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은 '세계 화장실의 날'...에너지화 하면 연간 10조 수준
화장실은 생명과 직결...매년 150만명 배설물 오염으로 사망

▲ 운양동에 사는 권모 씨가 설치한 생태화장실 모습. 대변뿐 아니라 음식물쓰레기까지 처리할 수 있는 다목적 화장실이다. 양동이 안에는 톱밥과 마당의 잔디를 깎아 마련된 풀을 채워 넣었다.

▲ 권씨 집 마당 한켠에 마련된 퇴비장. 톱밥과 풀에 섞인 대변을 한 데 모아 발효시켜 집앞 텃밭에 비료로 사용한다.

11월 19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이다. 2013년 싱가포르의 제안에 따라 처음 지정됐다. 유엔이 '세계 화장실의 날'을 정한 것은 화장실이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 유엔은 매년 150만명의 어린이들이 배설물로 인한 오염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세기 유럽에는 페스트, 콜레라가 발병하여 유럽 인구의 1/3이 사망했다. 어느 도시는 생존자가 한 명도 없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위생적 화장실이 없었던 것이다.

목축업이 주였던 유럽은 집 창문으로 대소변을 버렸다. 땅이 오물로 질퍽거려 그것을 피하기 위해 여자들은 굽 높은 하이힐을 신기 시작했고 허리가 잘록하고 풍성하게 퍼진 드레스를 입고 서서 대소변을 보았으며, 남자들은 망토를 두르고 주저앉아 볼일을 보았다.

여성을 동반할 때 길 안쪽에 세워 에스코트하는 풍속도 중세 유럽에 화장실이 없기 때문에 생겼다고 한다. 아침마다 창밖으로 내버려지는 대소변을 피하다 보니 생긴 습관에서 왔단다.

11억명이 화장실 없어 야외에서 볼일을 보고 있어

19세기, 산업의 발전으로 인구가 도시로 집중하게 되었다. 런던, 파리 등 대도시들은 인간의 오물과 냄새로 도무지 살 수가 없게 되었고 그 오물은 강과 바다로 버려지게 된다. 보슬비가 오는 날이면 악취로 살 수가 없었다. 소나기나 장마가 와서 쓸어버리기만을 기다렸다고.

이때 발명된 것이 지금의 수세식 변기이다. 현재 방식의 위생 변기의 역사는 20세기에 와서야 시작된 것으로 그때부터 도시에 설치된 것이다. 잘 산다는 나라가 대소변 가린지 고작 100년 밖에 안 된다. 지구상에는 아직도 해가 뜨기 전 동구 밖에서 볼일을 보는 나라가 부지기수로, 전 세계 11억명이 화장실이 없어 야외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경제개발로 농촌이 급속히 붕괴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었고, 서울 달동네에는 화장실이 동네 어귀에 공용으로 하나밖에 없어 이른 아침이면 손에 신문쪼가리를 든 사람들이 변소 앞에 줄을 서서 온몸을 꼬고 있던 풍경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농업이 주 산업이었던 우리나라는 인분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었다. 역사서에 보면 우리나라는 수시로 역병이 발생해 수많은 사람들이 시달린 것으로 나타난다. 역병 발생은 대변으로 인한 오염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지혜로웠다. 바로 '똥'을 발효시켜 사용한 것. 대변을 그대로 방치하면 부패하면서 대변 속의 나쁜 균들이 사방으로 퍼지지만 짚이나 풀과 함께 섞어 발효시키면 나쁜 균은 사라지고 사람에게 이로운 새로운 균이 생기기 때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화장실의 날을 기리기 위해 8일 “매해 5세 미만의 아이들 80만 명 이상이 설사병으로 사망하고 있습니다. 이는 1분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입니다. 전 세계에는 25억 명이 아직도 적절한 위생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없으며 10억명 이상이 공개된 장소에서 일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적인 관습(금기)을 깨어야 되며 글로벌 발전을 우선으로 하여 위생적인 화장실을 만들어야 합니다. 전 인류 가족의 1/3 가족에게 웰빙과 건강의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세계 화장실의 날의 목표입니다”라고 메시지를 발표했다.

똥은 에너지의 보고

한편, 4일 유엔 산하 싱크탱크(두뇌집단)인 유엔대학이 사람의 배설물이 자원과 에너지의 보고(寶庫)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류 70억명이 한 해 배출하는 대변의 양은 총 2900억㎏, 소변은 19억8000L(리터)에 이른다고. 이를 모두 에너지로 바꿔 재활용할 수 있다면 연간 최대 95억달러(약 10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계산했다.

똥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바이오 가스. 사람의 대변은 55~75%가 물이고, 25~45%는 메탄가스로 이뤄져 있다. 이를 커다란 탱크에 모은 뒤 메탄을 생성하는 세균을 넣고 발효시키면 가스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가스의 가치는 연간 3억7600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800만 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유엔대학 측은 "대변을 발효해 만드는 가스의 가치는 이에 필요한 건축 및 시설비를 2년 만에 회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석탄도 만들 수 있다. 대변을 가마에 넣고 섭씨 300도에서 가열하면 조개탄과 비슷한 물질이 만들어진다. 모양만 비슷할 뿐 아니라 석탄과 에너지량도 거의 같다. 이렇게 연간 850만t의 대체 연료를 생산할 수 있다. 물론 배설물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한군데에 모으고 재활용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하다.

재발명되는 화장실...생태화장실 각광

운양동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권모 씨(남. 57). 권씨는 지난 5월 집안 화장실의 양변기를 떼어냈다. 그런 후 용변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변기를 설치했다. 이름하여 생태화장실. 변기는 깔고 앉아 일을 볼 엉덩이 깔판과 깔판 아래 양동이를 집어넣은 모양. 양동이 안에는 마당의 잔디를 깎아 모은 풀과 톱밥을 넣어두었다.

어느 정도 양동이가 차면 양동이를 들고 나와 집 마당 한구석에 퇴비장을 만들어 그곳에 모은 뒤 발효시켜 퇴비를 만든다. 이렇게 1년 이상 삭힌 퇴비는 내년 봄 집 앞 텃밭에 뿌릴 예정이다.

권씨는 "처음엔 집안 식구들이 모두 다 반대하고, 집에 놀러온 친척이나 이웃들이 화장실 가고 싶어도 이용하기 싫어 서둘러 자기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며 "하지만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도 함께 처리할 수 있으며, 물도 아낄 수 있어 일석삼조 효과를 보고 있다. 특히 자연친화적이라 주위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씨가 화장실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3만원. 변기 뚜껑 구입에 1만원, 박스제작에 나무값으로 2만원이 들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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