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국을 경험한 세대와 천국만을 경험한 세대

 

▲ 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본지 논설위원

 

현재 60대 이상의 어른들은 정말로 지옥과 같은 생활을 경험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 세대는 우선 경제적으로 너무나 가난해 먹을 것과 입을 것에 굶주려온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형편없는 주거생활에 생활 편의시설 이라곤 거의 전혀없는 그런 시대를 살아 본 세대이다. 즉 먹을 것, 입을 것, 볼 것, 즐길 것 어느 하나 형편없는 데다가 수백만의 인명을 희생한 6.25 전쟁마저 경험했으니 그것이 지옥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1인당 국민소득 60불도 안 되는 최빈국의 생활을 경험했으니 지옥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경험한 세대가 바로 이들 세대이다. 이들 세대는 그런 지옥의 생활을 탈출하고자 온갖 노력과 고생을 안 해본 게 없는 세대이다. 지하 수십 미터 땅속에서 석탄을 캐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그마저도 국내에 일자리가 없어 이역만리 독일로 가는가 하면 시신 다루는 간호사직 해외취업을 마다치 않았으며 열사의 나라 중동에서 청춘을 바치기도 하였다. 국내에서는 식모살이는 물론 일자리만 제공하면 궂은 일이나 힘든 일이나 밤인지 낮인지를 불문하고 일했고 근로시간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일 하곤 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땀과 피를 흘려가며 온갖 노력을 다해 일한 결과 오늘날과 같은 지상 천국을 건설했다. 따라서 지금 60대 이상의 세대들은 지옥과 천국을 다 같이 경험한 세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현시대는 과거 선진국들이 200년 또는 300년 걸쳐서 이룩한 그런 시대를 우리는 불과 4, 50년에 이룩한 것이니 이것이 바로 기적이다. 먹을 것, 입을 것, 볼 것, 즐길 것들이 넘쳐나고 생활이 말 할 수 없이 편해졌다. 이런 것들을 다 열거하라면 한도 끝도 없을 정도이다. 그러니 지금의 시대를 5, 60년 전에 비하면 천국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풍요가 넘치는 천국과 같은 시대에 태어난 젊은이들은 과거의 그런 지옥과 같은 시대를 살아보지도 못했고 또 경험하지도 못한 채 곧바로 풍요가 넘치는 천국의 시대에 태어나 사는 셈이다. 바로 이들 천국의 세대들은 지옥의 시대를 경험하지 못해서인지 나약하기가 이를 데 없고 고생하기를 꺼리며 참을성도 없으며 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가끔 부모들이 젊은 세대들에게 부모 세대들이 지옥을 경험한 경험담을 이야기하면 그건 어디까지나 그때의 일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이런 천국의 시대에 자살률 세계 1위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기까지 하다. 요즘 일자리가 없다고 야단들이지만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이른바 3D 업종에는 외국인들이 100만을 넘게 일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힘들고 궂은일에는 관심도 없고 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지옥의 시대에 살고 있었던 외국 근로자들이 국내에 들어와 그들 업종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옥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의 행태가 지옥을 경험한 세대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첫째 지옥의 시대에는 모두가 못 사니까 상대적 박탈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는 빈부의 격차는 물론 생산성 격차에서 발생하는 심한 임금 격차가 발생한다. 이들 격차에서 비롯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둘째 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우리 사회는 너무 좁아 남을 너무 의식한다. 남을 의식해 남과 자기를 비교하여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부모들이 축적해놓은 부에 의지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 요즘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캉가루 족이 되는 경우가 많다. 넷째 부모들의 행태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네 부모들은 자식에게 부를 넘겨주고자 하는 열의가 강하다. 서양사람들은 자식들의 자립심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데 반해 우리 부모들은 그렇지가 않다. 100세 시대를 맞아 부모들 세대의 노후생활 보장이 시급한데도 부모들은 자식들을 걱정하며 어떻게 해서든 자식들을 보살펴주려 하는 게 우리 사회의 부모들이다. 어떻게 보면 바로 이들 요인이 지옥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을 병들게 하고 우리 사회의 성장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 요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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