 층 더 질 높게 시민들과 함께 향유되는 날이 오리라 믿어본다. 
윤옥여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