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와 도로 건설로 매립되고 있는 한강 하구 습지

시암리 습지가 시작되는 김포시 하성면 전류리 주변의 모습

한강하구 전류리의 어로 작업 한계선에 떠 있는 고기잡이 배들. 뒤에 보이는 것이 신남습지이다.

농경지 매립 차량에 가로막혀 갈 곳 잃은 재두루미

농경지 매립 후 불법 공장, 물류 창고로 이용 되는 건물들

불법 물류창고, 아파트 짓느라 논 매립해 습지 생태계 단절
한강하구 습지보호구역 지정하고 손 놔, 후속 관리대책 시급

한강 하구가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지 8년이 지났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 17일 김포대교에서 강화군 송해면에 이르는 김포시, 고양시, 파주시, 강화군의 60.668㎢(1835만평)가 습지로 지정된 것이다.

당시 지정 주체인 환경부는 한강 하구의 일부를 람사르 습지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며,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비무장지대와 연계해 한강하구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하도록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수도권에 인접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서 생태관광 명소로 발전시켜 나갈 복안도 밝혔다.

습지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면 자연이 잘 보전될 것으로 누구나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현실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만 했지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한강 하구 주변의 논이 무차별적으로 매립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습지와 논은 얼핏 아무 상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논은 새들은 물론 어류, 양서류, 곤충의 서식지이자 홍수 조절, 토양 유실 방지, 수질정화, 온도조절 등 생태계가 유지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사실 논은 다양한 습지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나마 현재 한강 하구의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후평리, 석탄리 농경지가 훼손되지 않아 한강하구 습지의 명맥을 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중요한 생태적 기능을 하는지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이곳 농경지도 언제 훼손될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다.

현재 농지는 농민보다 외지인이 소유한 곳이 훨씬 많고, 농경지를 매립할 때도 신고 제도가 없어져 매립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폐기물을 묻지 않는 한 단속할 명분도 없다. 외지인 논은 어김없이 매립되고 영농창고라는 명분으로 공장, 물류창고로 불법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단속은 보기 힘들다. 이를 뻔히 보면서 어느 농지 주인이 돈 되는 매립을 망설일까.

한강 하구의 시암리 습지, 산남 습지를 아우르는 관리방안은 계획된 바 없다. 시암리 습지는 한강 하구 습지 가운데 최대 규모로 기수지역의 관문이다. 서해 바다와 예성강과 임진강, 한강이 만나는 역동적인 환경을 지니고 삼각주가 형성되어 있어 한강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곳이지만 정밀한 생태조사 및 관리 계획은 전무하다.

그동안 한강하구는 군사보호지역으로 생태 조사가 미흡하였고 왜곡된 유속과 생태변화를 유발하는 신곡수중보. 한강하구 지류의 오염, 재두루미 취식지, 한강하구 농지매립방지, 생물다양성관리계약 등 한강하구 습지의 건강성을 위해 한강하구 습지 전체에 다양하고 실질적인 보전계획 검토가 필요하다.

<글/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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