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운발행인

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말 “국민을 위해서”
4년에 한번은 개인이익이 아닌 국익우선 정치인만 골라내는 날.

한국과 중국의 FTA협상이 타결된 지 386일 만에 국회에서 비준됐다.
1년이 넘는 동안 여야와 청와대가 숨바꼭질하듯 난항을 겪더니, 단 일주일 만에 콩볶듯 후다닥 해치웠다. 대한민국 국회가 일주일 만에도 일사천리로 협상과 타결을 해낼 수 있다는 가능성과 능력을 보여줬으니 앞으로는 모든 법안, 예산 등도 일주일 내에 처리하는 법이라도 꼭 만들길 바란다. 어느 답답하고 갑갑한 시민의 원성 섞인 말(내게 폭탄 1개가 있다면 먼저 국회에 가져가고 싶다)에 종지부를 찍자. 언론에 여야 당대표가 웃으면서 악수하는 모습이나, 원내대표들까지 함께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은 지겹고 역겹다.

차라리 서로가 원성에 찬 눈길로 마주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들은 상황의 진정성이나마 이해해주고 넘어갈 것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똑같이 상투적으로 쓰는 말이 “국민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정치인 모두가 자기 당이나,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면 여지없이 “국민을 생각하라”고 주장하고 호통친다. 정작 그 말을 듣는 국민은 가소로움에 더하여 위선을 생각케 한다. 정치는 논쟁과 대립과 협상과 타결이라는 주제들이 소용돌이처럼 정치주변을 항상 존재하면서 긴장하게 하고 건강한 의지들이 부딪쳐 생산적 정치생태계를 조성하고 선순환하는 실제적 생물과 같은 현장이다. 정치의 궁극적 목적이 대통령을 탄생시켜 집권당이 되어 권력을 휘두르고 누리거나 자신의 이익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영속성을 유지시키고 국민을 편안케 하는 데 있다면,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을 너무나 불편하게 몰아가고 있다. 자기네끼리 만든 국회선진화법을 국민들은 동의한 적이 없다, 민주적이고 배려적인 법이라 생각하고 만든 법에 여야 모두가 갇혀버린 상태를 보며 시니어들은 한심하게, 젊은이들은 고소하게 생각한다. 국가의 이익과 번영^발전을 위해서는 눈앞의 작은 이익들은 당연히 뒤로 미뤄져야 하는 게 순리라고 초등학생들도 생각할 수 있음에도, 정작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인물들로 구성된 국회는 자당의 이익과 자신이 속한 처지에서의 저울질에 의해 엉뚱하고 편의적 발상으로 국정에 임하면서, 불리해지면 전가의 보도처럼 “국민을 위해서”라고 부르짖는다.

여당의 포용적 자세도 언제나 아쉬움을 남기지만, 야당의 지나친 짜집기식 줄다리기와 국익 앞에서도 초연한 발목잡기에는 신물이 난다.
4년마다 국민은 한 번씩의 '선거'라는 기회를 갖게 된다. 호남에서 새정치연합이 공천하면 당선되고, 영남에선 새누리당이 공천하면 당선되는 시대를 국민들의 감정은 점차 시들어가고 있다. 왜냐하면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의 유권자들은 국익은 팽개쳐 놓고 “국민을 위해서”라는 말을 자주 쓰는 정치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국부를 창출하고 기업을 살리고 청년실업을 줄이는데 지금이라도 앞장서길 애써 기대한다. 또한 한^중 FTA가 남긴 숙제도 원만히 적절하게 풀어나가길 바란다.

FTA로 피해를 보는 보완책으로 제시한 농촌에 관한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농촌피해 대책 중 밭직불금만 3,710억원이 인상된다. 지난 10년간도 22조원이란 돈이 농촌에 투자됐지만 10년 전보다 농촌이 잘살고 있는가? 20년 전에도, 30년 전에도 현금으로 주는 보상은 농민에, 농촌에 남지 않고 서울에 있는 자식에게로 간다. 농민들에게 항의를 받더라도 이젠 문제를 짚고 가자. 농촌은 이미 농사짓기에 편하도록 많은 인프라가 구성되었다. 이미 말한 바 있지만 농촌은 농민의 고령화가 가장 큰 문제점이고 이를 보완해서 부유한 농촌을 만들기 위해서는 ICT를 이용할 수 있는 세대가 귀농^귀촌해서 농촌의 도약을 도모해야하고 이 부분을 집중 지원해야 농촌이 산다.

두 번째는 고유한 민족의 순수함이 간직된 역사적 고향인 농촌만이라도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무한경쟁지대에서 인성이 숨쉬고, 인간의 존엄이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들어가 보자.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고, 작목별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부락별 마을기업을 육성시키는데 국가가 지원을 해보자. 그렇게 지원되는 재정은 고스란히 농촌과 농민사회에 간직되고, FTA로 곤란을 겪는 농촌과 농민을 살리는 첩경이 될 것이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서 힘겹게 잡은 덩치 큰 다랑어가 집으로 오면서 상어에게 찢겨나가는 것을 보는 노인의 심정을 회상해 본다. FTA로 이익을 보는 기업에서 10년간 1조원을 갹출하여 농민에게 지원하겠다는 발상도 억지감이 깊어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어차피 결정된 사항이면 농촌과 기업이 상생하는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제발 먼 미래가 아니라도 한치 앞이라도 내다보는 정책을 구사하는 정치인들이 많은 나라. 국익을 최우선하는 정치인이 많은 나라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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