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룡 칼럼]김포시의회 행감 변명

행정사무감사의 상설화 필요...1년에 1주일 무리
지방의원의 한계 절감...수십 명 공무원 혼자 상대


행감을 의정활동의 꽃이라 한다. 국회에는 국정감사가 있듯이 지방의회는 행정감사를 한다. 원 명칭은 행정 사무감사다. 김포시의회 2015 행감에 대해 언론들의 혹평이 잇따르고 있다. 무성의, 무쟁점, 무소신으로 일관된 행감 이라고 한다. 심지어는 ‘이런 행감을 할 거라면 차라리 없애는 게 낫다’라는 지적도 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나 역시 ‘이런 행감’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내가 생각하는 ‘이런 행감’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행감 상설화 필요

나는 기본적으로 행감의 상설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김포시 각 부서의 일년간 시정 운영 결과물을 단 일주일 만에 평가 분석,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무리다. 국회마저도 일정기간을 정해 진행하는 국정감사 제도의 효용성에 대해 진작부터 문제점이 제기되어 온 상황이다. 우리나라처럼 특정기간을 설정해 집중적인 행정감사를 벌이는 운영방식이 선진국에서는 드문 것으로 알고 있다. 김포 시의회의 경우 상임위 시스템을 도입한 민선6기 들어 두 번째 맞이하는 행정감사다. 상임위가 생기기 전에는 특별위원회가 운영이 되어 여기에서 전 부서를 5일만에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그러다보니 매일 자정 가까이 진행되기 일쑤였다. 민선6기 들어 상임위가 생겨서 위원회가 2군데로 분화되었다. 덕분에 예전에 비해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어졌다. 하지만 단기간 집중감사의 한계는 여전하다. 행감의 상설화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보좌진 하나 없이 혼자 씨름해야

행감을 감에 비유한다면 어떤 종류의 감에 속할까? 땡감일까? 단감일까? 곶감일까? 행감 소회에 대한 기사청탁을 받고 문득 스쳐간 질문이다. 2015 행감의 결과물이 단감은 아니더라도 제대로 말리면 잘 익은 곶감이 될 것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평가는 설익은 땡감이었다는 의견이 대세인 것 같다. 이것을 맛본 사람들이 형편없다고 한다. 혹은 저것은 아예 감이 아니라고도 한다. 애초부터 심지 말았어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나는 그렇게 말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거름은 함께 주었는지, 토양과 기후는 어땠는지. 가지치기는 제대로 했는지. 평소에 조언과 쓴소리를 꾸준히 해주며 제대로 된 감을 수확하는데 함께 팔 걷어 부치고 나섰는지 말이다. 국회와 달리 개인 보좌진 한사람 없이 수북히 쌓여있는 자료와 예산서 앞에서 혼자 씨름해야 하는게 지방의원의 행감이다. 수십년간 단련된 데다 십수명의 부서일꾼들을 거느리고 있는 국,과장 공무원들을 상대하는 싸움이다. 애초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하는 것은 과도한 욕심이다. 나는 이런 행감방식은 차라리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현재의 지방자치 구조는 ‘강 단체장 및 집행부’ 대 ‘약 시의회’ 체제다. 더구나 국회처럼 입법공무원이 완전 독립되어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의회 사무국 직원의 인사권자는 단체장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다시 집행부로 복귀할 사람들이다. 집행부를 향한 비판의 수위가 높을수록 가장 긴장하는 사람들이 의회사무국 직원들이다. 집행부와 의원들 사이에 끼여 마음고생을 할 수 밖에 없는 필연적 구조에 놓여있는 사람들이다. 이 상황이 극복되는 방법은 지방의회 사무국의 인사권을 의장에게 귀속시켜 완전 분리독립 체제를 이루는 것 뿐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는 행감은 수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의원들과 사무국 직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현장일 뿐이다. 나는 이런 행감은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

지방의회 행감의 구조적 한계

‘의원님, 이 예산은 중앙에서 내려온 것이라 저희로서도 어쩔 수 없는 사항입니다.’ ‘의원님, 이 사업은 중앙부처의 지시로 전국 각 지자체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라 제가 뭐라고 답변 드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행감을 진행하다 보면, 혹은 굳이 행감이 아니더라도 회의장에서 공무원들 상대로 질문을 하다보면 심심찮게 듣게되는 답변이다. 복지예산의 경우는 중앙, 광역정부와 연동된 예산이 무려 60% 대다. 이런 상황에서 행감을 제대로 하려면 중앙부처 직원을 소환할 수 밖에 없다. 애초부터 행감은 허공을 향해 소리치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가 출범한지 20년이 넘었음에도 권한과 활동의 영역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특히 기초단위의 지방자치는 더욱 그러하다. 중앙정부와 관료들은 재정과 인사, 법령을 가지고 지방정부위에 군림한다. 그 사실을 상징하는 한가지 예가 ‘총액 인건비제도’이다. 한때는 매년 행감 때 도마위에 오르는 것이 ‘공무원 총액 인건비’ 제도였다. 취지야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인원증원을 막고자 하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를 통제하는 가장 위력있는 도구가 되었다. 공무원 증원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중앙정부는 각종 예산지원등과 함께 인사권까지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의회 행감에서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을 아무리 떠들어봤자 ‘총액 인건비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그럴 때마다 맥이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런 행감을 해야하나’ 라는 회의감이 들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외에도 지방의회 행감이 갖고있는 구조적 한계는 열거할 수 있는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지역내 각종 압력단체와의 관계설정, 지역발전을 명분으로 한 이권사업, 시민단체의 역할문제, 의원들 개인의 전문성 제고방안, 숱하게 쌓이는 행사 초대장 등 두루 두루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이런 사실들을 말하면서도 내 자신이 자꾸 궁색해진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적당히 해도 된다’고 용납하기 보다 ‘그럼에도 상황을 돌파하는 역량’을 주문하는 시민들의 매서운 눈초리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이 어떻게 평가하건 자체 작성한 성적표를 내보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행감현장에서 언급하여 이슈화 되고 언론에 보도된 것들을 정리해본다.

열악한 가운데서도 의미있었다 자평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다고 자평하는 것은 ‘시네폴리스 사업추진’의 문제점을 집중 거론한 것이다. 도시공사의 무기력한 대응과 특수목적 법인의 일방통행 독주문제, 시청 책임부서를 놓고 벌어진 논란, 관련부서 협조체제, 인사 타이밍 등 시정 진행의 현주소를 종합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였다. 또한 지역 소재 공동묘지 실태조사와 추모공원 전환을 제기해 담당 국,과장의 긍정적 답변을 얻어낸 사실, 도서관 위탁자제를 촉구하는 문화관광부의 공문존재 여부를 밝혀내 문화재단 출범을 계기로 불거졌던 도서관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사실 등은 개인적 자부심을 느끼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나름 이 정도면 선방한 것 아니냐’고 들이댈 수 있는 여러 가지 사안들이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밀려오는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 뭐하나’라는 자조감을 곱씹게 된다. 단언컨대 올해 행감에서 거론된 많은 것들이 내년 행감에서 다시 도마위에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제한된 지면에서 열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내년에는 ‘이런 행감’은 안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위에서 열거한 제도적 문제가 조금이라도 개선이 되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행감이길 바란다. 목소리만 높이는 사람이 아닌 대안과 연구 성과물을 내놓아 상호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행감 우수 의원이 되고싶다. 그래서 ‘행감’하면 설익은 땡감이 아닌 잘 익은 곶감을 연상시키는 데 일조한 지방의원으로 기억에 남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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