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만용 김포영화인협회 회장
영상사업 불모지 김포에 씨 뿌리는 광대
21세기 꽃이라 불리는 영상사업은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최첨단 산업으로써 부가가치가 가장 높은 품목이라고들 한다. 이를 반영하듯 김포에서도 고촌읍 향산리와 걸포동 일대의 112만1천㎡ 부지에 문화콘텐츠와 첨단기술이 융합된 창조형 미래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한강시네폴리스' 조성사업이 2017년 말 준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영상사업 분야에서는 불모지와 다름없는 김포에서 영화인협회 회장이라는 무거운 직책을 맡아 큰 날개 짓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 곽만용 회장을 만나 그의 꿈과 김포 영상산업에 대해 그리는 그의 밑그림을 들여다보았다.
모태 신앙 속에서도 움텄던 영화인의 꿈
"처음부터 영화판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어가 연극을 하기 시작하면서 처음 연기의 재미에 빠졌고, 한양대학교 시절부터는 CF 모델, 영화, 텔레비전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목회자의 길을 가는 것이 소원이셨지만 저는 신앙생활을 하는 중에도 꿈틀대는 광대의 끼를 감출 수 없었습니다."
곽만용 회장은 영화 여자가 숨는 숲(1988, 정지영 감독), 지상만가(1997, 김희철 감독), 스커트 속의 드라마(1997, 장영일 감독)를 비롯해 립스틱 짙게 바르고, 노란 손수건 등 여러 작품에서 열연한 중견 영화배우며 연극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거지왕자 등 다수의 연극 무대와 TV에서 활동하고 있는 개성파 배우다.
목회자의 길을 가면서도 멈추지 않은 작업
연예계와 영화판을 다니며 활발하게 활동하던 곽만용 회장은 모태신앙인답게 목회자의 길로 접어든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말하는 곽 회장은 목회자의 길을 가면서도 영화와 연극작업을 멈추지 않았다.
2000년부터 탤런트 한인수 씨가 기획 제작을 맡고 곽만용 회장이 총연출과 주연을 맡은 연극 '죄 없는 죄인 골고다'는 2015년인 현재까지 15년째 계속되고 있다. 공연시간만 4시간에 달하는 이 작품은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을 중심으로 성경의 내용을 극화한 연극이다. 이처럼 목회자의 길과 예술의 길을 함께 걸어 온 곽 회장이 지금은 목회일을 잠시 쉬고 있다. 아직은 미약한 김포영화인협회의 내실을 다지고 김포시 영상사업의 발전에 온 힘을 쏟고 싶다는 곽 회장은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김포에서 목회일과 영화일을 다시 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연하게 닿은 김포영화인협회와의 인연
"몇 해 전 평소 알고 지내던 분에게 김포영화인협회 가입을 권유받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김포영화인협회에는 회원들이 별로 없었습니다. 열악한 환경이었고 회원단체라면 당연히 부담해야 할 예총회비도 내기 힘들 정도로 활동이 미미한 상태더군요. 지인의 권유를 거절할 수 없어 우연히 가입하게 된 김포영화인협회였는데, 이제는 제게 또 다른 사명감을 갖게 하는 필연의 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생각지도 못하게 김포영화인협회 회장을 맡게 된 곽 회장은 사비를 털어 밀린 회비를 지불할 정도로 열정을 보이며 서서히 영화인협회 활동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신도시 개발 등으로 인해 김포에도 영상사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김포영화인협회의 활동이 미비하다 보니 회원확보와 활동에 한계가 있는 편이죠. 앞으로 저는 김포시에 거주하는 원로 영화인을 비롯한 모든 분들과 발맞추어 한층 발전할 김포영화인협회의 발판이 되고자 하는 것이 꿈입니다."
사라져 가는 김포 곳곳을 영상에 담고파
지난달 22일 김포아트홀에서는 (사)김포영화인협회 회원들이 담아낸 영상물인 제1회 우리동네 영화만들기 '향산리편'이 상영됐다. '우리동네 영화만들기' 사업은 곽 회장이 야심차게 시작한 사업의 하나로 급격한 신도시 개발에 의해 사라져 가는 김포 여러 지역의 옛 모습과 사람들, 전통, 역사, 풍습 등을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제작해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주기 위해 기획됐다.
"처음 김포에 왔을 때 참 아름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김포에 와서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신도시 개발로 인해 사라져가는 마을의 영상을 기록물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회원들과 기획부터 대본, 촬영, 편집까지 함께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든 점도 있었지만, 사명을 해내고 있다는 뿌듯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김포를 21세기 영상사업의 도약의 땅이라고 생각한다는 곽만용 회장은 첫 마을로 '시네폴리스' 사업으로 인해 사라져 갈 '향산리'를 선택했다.
"내년에는 '조강리'를 새롭게 조명할 계획입니다. '평화문화도시' 슬로건을 내 건 김포에서 '조강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부족한 예산이지만 올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조강리편'은 좀 더 제대로 담아낼 계획입니다."
욕심 많은 곽 회장이 그리는 김포에서의 밑그림
"'우리동네 영화만들기'는 김포영화인협회의 첫 발에 지나지 않습니다. 첫 발을 내 딛었으니 앞으로의 힘찬 행진만 있을 뿐입니다."
그는 이번 '우리동네 영화만들기'에 만족하지 않고 제1회 김포시 청소년 UCC 20초 영화제도 진행하고 있다. 평화문화도시 김포를 알리기 위해 청소년들의 기발한 상상력을 응원하는 이번 영화제는 미래 영상산업을 이끌어 갈 청소년들의 꿈을 키우고 '평화문화도시' 김포를 알리고자 하는 곽 회장의 고민이 담긴 기획이다. 욕심 많은 곽 회장이 그리는 김포 영상산업의 미래는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과 닮아 있었다.
"평생 영화를 해 왔던 영화인으로서 영상을 통해 평화문화도시 김포시를 알리고 싶습니다. 또한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청춘들에게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동참의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 역시 저희 영화인협회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참 정신은 개척에 있다고 했던가. 곽만용 회장이 오늘날 김포에서 구상하고 있는 밑그림들은 그에게 주어진 목회자로써의 사명과 영화인으로써의 사명에 잘 어울리고 있었다.
영상산업 분야에서는 아직 불모지와 다름없는 김포에서 그는 마른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는 광대 목회자인 셈이다.
윤옥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