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수의 미술이야기 - 6

부산 감청동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작품의 특성…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꼭 필요
공공미술은 작가, 주민, 그리고 방문객까지 얽혀 있어…지역을 깊이 있게 이해해

길을 가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작품을 만나게 됩니다. 대규모 건축물 앞에 서있는 조형물도 있고 골목길의 벽화도 있으며 아기자기한 벤치나 스트리트 퍼니쳐도 접하게 되는거죠!! 조금 관심을 가지고 바라본다면 작품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겠지만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 승용차를 이용한 이동이 많다보니 한적하게 주변을 살피며 여유있게 걷는 경우가 드물어졌기에 대부분은 그냥 무관심하게 지나치게 됩니다.

이렇게 개인을 위한 작품이 아닌 공공적인 장소에 설치된 작품들을 보통 공공미술 작품이라 부릅니다. 말 그대로 공공의 장소에 설치되어 누구나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인 것입니다. 미술관에 전시되어 일부러 찾아가야만 볼 수 있는 작품과는 이런 점이 다른 거죠. 일반적으로 공공미술 작품은 공공성이 담보되어야 하기에 작가의 철학과 함께 작품이 설치될 장소의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간혹 장소의 특성과 맞지 않는 작품이 설치되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97년 강남의 테헤란로 포스코 앞에 설치되었던 미국인 작가프랭크 스텔라의 '꽃이 피는 구조물'이란 작품입니다. 포스코의 철강을 상징하며 폐금속 자재를 이용해 높이 9m 무게 30톤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의 이 작품을 시민들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고철덩어리 흉물이라며 철거할 것을 원했고 결국 시민들의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포스코는 철거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철거를 반대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아 아직도 철거는 되지 않고 그 자리에작품은 있습니다.

이렇듯 공공미술 작품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는 특성상 주민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꼭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작가들은 그저 본인의 철학이 담긴 작품만을 제작하다가 주민들과의 소통 또한 생각해야하니 숙제가 하나 더 늘어난 셈이죠 .

공공미술은 그 목적이 오늘날과는 다를지라도 수십 년간 계속해서 존재해 왔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근대 공공미술은 이순신 동상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건축물에 설치되는 조형물인 미술 장식품이 뒤를 이었고 도시미관 개선을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의 형태로 발전했으며 현재는 작가와 주민의 커뮤니티를 통해 주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파고드는 미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삶 속에 뛰어든 미술은 또 다른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2006년 아트인시티에서 제작 설치한 낙산프로젝트의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낙산은 서울 종로구 대학로 뒤편의 언덕에 자리한 이화마을로 1970년대의 낙후된 산동네 모습을 간직한, 어찌 보면 서울 중심에 있지만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마을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아트인시티의 소외지역 생활환경개선 공공미술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낙산 프로젝트는 조형물과 벽화, 스트리트 퍼니쳐, 이정표 설치, 주민참여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졌고 8년여 시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관광객은 물론 중국인 또한 꼭 찾는 서울의 유명한 관광지로 탈바꿈하게 되었답니다. 도심 속의 소외된 마을이 하루에도 몇천 명이 찾는 명소가 된 것이죠. 이에 부응하여 마을 사람들은 집을 개조해 카페, 식당 등을 운영 하며 주민 경제에 큰 기여도 합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기에 논란이 있느냐고요? 그것은 밤낮으로 너무나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다 보니 너무 시끄럽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다니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개인 집에까지 침범한 마을 곳곳의 수많은 낙서가 사유재산을 공유화 해 버린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면 2009년 마을미술 프로젝트로 시작된 부산의 감천동입니다. 6.25 때 피난내려와 천막과 판자집에 의존해 살던 달동네인데요. 너무나 낙후된 환경에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한두 명씩 떠나기 시작했는데 2009년 이후 몇 년에 걸쳐 지속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 명소로 알려지기 시작하였고 떠나갔던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카페도 열고 식당도 운영하며 활기를 띄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동시에 이화마을과 똑같은 문제도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과연 누구의 잘못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생기는 걸까요? 공공미술은 주최 측과 작가, 지역주민, 그리고 방문객까지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는 영역입니다. 그래서 단순히 작품 자체에만 신경을 써서는 성공적인 결과를 거둘 수가 없습니다. 먼저, 공공미술을 제작하는 측, 즉 작가와 주최측이 되는 기업, 정부 등에서는 해당 지역을 반드시 깊이있게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
지 않겠지요. 그리고 제작 과정에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켜 소통의 폭을 확대시키는 것은 이러한 이해에 직결되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마찬가지로 지역 주민 역시 이러한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우리 지역에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공공미술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를 얻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척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방문객들 역시 이곳이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실제 거주 지역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최소한의 조심성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최문수 (설치미술가, 김포미술협회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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