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유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는데 매달 어려운 이웃에게 고기를 기부한다는 제보를 받았다. 더군다나 3월 27일 김포복지재단 출범 3주년 기념식에서 그동안 후원에 대한 감사로 감사패를 받았다는 것. 각박한 세상에 한줄기 청량한 소식으로 누군가 궁금해졌다. 찬바람이 황사와 함께 거세게 불더니 어느덧 훌쩍 기온이 올라 따사로운 햇빛과 함께 봄기운이 물씬 풍기던 날 아침, 그를 찾아나섰다. 도사유통 공용호(53) 대표가 바로 그 사람. 구래동 한강신도시 바로 옆 공터에 신축한 작업장 마당에서 넉넉한 웃음으로 기자를 맞이하는 공 대표. 하지만 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데서 보듯 언뜻 비치는 눈매가 날카롭다.

“어휴. 이런 데 나오면 안 되는데. 부끄럽습니다.” 인터뷰 요청에 손사레를 친다. 그래도 만나자고 먼저 전화를 넣어서인지 매일 입던 작업복을 벗고 깔끔한 캐주얼 옷을 차려입었다고 주위 직원들이 놀린다.

한 달에 소와 돼지고기 1톤 이상 기부
-먼저 큰 상을 받은 것 축하한다. 그런데 어떻게 기부하게 됐나.
“뭐 별다른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제가 가진 것을 나누고 싶었어요. 김포에 오기 전 영등포에서 육류 유통업을 할 때부터 후원을 했어요. 그 때 주위에 무료급식소가 있었거든요. 내가 도와줄 거 없을까 생각하다가 제가 가진 소와 돼지고기를 기부하기 시작했어요.”
30대 초반 친구의 권유로 뛰어든 고기유통업. 타고난 성실함과 열정으로 사업은 날로 커져갔다.
“식당 같은 거래처에 고기를 납품하는 이 일의 특성상 거래처 사장님들과의 접대 술자리는 필수예요. 가격과 상품의 질은 당연한 것이고 거래처 사장들과의 인간관계는 더없이 중요하지요. 어느 정도 사업이 자리잡히자 접대 술자리 한 번 줄이고, 제가 쓸 거 조금 덜 쓰면 충분히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더라고요.”
직원들을 시켜 일주일에 한 번씩 한 달이면 1톤에 가까운 고기를 무료급식소에 후원했다. 누가 보내주는 거냐고 붙잡고 물어봐도 모른다 시치미 떼며 후원했다.
“남을 도울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좋고 행복한지 전에는 몰랐지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더라고요.”
승승장구하던 공 대표. 하지만 사업에 어려운을 겪고 새출발하자는 마음으로 8년 전 김포로 왔다.
“고생 많이 했어요. 아무 연고도 없는 이곳에 와서 납품처를 뚫기 위해 새벽마다 식당들을 찾아갔죠. 집사람이 고생 많이 했지요. 하지만 수입을 직접 하기 때문에 중간 유통과정이 없어 가격이 다른 데보다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고, 육류는 가격등락 폭이 큰데 내릴 땐 낮춘 가격으로 납품하고 오를 땐 미리 이러저러해서 가격이 오를 것이다라고 말해주니 거래처 사장님들이 저를 신뢰해 주더군요.”
성실 하나 타고난 공 대표. 가진 것은 질 좋고 가격에서 경쟁력 있다는 점. 문전박대에도 불구하고 한 번만 써보라고, 써보면 좋을 것라고 발이 닳도록 시장을 누볐다.
공 대표의 진심어린 열정에 하나 둘 거래처는 늘어갔다. 공 대표가 지금 납품하고 있는 거래처는 무려 100여 곳.
“진실은 반드시 통한다고 믿고 있어요. 거짓말은 나중에 반드시 들통납니다. 진실하자는 것을 신조로 무조건 열심히 했습니다. 열심히 하면 안 되는 것은 없다를 매일 상기하면서요.”

수입산 육류는 전수검사 거친 안전한 고기
공 대표가 취급하는 육류는 수입산 소와 돼지고기. 우리네 인식에는 국내산, 그것도 한우를 최고로 치고 수입산은 광우병이다 뭐다 해서 영 께름칙한 게 사실. 수입산 육류를 취급하는 공 대표에게 물었다.
-수입산 고기는 믿을만 한가?
“미국이나 호주는 소를 한 마리도 빠짐없이 전수검사합니다. 우리나라 한우는 전수검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 수출을 못하고 있어요. 오히려 전 수입산 고기가 더 안전하다고 봅니다.”
-수입산 고기 중 제일 품질이 뛰어난 곳은 어디이고, 우리 한우와 비교할 땐 어떻나?
“저는 미국과 호주, 유럽산 고기를 취급하는데 그 중 품질이 제일 난 것은 미국산이예요. 호주가 가장 떨어지고요. 미국산 소고기의 품질은 한우 1+등급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가격은 한우의 3분의 1밖에 안되지요. 돼지고기의 경우 외국산이 오히려 더 좋습니다. 외국에서는 삼겹살 소비가 적기 때문에 최상품의 삼겹살이 우리나라에 수입되고 있습니다. 주위에 강력하게 권하고 다닙니다. 믿고 드시라고요. 저는 미국산밖엔 안 먹습니다.”

▲ 도사유통 식구들

공 대표의 하루는 새벽같이 시작된다. 냉동차량에 상품을 싣고 거래처를 한바퀴 돌며 납품을 한 후 새로운 거래처를 뚫기 위해 영업을 다닌다. 들어와서는 입고된 10kg들이 박스 포장된 수입육을 절단작업을 한 후 다음날 거래처에 납품할 수 있도록 소포장 작업을 한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는 날들. '도사유통'이라는 상호가 불현듯 궁금하다.
“박사 위에 도사라고, 고기에 도사가 되고 싶다는 소망에 도사유통이라고 이름붙였어요. 고기에 관한 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고기 유통 사업에 기부에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공 대표. 열심히 벌어서 직원들과 함께 더 많이 봉사하고 기부하며 살고 싶단다.
“큰 욕심 없어요. 그냥 이대로였으면 좋겠어요.”
도사유통을 함께 키우며 남편의 후원에 적극 동참하고 지지해주는 부인 김현정 씨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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