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지킨 "무조건 1등"

1988년 양궁부 창단 이래 30년간 경기도에서 굳건히 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학교가 김포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얼마 전 하성초등학교 서윤동 선수가 전국소년체육대회 양궁종목에서 개인 20m 금메달과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을 듣고 하성초등학교 양궁부 선수들을 만나기 위해 제방도로를 달렸다.  

▲ 황인선 코치

학원에 다니는 대신 활시위를 당기는 아이들
 "몇 년 전에 한 학생이 양궁을 하겠다고 찾아왔습니다.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깨우치는 소질이 있는 아이였어요. 아버님이 반대한다는 말을 듣고 양궁을 가르칠 수 있게 해 달라고 찾아가 졸랐습니다."
 19년간이나 하성초등학교에서 양궁부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황인선 코치는 추억 한 자락을 조심스럽게 들려주었다.
 "처음 그 아이는 욕도 많이 하고 거짓말도 잘 하는 아이였어요. 그 아이를 붙잡고 하나하나 바른 언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매일 일기를 쓰게 했죠. 다행히 그 아이는 제 말을 잘 따라 주었고, 인성이 바른 아이로 자랄수록 양궁 실력도 늘었습니다. 지금 그 아이는 국가대표에도 선발되고 아시안게임에서 메달도 땄습니다. 아버님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황 코치는 그 일로 인해 아이들에게 인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더욱 깨달았다고 말했다. 
"저희 학교 양궁부 아이들은 엘리트 학생들이 아닙니다. 취미나 호기심으로 양궁을 시작한 아이들이죠. 대부분은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거나 학원에 다닐 형편이 못 되는 아이들입니다. 친구들이 학원에 갈 시간에 저희 아이들은 연습장에 나와서 활시위를 당기고 있습니다."

▲ 서윤동 선수

한 학년에 3명의 선수만 있어도 바랄게 없어
"양궁을 하고 싶다고 오는 아이가 있으면 저희는 무조건 받습니다. 아이의 체격조건이나 가능성 등은 볼 겨를이 없습니다."
황 코치의 말은 그만큼 선수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반증일 터였다. 사실 하성초등학교 전교생 수는 160명 정도에 불과하고 현재 양궁부 선부는 남학생 5명과 여학생 1명이 전부다.
"대회에 나갈 때마다 단체전에 나갈 선수 3명을 선발해야 하는데, 저희 학교는 선발할 필요가 없습니다. 6학년 선수가 겨우 2명이기 때문이죠. 올해는 그나마 5학년 1명을 포함해 단체전에 출전했는데 내년에는 6학년이 1명뿐이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황 코치는 하성초등학교 양궁부가 많이 알려져 한 학년에 3명의 선수만 확보할 수 있어도 더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 유영준 감독

활부터 간식까지 모든 것 지원, 학생부담 없어
양궁은 고가의 장비가 필요한 종목이다. 아이들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경기도에서는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에게 활을 지급합니다. 그래서 저희 학교는 많은 수의 활을 보유하고 있어요. 그만큼 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비록 최고의 장비는 아닐지 몰라도 아이들이 양궁을 배우고 대회에 출전하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지난해 하성초등학교에 부임해 양궁부 감독을 맡고 있는 유영준 교사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부담도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포시체육회에서 매년 예산이 나옵니다. 아이들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비용은 물론, 유니폼과 간식비까지 모두 지원이 됩니다. 다만, 걱정이 되는 것은 지원되는 예산이 매년 줄어들고 있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아이들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 줄 수 없다는 점입니다."

고등학교까지 연계되는 양궁부, 미래는 밝아
"하성에는 초등학교부터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모두 양궁부가 있습니다. 선수들이 양궁을 계속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옮길 필요가 없죠."
아이들이 진로를 위해 지역을 옮겨가며 전학을 가는 경우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황 코치는 비록 하성이 김포의 외곽이기는 하나 양궁선수로 커가기 위한 조건은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얼마 전 양곡에 살고 있는 어머님 한 분이 인터넷을 검색해 하성에 양궁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자녀를 하성초등학교로 전학시키고 양궁부에 입단시켰다. 
"하성초등학교 양궁부 출신 학생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요. 아이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만큼 대학이나 실업팀으로의 진출전망이 밝다는 의미도 되죠."
밝은 모습의 황인선 코치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무조건 '경기도 1등'을 목표로 지도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황 코치의 애정을 보며 비록 말은 '어쩌다 보니 좋은 성적'이라고 하지만 그녀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하성초 양궁부가 '강자' 자리를 지키는 요인이 아닐까 느껴졌다.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엄마가 우셨어요"
도대체가 말이 없는 아이였다. 기자가 서윤동 선수에게 전국대회 금메달 수상소감을 묻자 아주 작은 소리로 "제가 금메달을 땄다는 소식에 엄마가 우셨어요. 그때 기뻤어요"라고 말했을 뿐이다.
그래도 혹시 떨리거나 하지 않았는지 물었다. 역시 윤동이의 대답은 짧았다.
"처음에는 떨리지 않았어요. 그런데 점차 금메달을 딸 수도 있다는 기대가 생기자 마지막에는 많이 떨렸어요"
황 코치는 서윤동 선수가 말이 없는 만큼 깊이가 있고 진중하다고 했다. 그런 서 선수의 침착성과 대범성이 금메달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동이는 3학년 때 처음 취미로 양궁을 시작해, 이제는 당당하게 국가대표 선수가 되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올림픽에서 양궁은 항상 대한민국의 메달밭으로 기대를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가 된다는 것은 곧 메달획득의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지난날 복싱 종목이 그랬고, 지금 태권도가 그렇 듯 영원한 강자란 있을 수 없다. 스포츠의 저변 확대가 필요한 이유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까닭 아닐까.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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