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은 '감사'와 '약속'을 배우는 작업

아침 태양을 머금고 있는 히말라야는 마치 거대한 황금궁전처럼 보인다. 신이 빚어놓은 한 점의 작품. 그 곳에 사진작가 조진수 씨가 서 있다. 22년째 네팔의 구석구석을 다니며 자연과 신을 섬기는 네팔 사람들의 생활상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앵글에 담고 있는 사진작가 조진수 씨를 만나기 위해 장곡의 '풍곡농산'을 찾았다. 농번기가 한창인 요즘 조 작가는 잠시 작가의 명함을 내려놓고 '풍곡농산' 대표로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하지는 못하는 일
“사진기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사진작가의 길은 내재된 재주가 있어야 합니다.”
사진을 찍어 본 사람이라면 그 말뜻을 알 수 있으리라. 수십 장의 사진을 찍어도 쓸 만한 사진 한 장 건지는 일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88올림픽 즈음해서 우연한 기회에 사진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산을 좋아해서 국내의 산을 찍었죠. 그런데 저는 사진을 찍기 전부터도 히말라야가 좋았습니다. 언젠간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1993년도에 처음 히말라야를 갔을 때, 마치 전생에 살았던 듯한 느낌을 받았고, 히말라야가 자꾸 저를 끌어당기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벌써 22년째 가고 있네요.”
 직항로가 없어 네팔에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노라고 회상하는 조진수 작가의 얼굴이 이내 환해진다. 히말라야는 떠올리는 것 자체로도 조 작가에게 힐링을 선사하는 존재인 듯 했다.

2008년 첫 전시... 네팔 포카라와의 인연
 “2008년도에 처음으로 네팔의 포카라에서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모아 첫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처음 여는 전시회가 그리 쉽지 않았는데, 포카라 주민들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 때만해도 네팔과의 교류가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이라 그분들의 호의에 저도 보답을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김포에서 제 전시회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네팔까지 와주신 분들과 뜻을 함께 해 ‘김포한네연’을 만들게 된 것도 그 즈음입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포카라 지역에 매년 위문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봄, 네팔에서 들려온 뜻밖의 대지진 소식에 황급히 네팔을 돕기 위한 사진전을 준비했던 조진수 작가는 취소된 전시회를 가을쯤 다시 열 것이라고 말했다. 
“네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절실합니다. 포카라 지역도 대부분의 집들이 무너져 건물을 짓기 위한 모금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임시로 네팔에 텐트를 보내기는 했기만, 네팔은 지금 우기라서 텐트에서 여름을 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거든요.”

아내의 이해와 지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전 늘 본업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매년 네팔로 사진여행을 갈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아내의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경비도 많이 들거니와 두 달 남짓 집을 비우는 남편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또한 다해히 제가 비수기가 있는 일을 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조진수 작가는 '풍곡농산'이라는 영농기자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늦가을부터 겨울까지가 조 작가에게는 조금 한가한 시기였다. 그의 곁에서 함께 일하며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다는 아내에게 남편의 네팔여행에 대해 물었다.
“유일한 낙이 사진인 사람이에요. 네팔에 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항상 가정적이고 일 밖에는 모르는 사람이라 좋아하는 일을 지지해 줍니다. 제가 이해해 주지 않으면 누가 이해해 주겠어요.”

5000m 고지를 넘나들며 얻은 깨달음
“12년 동안 한 잡지에 사진과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네팔을 다녀와 사진 한 장, 한 장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찰나의 감동이 다시 느껴지곤 합니다. 첫 번째 사진전의 주 배경이 된 동부는 마을이 거의 없고 모두 산악지역이었습니다. 5000m 이상의 고지만 스무 번이 넘게 오르내리며 느낀 것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힘들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하 20~30도의 추위와 숨 쉬기가 어려울 정도의 높은 고도는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게 합니다. 일상으로 돌아와 겪는 어려움은 힘든 것이 아니더라구요.”
네팔을 여행하다 보면 물의 고마움, 태양의 고마움, 땅의 고마움, 공기의 고마움을 느낀다는 조진수 작가는 네팔 사람들이야말로 자연을 신처럼 섬기며 감사함을 아는 순수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자연에서 배우는 것은 '감사'와 '약속'
 “사진을 찍다보면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생깁니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연이 품을 내주고 허락하지 않으면 사진작업은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베테랑 셰르파들과 함께 가는 길도 늘 사고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자연을 경외하고 경건한 몸과 마음을 갖기 위해 노력합니다.”
조 작가는 네팔을 여행하는 동안은 길에서 마주치는 작은 동물 하나도 쉽게 죽이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연은 제게 '약속'도 가르칩니다. 자연은 사람을 기다려주는 법이 없죠. 만약 어느 날 6시 15분에 해가 뜬다고 한다면 인간은 그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가 있어야 합니다. 단 1분만 늦어도 제가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가 없거든요.”

 이번에 조진수 작가가 두 번째로 기획하고 있는 사진전 '신의 여흔 2'는 2008년 첫 번째 사진전 이후에 네팔 서부를 돌며 찍은 사진들이다. 네팔의 서부는 네팔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원초적인 네팔 서부의 자연과 현지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지난 22년간 네팔과 히말라야를 다니며 깨달은 '감사'와 '약속'을 이행해 나가는 조 작가의 선한 눈매가 네팔인들을 닮았다.                                                            윤옥여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