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광식
김포대 총동문회장, 전 경기도의원

올해 8월 15일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매우 뜻깊은 날이다. 지난 7월 4일 방송된 KBS 국민대합창 '나는 대한민국' 사전 다큐멘터리 4부 '생각나는 대한민국' 편에서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청춘을 바치고 나라와 가족을 위해 독일로 떠났던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의 진솔한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의 고향 그리워하는 모습에 시청하는 내내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 독일에 방문한 노배우 최불암 씨는 치매에 걸려 본인이 있는 곳이 어딘지도 인식하지 못하는 양로원에 있는 파독 간호사 출신의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가 전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귀 기울이며 소통했다. 자신의 나이뿐만 아니라 고국에 대한 기억을 잃은 그녀는 "어떻게 여기를 왔는지 저 자신도 모르겠어요."라고 했지만 젊은 시절을 간호사로 근무하며 잘살게 될 고국과 가족을 그리워하던 그 마음만큼은 아직도 선명하다고 전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오랜 암 투병으로 21번째 항암치료를 끝낸 할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질 때는 마음이 아리고 쓰렸다. 독일에서 한인들을 위한 상사를 운영하고 있는 파독 광부 출신의 한 할아버지는 여권을 바라보며 한국을 그리워했고, '고향의 봄'에 녹아 있는 나의 고향을 그리며 눈물짓는 간호사, 우리 무용단과 메아리 합창단의 단원들은 아리랑에 맞춰 살풀이를 추거나 고국의 노래를 입 맞춰 부르며 각자의 방법으로 그리움을 달래고 있었다. 독일에 있는 재외 교포 모두가 한국을 잊지 않고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현장을 지켜보면서 나와 함께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던 모든 이들을 더욱 먹먹하게 했다.

파독 광부 출신인 나로서도 광복 70년이 이들에게 다가오는 의미가 각별할 것으로 생각해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그 다큐멘터리는 바로 나의 다큐멘터리였다. 그들은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독일의 베를린 광장에서 '나는 대한민국'의 주제곡 '우리 만나는 날'을 합창해 현장을 지켜보던 세계인들도 숙연해지게 만들었다. 방송 말미에 최불암은 "그들에게 조국, 고향, 부모는 하나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입니다. 대한민국 속에 내가 있고, 내 속에 대한민국이 항상 있기를 마음속에 모두 갖고 계실 겁니다. 고맙습니다."는 감사 인사로 뭉클한 마음을 전했다. 내가 봤던 '생각나는 대한민국' 다큐멘터리는 파독 광부들과 간호사들을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은 당신에게 무엇인지 물음을 던지는 60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프로를 통해 대한민국 국민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분들의 삶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금의 이 나라가 있기까지 희생하신 분들의 역사를 절대 잊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다시금 갖게 되었다.

70년, 사람으로 말하면 칠순이다.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고희잔치를 치른다. 광복 이후 70년, 대한민국의 70년은 말 그대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시간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힘들게 살던 나라가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고 문화, 예술 분야에서 세계를 이끄는 한류의 열풍을 만들어냈다. KBS에서 대한민국 국민 1,000명에게 광복 70년 역사 속에서 드라마로 기억될 역사적 순간을 물었다. 10대에서 70대까지 참여한 희로애락 설문에서 대한민국을 웃게 한 '희(喜)'의 순간은 바로 '대한민국 광복'이 선정되었다. 광복 70년은 그야말로 국민의 축제인 것이다. 광복 70년을 계기로 민족정기 고양과 역사의식 확립을 위한 기념·선양 사업이 기획·추진되고, 국권 회복을 위한 선열들의 노력을 체계적으로 조명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파독 광부와 간호사 한명 한명이 가난한 조국과 가족을 위해서 외롭고 힘든 삶을 묵묵히 살아오셨던 만큼 그분들의 정치경제사적 상징성을 고려하여 파독 광부·간호사협회를 주축으로 관련 기록에 대한 종합적, 체계적 정리와 함께 후손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출발점으로 삼았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아! 나는 진정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이다! 나는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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