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역을 표시하는 행위를 하고 있는 재두루미 모습

철원 평야의 재두루미

철원 권재환 씨 부부 논 1만6000여㎡ 두루미 위해 쾌척, 한탄강변 먹이터
낱알 하나까지 거둬가는 세태, 이대로면 철원은 월동지 아닌 중간기착지 전락

우리나라 최대의 두루미 도래지라지만 철원평야에는 곤포 사일로용으로 모두 걷어가 볏짚은 찾아 볼 수 없고 당연히 낙곡도 사라져버렸다. 철새가 먹을 것을 찾을 수 없는 평야를 비닐하우스가 뒤덮고 있다.
철원평야는 한반도와 일본에서 월동하는 재두루미의 중간 기착지로도 매우 중요한 곳이다.

재두루미가 번식지인 러시아를 떠나 2000㎞의 긴 여정의 중간 기착지로 철원평야에 들른다. 10월 중순이면 3000여 마리가 이곳에 도착한다.

일본 가고시마현 이즈미의 월동지로 떠날 재두루미 무리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철원평야의 하늘을 날아다닌다. 시끌벅적 마음껏 떠들고, 몸짓 언어와 날개를 흔드는 자리다툼의 춤사위 향연이 11월 말까지 한바탕 펼쳐진다.

철원에 온 재두루미 가운데 2000여 마리는 일본으로 떠나고 남는 개체는 700여 마리에 지나지 않는다. 항상 많은 수의 재두루미가 떠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얼마나 열악한 상황이면 머나먼 일본으로 날아갈까? 이런 현실이 우리나라의 환경을 가늠하는 척도가 아닐까?

한탄강은 두루미에게 잠자리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장소이다. 평야에서 먹이를 먹던 두루미들이 목을 축이러 들른다. 또 다슬기나 물고기를 잡아 영양보충을 하고 목욕과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런 한탄강에 먹이를 공급하는 것보다는 평야에 먹이를 주어 생태의 습성과 자연성을 살려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탄강 상류인 철원군 동송읍 이길리의 권재환 씨 집에서 민박할 기회가 있었다. 민통선 지역이어서 일반인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이길리 동네 앞 한탄강에는 두루미 잠자리가 있고 그나마 안정적으로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있다.

권재환 씨의 안내를 받아 남방한계선까지 접근하여 두루미의 생태를 관찰해 보았다. 그곳 역시 사람의 방해는 받지 않았지만 곤포 사일로 탓에 들판에 볏짚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먹이가 부족한 상태였다.

이길리 권재환 씨 소유 농경지에 마련된 두루미 곡간


3박4일 동안 민박을 하면서 두루미 보호에 관해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듣던 권재환씨 부부가 선뜻 두루미를 위하여 한탄강과 인접한 본인의 논 1만6000여㎡(약 5000평)를 내놓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동안 두루미를 위해 그 토록 하고 싶었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이 마음이 홀가분해 졌다. 다음날 논을 답사하였다. 두루미들이 선호하고 먹이를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계단식 형태의 논이다. 동쪽 방향은 한탄강 풍광과 어우러져 뛰어나다.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강원 도지회설립 인증서를 들고 있는 권재환(왼쪽), 김일남 씨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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