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시영상협회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무엇을 하는 곳일까? 영화와 관련된 곳이거나 사진과 관련된 곳일까? 영상협회…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이 모였는지가 궁금해 김포시영상협회 회장 안수호씨를 만났다. 아내가 운영한다는 북변동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서 핑크색 반팔 티셔츠를 입은 그가 반겨 맞는다.

 "92년도에 제대를 하고 뭘 해야 하나 걱정이 많았죠. 영등포역 옆에 즐비했던 학원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눈에 띈 것이 비디오학원이었어요. 아마 요리학원이 눈에 띄었다면 저는 지금쯤 요리사가 되었을지 모르죠."
 어떻게 영상에 관련된 직업을 갖게 되었는지 묻자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컴퓨터와 관련된 직업을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적성에 안 맞았습니다. 그런데 비디오는 재미있었어요. 학원 강사님들도 제법 잘 찍는다고 칭찬해 주고 적성에도 맞는 것 같았죠. 그때부터 현장을 뛰어 다니며 일을 배웠습니다."
 방송국 외주제작업체로 10여년을 일했다는 그는 그 시절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당시 외주제작업체는 열악한 작업환경이었습니다. 방송시설도 미비했고, 예산은 적고, 우후죽순 생겨나는 제작사들 때문에 경쟁도 심했죠. 시청률경쟁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일하면서 두 번이나 쓰러졌습니다. 의사로부터 간 수치가 위험수위까지 올라가 한 번 더 쓰러지면 생명이 위태로울 거라는 경고도 들었습니다."
 직업을 바꿔보라는 의사의 충고를 듣고,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는 그는 30대 초반에 모든 일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전문직 종사자의 사회적 책임성 느껴
 김포시영상협회를 왜 만들었냐는 질문에 "김포에 없어서 만들었다"는 간단한 답이 돌아왔다.
 "어느 날 나이 지긋하신 어른이 나를 찾아왔어요. 딸아이가 결혼을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찍어두었던 영상을 편집해서 선물로 주고 싶다고요. 그런데 영상이 한결같지 뭐예요. 갓난아기일 때 찍은 영상이나, 재잘거리는 어린 소녀였을 때 찍은 영상이나, 학교를 다니는 어엿한 숙녀가 된 영상이나요."
 어르신이 가져온 스무 개의 테이프가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것을 보며 '조금만 전문지식이 있었더라면 훨씬 멋진 영상이 되고, 딸에게 주는 더 좋은 선물이 되었을 텐데….'라는 마음에 무척 안타까웠다고 했다.
 "어르신이 돌아가고 난 후, 난 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상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제가 가진 전문지식을 나눠드리고 싶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 제가 가진 기술을 조금만 제공해 준다면 좀 더 나은 추억을 만들 수 있겠구나 하는 책임감이 들었어요. 그래서 김포시영상협회를 만들기로 했죠."

영상의 깊이는 원숙미가 관건
 요즘 주변에서는 사진관을 찾아보기 힘들다. 영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모든 기기들이 디지털화 되면서 사진관은 폭탄을 맞은 격이 됐지만 영상은 꽃비를 맞은 셈입니다. 예전에는 창업비용이 10억이었다면 지금은 2천만원이면 창업할 수 있습니다."
 일반인들도 핸드폰이나 카메라로 동영상을 쉽게 찍는 요즘 밥벌이가 궁금해졌다.
 "김포에서는 거의 돈을 못 법니다. 서울에서 행사기록이나 CF, 축제기획. 축제기록. 공연녹화 등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향에서는 진짜 취미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죠. 안사람이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상은 장비의 디지털화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게 있습니다. 오래될 수록 실력이 늘기 때문에 오래되면 기술의 원숙미가 높아져 영상미가 달라집니다. 오래한 사람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죠. 그것이 사진관과 다른 점입니다."
 그는 인터넷기반이 동영상에 유리하게 만들어질수록 영상의 힘이 커진다며, 앞으로 영상하기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심 있는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센터 만들고 싶어
 "굳이 단체를 크게 키우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만나지도 않죠. 개인적으로 의뢰하는 분에 한해 장비도 봐 드리고 영상도 함께 편집하곤 하죠. 회원은 모두 8명 정도예요. 극히 개인적인 것에 대한 영상을 담아요. 저희 모임의 모토는 '순간의 추억을 영원히'랍니다. 영상은 기술적인 면이 많기 때문에 누군가 리드해 주면 적어도 내 핸드폰에 있는 것들을 영상으로 만들어 올려 볼 수 있죠. 그게 모임을 만든 시작이고, 앞으로 저희 단체가 해 나갈 일들입니다."
어떻게 하면 영상을 잘 찍을 수 있는지 물었다.
"요리사가 음식을 하고 맛을 안보면 실력이 늘지 않는 것처럼 편집도 안 해보면 늘지 않아요. 촬영이 늘려면 핸드폰에 있는 영상을 편집해서 컴퓨터에 올리기부터 해봐야 하죠. 개인이나 가족카페를 만들어서 활용하는 것도 좋아요. 개인에게는 아주 소중한 추억이 되죠."
영상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고 했다.
"가끔 수업에 나가 조사해 보면 한 반에 보통 서너 명씩은 손을 듭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관심과 적극성이죠. 컴퓨터에 있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다보면 익히고, 모르면 물어보고. 간접경험을 많이 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에 실력이 늘게 됩니다."
20년이 넘는 시간을 영상과 함께 해 온 안수호. 40대 중반의 나이가 무색하게 아직도 뜨거운 열정이 살아있는 그에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김포에 아시아 최대 크기의 영상산업단지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김포시는 영상산업 쪽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윤옥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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