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마재로 떠나는 가을여행... 국화 옆에서

▲ 서정주 시인 유택 가는 길에 '국화 옆에서' 시비가 서있다.

선운산IC를 빠져나가자 우릴 맞아주는 것은 청량한 가을 하늘과 은은한 국화 향기였다. 전라북도 고창군 부안면 선운리 ‘안현 돋움볕 마을’ 주변은 온통 국화 천지다. 논둑에도 밭둑에도 동산에도 마을의 슬레이트 지붕 위에도 국화가 만발했다. 미당 서정주 시인이 태어나 자란 곳, ‘국화 옆에서’의 한 대목처럼 밤새 무서리가 내린 듯 쌀쌀한 가을아침 서정주 시인을 만나러 질마재로 떠났다.
 
미당시 문학관과 돋움볕 마을
이제는 폐교가 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미당시문학관은 시골 정취가 한껏 묻어났다.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학교 정문과 정문 양쪽에 붙어있는 화장실이 가을볕을 머금은 담쟁이 넝쿨에 쌓여 마치 커다란 조형물처럼 멋지게 방문객을 맞고 있다. 문학관 입구에는 작은 카페가 있었는데 테이블 세 개가 전부인 작은 카페다. 평소에는 집주인 부부가 운영한다는 카페에는 찾는 이가 많은 주말을 맞아 잘생긴 청년이 부모 대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미당시문학관 맞은편 마을은 ‘안현 돋움볕 마을’로 마을 전체가 예쁜 벽화들로 가득 차 있다. 마치 문패처럼 걸린 주인장의 웃는 얼굴들과 꽃들이 서정주 시인의 유택을 찾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두엄 덤불 위에 예쁘게 자리 잡은 호박이 한가롭게 가을볕을 쬐고 있다.
▲ 돋움볕 마을 입구에 서 있는 장승. 풍파에 한쪽 얼굴이 떨어져 나갔다.
▲ 돋움볕 마을 벽에는 문패처럼 주인장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 두엄더미 위에서 가을 볕을 쬐고 있는 호박이 눈길을 끈다.

국화로 물든 마을 전체가 테마파크
유택을 향해 올라가는 돋움볕 마을 뒷동산은 그야말로 국화 천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가을걷이 끝난 밭 위에 가을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국화를 식재한 모양이었다. 논두렁과 밭두렁까지 모두 국화를 식재해 동네 전체가 ‘미당’을 중심으로 테마화 되어 있어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 들이고 있다. 동네 아낙네들은 관광객을 상대로 텃밭에서 키운 고구마나 콩 같은 농산물을 팔기 위해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좌판을 벌이고 앉아 있다.
미당시문학관 주변으로는 질마재권역 문화센터와 미당 서정주 생가, 시문학 체험관, 돋움볕 마을, 서정주 유택 등이 있어 동네를 한 바퀴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문학의 향기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곳이다.
▲ 서정주 선생의 유택이 있는 돋움볕 마을 뒷동산은 온통 국화의 물결이었다.
▲ 미당시문학관 앞 작은 카페. 주말이면 주인장의 잘생긴 아들이 손님을 맞이한다.
▲ 관광객이 많이 찾는 가을을 맞아 가을걷이를 끝낸 동네 아낙네들이 조그만 좌판을 벌이고 있다.
 
매년 열리는 미당문학제와 질마재문화축제
매년 10월 말경이면 미당시문학관 일원에서는 미당 서정주 시인의 시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한 축제인 ‘미당문화제 및 질마재문화축제’가 개최된다. 축제기간 동안 행사장 주변 20㎞의 도로변과 미당묘소 주변 3만여 평의 국화 밭에서 열리는 축제는 기념식과 함께 다채로운 축하공연이 펼쳐진다. 올해 미당문학제는 백일장과 시낭송대회, 시화전 등 다양한 문화공연들과 먹거리 즐길 거리가 준비돼 관광객을 맞고 있다. 또한 소유사를 거쳐 강나루까지 이르는 8㎞ 구간에서 펼쳐지는 '질마재 따라 걷기' 행사와 ‘국화길 보물찾기’ 등의 행사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에게 좋은 추억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 미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1회 미당 서정주 전국시낭송대회에는 토마토TV에서 문화콘서트 ‘락포엠’의 진행을 보고 있는 이재영 김포예총 부회장이 심사위원으로 초대됐고, ‘시향 시낭송아카데미’의 윤옥여 씨가 금상을 ‘우저서원’ 시낭송아카데미 박영미 씨가 동상을 받아 김포의 저력을 보여줬다.
▲ 미당시문학관. 서정주 시인이 책보를 메고 등교했을 초등학교가 폐교된 후 문학관으로 재탄생했다.
▲ 미당시문학관 입구. 그 옛날 푸세식 화장실 이었을 입구가 지금은 담쟁이를 두르고 멋진 작품처럼 서있다.
▲ 미당 서정주의 생가. 미당시문학관에서 100여미터 떨어져 있다. 지각을 코 앞에 둔 미당이 내달렸을 그 길을 걸어본다.
▲ 이재영 예총 부회장. 올해 미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열린 제1회 미당 서정주 시낭송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됐다.
▲ 제1회 미당 서정주 시낭송대회에서 수상한 낭송가들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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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사의 가을... 동호해수욕장의 석양
길마재를 돌아나면 10분 거리에 선운사가 있다. 아직 가을 단풍은 길마재를 넘어오지 않았지만 빛나는 가을 햇살아래 나뭇잎들은 서서히 몸을 달구고 있었다. 넓은 주차장과 산책하듯 걷기 좋은 등산로를 따라 가을을 즐기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소복이 깔린 은행잎을 밟고 걷는 즐거움이 청량한 공기와 함께 가슴 깊숙이 박힌다.
선운사를 나와 다시 차로 10여분을 달리니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동호해수욕장이다.
바닷물에 발이라도 담글까 했지만 이내 접었다. 저물어 가는 태양 사이로 꽤 큰 너울들이 방파제 아래까지 밀어닥치고 있었다. 추운 날씨에 관광객의 발길은 끊어졌고, 캠핑을 즐기는 몇몇 사람들만이 보였다. 하지만 구름 속에서 촉을 뻗고 있는 가을 햇살이 한 폭의 가을엽서처럼 툭 발 앞에 떨어진다.
▲ 질마재에서 차로 10여분이면 선운사에 도착한다. 발 아래 뒹구는 은행잎들이 한껏 가을의 멋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 질마재에서 20여분을 달리면 가을바다를 즐길수 있는 동호해수욕장이 나온다.
 
문학과 낭만과 가을을 함께 느끼고 싶다면 오늘이라도 짐을 꾸려 훌쩍 질마재로 떠나볼 일이다.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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