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처럼 검은 커피, 이것은 신의 눈물


속을 알 수 없을 만큼 시커먼 액체에 도대체 쓰기만 할 뿐 아무 맛도 없지만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져들게 되는 커피. 원두의 종류와 커피를 추출하는 방법도 에스프레소, 드립커피, 더치커피 등 다양한 커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것 한 잔 마셔야 눈이 바로 떠지고 하루에도 서너 잔은 기본으로 마셔야 하는 커피. 하지만 우리네 일반인의 입맛에는 그저 쌉쌀하기만 하고 비싸기만 한 커피의 세계는 복잡하기만 하다. 사우동 원마트 건너편 골목 안 커피전문점 ‘커피볶는집Liebe’에 가면 하우스 커피부터 최고가 게이샤 커피까지 바리스타가 골라주는 대로 마시는 즐거움이 있다. 하얗게 센 머리를 질끈 동여맨 꽁지머리가 잘 어울리는 바리스타 김영범 대표를 만났다.

맛 있는 커피는 남기지 않는 커피

우리나라 사람들 중 대부분은 밥 먹고 나면 커피를 찾는다.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은 식당 옆 커피숍에 들러 아메리카노 한 잔 종이컵을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이집 저집 골라가며 커피를 사 먹어봐도 그맛이 그맛. 입 안 가득 커피향이 머무는 맛난 커피는 없을까. 김 대표에게 물었다.
“맛 있는 커피요? 맛난 커피는 자꾸 컵에 손이 가는 커피죠. 컵 안 커피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는 커피가 맛 있는 커피이지요.”
우문에 현답이다. 하지만 궁금해진다. 어떤 맛이라야 한 방울도 안 남기고 다 마실 수 있을까.
“마시고 난 후 입 안에 단맛이 올라오는 게 맛있게 추출한 커피예요. 커피에는 쓴맛, 신맛, 단맛이 다 있어요. 제대로 만든 커피는 처음 마실 땐 쓰기만 하지만 먹고 나면 단맛이 살살 올라오지요.”
적당한 가격에 추천할 만한 커피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런 질문 하는 손님이 많지요. 하지만 그건 정말 무식한 질문입니다. 손님이 복숭아를 좋아하는지 사과를 좋아하는지 배를 좋아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복숭아나 사과를 권할 수 있습니까.”
괜히 무안해진다. 질문을 바꿔야 한단다. “쓴맛을 싫어하는데 어떤 게 좋지요?” 하고.
“쓴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상큼한 과일맛이 나는 예가체프를, 풍미를 원하면 케냐를, 묵직한 맛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인도네시아를,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브라질을 권하지요.”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대충 찾는 하우스 커피는 어떤 맛일까.
“하우스 커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주문하는 커피이지만 다른 커피숍과는 맛에서 차별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쓰죠. 여러 가지 원두를 섞어서 만드는데 저는 자극적으로 쓰지 않고 시지 않고 부드럽고 여운이 길게 가는 커피를 만들어 하우스 커피로 내놓고 있지요.”
 
기다림이 있어야 제대로 된 커피가 나와

커피를 마시려면 우선 날콩을 구입해서 볶은 후 잘 간 다음 물을 부어 커피가루를 통과시켜야 커피가 나온다. 이런 과정 어디에서 커피맛이 좌우될까.
“우선 생두를 잘 골라야 해요. 생두는 종류가 천차만별이에요. 자동차로 말하자면 페라리급에서부터 경차급까지 그야말로 다양하지요. 물론 비싼 게 맛있지요. 쌀처럼 묵은콩보다는 햇콩이 좋고요. 저는 수확한 지 1년이 지난 것은 구입하지 않아요.”
최고급 생두인 파나마 산 ‘게이샤’의 경우 1kg에 50만원까지 한단다.
“커피의 진짜 맛은 로스팅이 좌우합니다. 로스팅에는 최고의 감각과 자신만의 노하우가 필요하지요. 커피는 기다릴 줄 알아야 좋은 커피를 얻을 수 있지요. 커피 볶을 때는 시나브로 천천히 볶아야 합니다.”
보통의 경우 10~15분 정도 볶는 데 비해 김 대표는 약한 불로 20분 정도 정성을 들여 볶아낸다.
“잘 볶아진 콩은 일주일 숙성을 시키지요. 숙성을 시키면 떫은맛이 사라집니다. 숙성시킨 콩은 커피 마실 때 그때그때 먹을 만큼만 갈아서 사용하지요.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릴 때에도 여과지에 물이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내리는 게 중요합니다. 역시 기다려야 하지요.”
김 대표는 커피맛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을 감안 떫은맛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했고 숙성시키면 떫은맛이 없어지는 걸 발견했다. 물 역시 생수도 사용해 보고 수돗물도 사용한 결과 정수기 물이 가장 좋다는 걸 깨달았다.

맛있게 잘 먹고 간다는 말이 제일 좋아

요즘 커피값에 대한 논란이 많다. 그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자리를 파는 곳이에요. 커피숍은 목도 좋아야 하고 해서 임대료가 비쌉니다. 단순히 커피 원가를 계산해서 비싸다 싸다 하면 안 되죠. 그래서 전 테이크아웃하는 커피는 파격적으로 싼 값에 팔고 있습니다. 처음엔 모든 종류의 커피를 다 테이크아웃은 싸게 했는데 좀 그렇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아메리카노에 한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팔고 있지요.”
커피가 좋아 커피를 공부하고 커피를 팔며 생활하고 있는 김 대표. 김 대표에게 커피란 무엇일까.
“이 일대에서 이렇게 다양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없을 거예요. 손님들에게 맛있고 제대로 된 커피를 내놓으려고 늘 노력하고 있지요. 커피가 단순히 입가심용이 아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음료가 됐으면 합니다. 커피를 강하게 볶으면 미량의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나온다고 합니다. 안전하고 맛있는 커피, 손님들이 잘 먹고 간다는 인사를 듣는 커피를 만들고 싶어요.”
커피 애호가들에게 그래도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팁 하나만 소개해 달라고 졸랐다.
“원두 20g에 물을 부어 200~250L를 만들면 진하지도 너무 연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잊지 말 것은 천천히 물을 부으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악마같이 검지만 천사같이 순수하고 지옥같이 뜨겁지만 키스처럼 달콤하다.’ 18세기 프랑스의 성직자이자 외교관인 탈레탕이 남긴 유명한 커피 명언이다. 커피 한 잔 마시며 탈레탕의 명언을 되새겨 봐야겠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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