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문 닫아

1억원 이상 손해 감수...고객과의 신뢰 위해 결정
23일 재개장 예정...믿고 다시 찾아와 주셨으면

▲ N마트 김병식 대표

▲ 메르스 환자가 다녀간 뒤 자진 휴업중인 풍무동 N마트. 23일 재개점한다.

김포시 메르스 첫 확진자 A씨(남. 76)가 두 차례 방문한 사실이 알려져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자진 휴업중인 풍무동 N마트. 김병식  대표를 만나기 위해 찾은 N마트의 넓은 주차장은 텅 비어 있고, 잠겨진 마트 출입문 앞에는 메르스 감염 잠복 기간 동안 휴점하는 것을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 있다. 2층 사무실로 올라가 만난 김 대표는 탄탄한 체구에 짧게 자른 머리, 표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흔들림이 없을 단단함이 느껴진다. 김병식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확진자 다녀가자 자진해서 휴점 결정

-누가 휴점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한동안 문을 닫는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텐데.

“누가 시킨 것도, 명령받은 것도 아니지만 쉬쉬하고 감춘다면 나중에 더 큰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고객들에게 불편함과 막연한 공포심을 주느니 지금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잠시 문을 닫아야겠다고 판단했지요.”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 11일. 김포시로부터 A씨가 N마트에 다녀갔다는 통보를 받은 것은 13일(토) 밤 11시였다. N마트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에 장사를 종료하기 때문에 당시는 폐점을 앞두고 한창 분주하던 시간이었다.

이튿날인 12일 일요일, 보건소 직원들이 찾아와 CCTV를 돌려보며 마트 내 A씨의 동선을 확인하며 A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확인 결과 손님 중 A씨에 의해 감염이 우려될 만한 밀접 접촉자는 없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과감히 잠복기간이 끝날 때까지 마트 문을 닫을 것을 결심한다.

N마트에 두 번 들른 A씨. 한 번은 물건을 구매하려고 방문했고, 두 번째는 앞서 구입한 물건을 반품하려고 마트를 찾았다고. 억울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했다.

“하필이면 왜 우리 마트에 오셨을까 하는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요. 하지만 고객과의 신뢰 하나로 여기까지 왔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병원 밖에서 감염된 사례가 없다고 발표됐지만 나부터도 찝찝한데 고객들은 어떻겠습니까? 월요일부터 문을 닫기로 하고 고객들에게 일일이 문자를 발송했습니다.”

김 대표는 휴점 결정도 신속했고, 보건소에 연락해 매장 내부를 샅샅히 소독하는 등 뒤처리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언제까지 휴점하기로 했나.

“잠복기가 끝나는 19일(금) 추가 환자가 안 나오면 보건소에서 통보해주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 없다고 해서 바로 재개점하는 것은 낯이 좀 뜨겁더라고요. 주말 지나고 23일(화)에 문을 열기로 했습니다.”

휴점 기간 1억원 이상 손해

매장 문을 닫는다는 것은 바로 금전적 손해를 의미한다.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하루 방문객이 2천명이 넘고 매출은 5천만원 정도 되지요. 수익은 하루 2천만원 정도이니까 1억원 이상 손해보는 것이지요. 거기다가 50여명 되는 직원들에게 휴점중이라고 임금을 안 주면 안 되잖아요.”

이처럼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고객과의 신뢰 하나로 결정한 김 대표. 혹시 호랑이 같은 사모님은 흔쾌히 김 대표의 결정을 따라주었을까 걱정됐다.

“세상을 뜬 지 5개월 됐네요. 암으로 투병하다 갔습니다.”

김 대표에게 미안한 마음이 또 한 번 드는 순간이었다.

19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가진 것 하나 없이 당시 용산청과물시장에서 막일을 해 돈을 모은 뒤 이후 가락동시장에서 농수산물 도매상을 하며 잔뼈가 굵은 김 대표. 이 때의 경험과 자산을 바탕으로 남보다 품질 좋고 저렴한 채소와 청과를 팔 수 있다는 자신감에 김포에 대형 마트를 열었다.

풍무동에 마트를 개점할 당시 김 대표는 앞으로 찾아올 고객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쌀 200포를 풍무동사무소에 내 놓았다. 이 쌀들은 경로당 한 곳에 대여섯 포씩 전달됐다. 김 대표의 마음 씀씀이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일화다.

휴점하기 전 주민들에게 채소류 무료 배부

휴점을 결정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문제는 매장에 수북히 쌓여 있는 각종 농수산물이었다. 김 대표는 여기서 또 한번 뚝심을 발휘했다.

“매장에 있던 각종 농수산물을 봉투에 담아 매장 문 앞에 쌓아 놓고 인근 주민들께 두어 봉투씩 가져 가시도록 했습니다. 당시는 급한 마음에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할 생각은 못했었죠. 그게 조금 아쉽습니다.”

이 날 주민들에게 공짜로 나눠 준 농수산물을 가격으로 따지면 무려 1천만원.

이제 23일이면 다시 문을 열 N마트. 김 대표의 바람은 무엇인지 물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품질 좋고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이웃에 있는 기업 마트보다 식품 매출에서 앞서고 있습니다. 이번에 어려운 일을 겪고 있지만 그동안 신뢰로 맺어온 고객들이 다시 찾아오실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이번 휴점으로 받은 손해에 대해서는 잊고 살아야지요. 한 가지 바랄 것이 있다면 재개점 날 시장님과 공무원들이 오셔서 물건을 구매해 주시는 자그마한 이벤트를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23일 휴업을 끝내고 다시 문을 연 N마트. 다시 김 대표를 찾았다.

"문을 닫기 전과 비교해서 조금도 달라진 점 없이 손님들이 찾아주셨어요. 감사할 따름이죠. 오시는 손님들 역시 불안해 하는 것도 없었고요."

나라 안 모든 소상공인들이 메르스 여파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인 요즘. 고객과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막대한 손해를 무릅쓰고 휴업을 단행한 김 대표. 김 대표의 진솔한 마음에 고객들은 다시 찾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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