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바쁘고 지치지만 즐거움 나눌 수 있어 행복해



풍물의 매력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
어려운 이웃에 즐거움 주고 싶어 풍물과 춤으로 봉사 나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 따로 없다. 김포에서 열리는 축제와 행사장에 그녀가 없는 곳이 없다. 어느 날은 신나게 장구를 치고 있더니 다음 번 행사에선 갓 쓰고 도포입고 사뿐사뿐 버선발을 구르며 무대 위에서 선비춤을 뽐낸다. 남장도 그럴 듯하게 잘 어울리는 그녀. 김포의 잔치자리에 갈 때마다 무대 위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그녀를 보며 기자는 궁금했다. 팔방미인인 이 여자 과연 누구인가? 겨울답지 않게 포근했던 지난 27일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을 위한 힐링잔치에서 신명나게 장구를 치고 내려오는 그녀를 만났다.

악기에 춤에 다재다능한 무대 체질

장구채를 잡고 몰아지경에 빠져 얼마나 장구를 두드렸는지 무대에서 내려온 최성영 국장의 이마 위엔 땀방울이 맺혀 있다.
-지난번 행사에서는 북을 잡던데, 무대 맨 앞줄에 앉아서 연주하는 것을 보니 풍물단에서도 실력이 좋은가 봅니다.
“아니예요. 그냥 앉다보니 그런 거지 저 잘 못해요. 우리 풍물단 사람들 장구와 북은 기본으로 다 겸해서 해요.” 겸손이 지나치다.
-악기에 소질이 있나 봐요.
“어려서부터 첼로, 피아노 등 악기를 많이 가지고 놀았어요. 끝까지 간 적은 없지만. 그런데 그런 악기들은 혼자하는 것이어서 하다가 힘들면 그만두게 됐는데 풍물은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라 서로 의지하며 배우니 좋더라고요. 그 중에서도 장구는 양손을 다 써야 해서 배우기 어려운 악기이지만 장구 장단에 한번 빠지면 그 매력에 헤어나기 어렵죠.”
-연주하는 것을 보니 연주도 연주지만 흥에 겨운 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던데.
“어렸을 땐 잘 몰랐는데 제 안에 끼와 신명이 있나 봐요. 장단에 몸을 싣고 연주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몸짓이 나와요. 일찍 알았으면 연예계로 나가는 건데. 하하하”

즐거움 주는 문화 봉사에 나서다

“사물 배우고 서너 달 됐을 거예요. 하루는 선생님이 요양원에 가서 풍물 한번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잘 치지도 못할 때라 겁은 났지만 요양원에 가서 풍물을 하니 아픈 분들이 너무나도 좋아하시는 거예요. 그때부터 문화 봉사를 나가게 됐어요.”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고아원으로 양로원으로 봉사다니기 좋아했던 최 국장.
“어렸으니까 가진 것은 없고 그냥 찾아가서 빨래도 하고 음식도 만들고 그랬지요. 그런데 이제는 먹지 못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먹는 게 해결됐으면 그 다음엔 즐거움을 줘야지요. 몸을 움직여 봉사하는 것도 의미있지만 문화 봉사도 귀중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으니 정말 감사하죠.”
풍물 하나 하기에도 바쁜 와중에 전통 춤에도 도전했다.
“봉사다니다 보니 다양한 레퍼토리가 필요했어요. 어려서 춤을 잠깐 배운 경험도 있고 해서 진도북춤을 배웠지요. 아직은 멀었지요. 몸치인가 봐요. 거기다가 작년에 발을 헛디뎌 다리가 부러지는 사고도 있어서 춤 추는 것은 멈추고 있지요.”

김포 위상에 맞는 문화정책 필요해

일주일에 사흘 연습하랴 행사에 공연다니랴 봉사다니랴, 김포시풍물연합회 사무국장 일도 보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최성영 국장. 최 국장은 몸으로 느끼는 김포시의 문화정책에 할 말이 많다.
“인천만 해도 각 구마다 구립 풍물단이 조직돼 있어요. 구립이라 지원이 좋아서 단원들이 마음껏 풍물을 배우고 익힐 수 있지요. 1년에 거의 5천만원 정도 지원된다고 해요. 단원들은 실력향상에만 신경쓰면 되지요. 그런데 우리 김포시는 아직 멀었죠. 김포시풍물연합회는 사무실도 없어요. 행사장에 공연가면 식사는 해결되지만 교통비에 연습할 때 식비에 행사복 구입에 돈 들어갈 일이 많지만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하지요. 이제 김포시도 규모에 걸맞는 문화정책이 필요한 때가 됐어요.” 가슴 아픈 지적이다.

장애인과 함께 풍물익힌다

풍물로 공연과 봉사에 매진해 오던 최성영 국장은 요즈음 또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매년 풍물연합회 발표회가 있어요. 그런데 발표회를 하면 구경오는 사람도 적고 그냥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작년부터 장애인연합회에 요청해서 장애인들을 모시고 짜장면 한 그릇 대접하며 풍물공연을 했어요. 장애인분들이 너무나도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분들 내면에 담겨져 있던 감정을 마음껏 꺼내 발산할 수 있는 기회가 됐고요.”
이렇게 장애인과의 만남을 가진 최 국장은 드디어 사고를 친다.
“장기동에 장애인복지회관이 있어요. 그곳에서 장애인 아동들에게 풍물을 가르쳐 왔는데 예산이 삭감돼 강사비를 지급할 수 없어풍물교습이 중단됐다는 말을 전해 들었지요. 풍물을 배우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한다는 한 장애인 아동의 어머니 말을 듣고 고민 끝에 장애인 아동들에게 풍물을 가르치기로 결정했지요.”
그나마 일주일에 하루 정도 시간이 남았는데 이마저도 반납하고 장애인과의 만남에 빠져들었다.
“풍물을 배우는 데 비장애인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요. 하지만 집중력이 뛰어나고 감정을 표출하는 반응이 너무 좋아요. 이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감사하고 있지요.”

얼굴만큼이나 마음도 이쁜 최 국장.  하루하루를 보람있게 보내는 최성영 국장의 앞날에 축복을 빌어본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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