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의 늠름한 자태. 멸종위기야생동물2급이다.

부상당한 쇠기러기를 지켜보고 있기만 하는 독수리.

독수리의 멋진 비행 모습.

밭에 버려진 계분에서 썩은 닭 사체를 찾고 있는 독수리들.

독수리는 죽은 동물이나 썩은 고기만 먹어
생긴 것과 달리 겁 많아 까치에게 쫓기기도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월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양지리의 들판은 황량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독수리의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어느 논에서 이상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부상을 당했는지 날개를 늘어뜨린 쇠기러기 한 마리가 논에 앉아 불안한 눈망울을 굴리고 있고, 그 건너편엔 커다란 독수리 한 마리가 논바닥에 앉아 있었다.

곧이어 독수리의 날카로운 부리가 기러기의 가슴을 찢어놓을 줄 알았다. 하지만 독수리와 쇠기러기의 어색한 대치는 계속되고 독수리는 끝내 쇠기러기를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나니 독수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험하게 생긴 것과 달리 독수리는 참으로 겁이 많은 새다. 사람만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부상당한, 하지만 아직 똑바로 서 있는 기러기 하나 해치지 못하는 '여린' 새인 것이다.

독수리는 죽은 것만 먹는 청소동물로서의 본능에 충실한 동물임도 새삼 알 수 있었다. 호랑이가 배고프다고 풀을 뜯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독수리는 어떤 새인가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수리 중 가장 큰 편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머리 위 검은 깃털이 줄고 아주 짧은 솜털 같은 깃털로 대치된다.작은 무리를 이루다가 먹이가 있는 곳에는 다수가 몰려든다. 몸집이 둔하고 움직임이 느린 편이며, 까마귀나 까치 등에게 쫓기기도 한다. 날갯짓을 하지 않고 상승기류를 타고 오랫 동안 비행하면서 먹이를 찾는다.

몸길이 100∼112cm, 날개길이 250∼295cm 몸무게 6.8~14kg이다. 수컷의 겨울 깃은 뒷목과 정수리 피부가 드러나 있고 이마·머리꼭대기·눈앞·뺨·턱밑·멱·앞 목에 짧은 갈색 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뒷목과 닿는 부분에는 목테 모양 솜털이 있으며 머리에는 회색 솜털이 있다.

몸통 깃은 어두운 갈색이고 부리는 검은 갈색, 다리는 회색, 홍채는 흰색이다. 부리와 발톱이 날카롭다. 여름 깃은 온몸이 엷은 갈색을 띤다. 새끼수(산란수) 1마리 나무둥지나 바위에 둥지를 짓는다. 11월말 철원, 연천, 파주, 한강하구, 비무장지대 최근엔 고성, 산청 등지에서도 월동을 한다.

<글/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