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칼럼·사설·기고 기고
[최영찬의 한국사]기생
   

기 생

기생하면 황진이를 떠올리는 분이 많을 것입니다. 아름다운 용모와 노래와 춤을 연상케 하는 기생은 오늘날 걸그룹과 같이 대중을 기쁘게 하는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그들은 가수요, 연주자요, 춤꾼이며 황진이처럼 몇몇 기생은 세상이 떠들썩한 연애담과 주옥같은 시(詩)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밝은 면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으니 남녀차별의 조선 사회에서 기생은 여전히 천한 존재로 권력과 부에 의해 정조를 유린당하는 처지였습니다. 물론 불가촉기라고 해서 궁궐에서 춤과 노래만을 하는 기생이 있긴 했습니다만.
기생은 관기와 사기(私妓)가 있는데 조선조 후기에 와서야 사사롭게 기생이 될 수 있었고 그전에는 기생하면 관기였습니다. 관기는 죄를 지은 자의 딸이나 경제적으로 가난한 집안의 딸이 되었습니다. 이들은 나라의 통제를 받으며 관아에 소속되어 춤과 노래를 배웠고 붓글씨와 그림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나라에서 왜 관기가 필요했을까요?

예전에 지방 관리들은 가족을 데리고 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연로한 부모가 있을 때 부임지를 따라 이사하는 것이 번거로웠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부모 봉양을 맡겨놓고 혼자 부임하는 수령이나 업무로 방문하는 관리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 관기제도입니다. 이들은 홀로 부임한 수령의 잠자리 대상이 되어야 했으며 일 때문에 혹은 수령과 친분으로 찾아온 관리들에게 몸을 바쳐야 했습니다. ‘객고를 푼다.’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기생들은 임시 첩처럼 머무는 동안 성욕을 만족하게 해 주어야 했고 식사나 생활도 보살펴 주어야 했습니다. 그러다가 타지로 옮겨가거나 귀임하면 모든 관계가 끊어졌습니다.
기생이 임신해서 아이를 낳아도 이들은 아비 없는 자식으로 취급받았습니다. 대부분 모른 체했지만, 간혹 같이 살던 기생과 정이 들어 첩으로 데려가고 낳은 자식도 데려가려 했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기생과 자신의 여종을 바꾸는 편법도 쓰고 권세와 뇌물을 쓰기도 했지만, 대개는 실패할 정도로 관리가 엄중했습니다. 이들이 떠나면 관기는 새로 부임하는 수령을 모셔야 했고 잠시 머무는 관리의 첩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이렇게 반복되고 나이가 들어 여자로서의 매력이 떨어지면 은퇴를 해서 기생을 키우는 일을 하는데 대개 살던 관리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을 기생으로 만듭니다. 이들을 동기(童妓)라고 하는데 십 대 중반쯤 되면 집 한 채 값 정도 되는 금액을 받고 관리에게 처녀성을 바치게 됩니다. 이것을 ‘머리를 얹는다.’라고 합니다. 머리를 얹으면 비로소 성인 기생으로 취급을 받게 되어 그녀의 어미가 했던 그 방식대로 삶을 되풀이합니다. 기생에서 은퇴하면 결혼도 할 수 있는데 대개 관노와 하게 되며 그 경우에도 수령이 잠자리를 요구하면 응해야 했습니다.

사기는 관기와 다르게 관아에 매이지 않고 기생집에서 소속되어 유흥과 매춘을 겸하게 됩니다. 관기가 기량이 떨어지면 외진 지방으로 보내듯이 기생방의 기생도 용모와 기예를 등급으로 나누어 취급했습니다. 요즘 시대에 딸이 술집에 나간다면 좋아할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당시는 너무나 궁핍한 시대라 하층민들은 용모가 뛰어난 딸이 있으면 기생으로 내보냈습니다. 기생으로 팔려간 본인도 맛있는 음식과 옷을 입고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라고 여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들 기생을 찾는 계층은 경제력이 있는 부유한 상인들과 권세와 돈이 많은 집안의 자제들이었습니다. 상인들은 돈이 아무리 많아도 신분상승을 못하고 양반 관료들의 눈치나 보는 자신들의 처지를 유흥으로 달랬고 세도가의 자식들은 사랑에 의한 결혼이 아니라 가문과 가문과의 결합에서 빚어진 제도의 모순에서 기생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기생들은 이런 남자들에게 자신의 몸과 재능으로 돈을 우려내었으니 사랑을 빼앗긴 안주인의 원망을 샀습니다. 이런 역사가 기생에 대한 화려함과 호기심 뒤에 남성들의 욕망을 채워주는 존재이자 차별과 불평등의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 최영찬
소설가
도서출판 활빈당 대표

최영찬  gimpo1234@naver.com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최영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 1
  • 2
  • 3
  • 4
  • 5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