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이 거짓이라면 잡아가라"



조사결과 은폐 의혹...시장 사퇴 1인시위
나 때문에 김포시 쌀이 안 팔린다고 원망
김포시 토양을 오염시키는 공장 원망해야

김포시청 앞에서 지난 16일부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의균 씨. 김씨는 주장한다. “어떻게 같은 토양 시료를 분석한 건데 한 쪽에서는 중금속이 하나도 안 나오고 다른 한 쪽에선 열 배나 많게 나올 수 있나? 평균값 내지 않으면 부저격 처리하겠다고 협박하는 김포시는 도대체 누구 편인가.”

김포시는 지난 9월 거물대리의 토양과 대기 등에 대한 시료 검사를 마치고 10월 말 용역사로부터 보고서를 받았지만 아직까지 발표를 미루고 있다.

김포시는 용역기관인 인하대 연구팀과 별도로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도 분석을 맡겼다. 같은 샘플을 두고 교차분석을 해야 한다는 게 김포시의 논리. 그러나 분석 결과 오염수치의 양쪽결과는 열 배에 가까운 차이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쪽의 분석 결과는 거물대리 일대 토양이 매우 깨끗한 것으로 나왔고 인하대 연구팀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김씨는 "지난 중간발표에서 중금속 오염 수치가 엄청나게 많이 나오자 모 시의원이 중금속연화제라는 규소를 뿌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김포시는 자신들이 지정한 곳의 토양 샘플을 채취해 분석했는데 중금속이 하나도 안 나왔다고 하면서 평균값으로 발표하지 않으면 부적격 처리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조사 결과를 은폐하려 한다"며 김포시장의 사퇴와 시의원과 관련 공무원들의 퇴출과 처벌을 주장하고 있다.

김포시는 2013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거물대리의 1차 역학조사를 벌였다. 조사 중간보고에서 용역사는 토양 중 일부에서 비소·구리·니켈·아연이 환경부에서 정한 토양오염 기준치 이상 검출됐고, 주민 39명을 대상으로 한 혈액·소변 검사에서는 망간, 니켈, 코발트가 기준을 초과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특히 2004부터 2012년 사이 이 지역의 암 사망자는 다른 지역보다 3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환경오염과 사망률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지역발전의 방해자

거물대리 토박이인 김의균 씨. 평범한 농부였던 김씨가 투쟁가로 변모한 것은 지난 1996년. 하지만 김씨에게 돌아온 것은 ‘지역발전의 방해자’, ‘돈키호테’라는 낙인 뿐.

김씨는 “1996년 집 뒤 도로도 없는 곳에 FRP가공공장인 S공장이 들어오면서부터다. 냄새도 많이 나고 FRP를 가공할 때 날리는 유리섬유가 집 안으로 들어와 살 수가 없게 됐다. 김포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공무원이 나왔다 가면 그때뿐. 김포시에서 역학조사까지 했는데 아무것도 안 나왔다는 것이다. 믿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2012년 들어서는 갑자기 숨을 못 쉬겠더라고요.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집 주변에 대체 뭐가 있느냐고 물어요. CT촬영을 해보니 폐 속에서 이물질이 발견됐고 천식과 기관지염 진단을 받았어요.”

김씨 집 앞의 주물공장은 2013년 6월 크롬 등 특정 대기유해물질 배출이 확인되어 김포시로부터 폐쇄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김포시의 행정처분에 불복한 공장은 지난해 10월까지 계속 가동하다가 올해 9월 공장폐쇄처분 취소 소송에서 패소해 결국 문을 닫았다.

공장으로 뒤덮인 마을

공장들이 왜 거물대리와 같은 마을에 들어서 있을까. 학운산업단지의 입주비용은 평당 200만~300만원. 하지만 마을은 평당 70만~80만원 선이기 때문이다. 2009년 12월 말 3,984개였던 김포시 내 공장은 올해 10월 말 현재 5,488개다.

김의균 씨는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이전인 2009년 전에 공장들을 허가해 준 공무원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김씨는 “적법하게 허가해 주었다고 주장하는 공무원들의 말은 믿을 수 없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 처벌해야 한다. 퇴직했다면 연금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유엔에 직접 호소

“청와대에 국민권익위원회에, 홍철호 의원사무실에도 전화해 호소했어요. 그래도 변하는 게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유엔에 글을 올리기로 했어요. ‘헬프 미 김포시티. 헬프 미 코리아. 김포시청이 불법으로 농경지에 공장 인허가 해주고 있다. 국제사회가 도와주세요’라고 썼어요. 영어번역기 이용해서.”

지난달 18일 유엔 특별보고관이 거물대리 등 공장 인근 주민들의 피해를 살펴보러 정말 찾아왔다. 특별보고관은 거물대리에 와서 주민들을 만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에게 당국이 공장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 때문에 김포쌀 안 팔린다고 원망해요

김의균 씨는 “나 때문에 김포쌀이 안 팔린다고 원망해요. 김포시를 오염시키는 공장을 원망해야죠. 마을회관에는 이전에 공장들이 갖다놓은 라면 박스들이 있었어요. 이젠 나 때문에 라면을 가져다 주지 않는다고 노인들이 화를 내요. 젊은 사람들은 좀 낫겠거니 하고 김포 한강신도시 아파트 단지 사람들도 찾아가서 같이 싸우자고 해봤는데 안 되더라고요. 환경 문제 떠들어봤자 아파트값 떨어지니 좋을 게 없다는 거죠.”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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