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금속 포함,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IT시대. 새로운 기능을 갖춘 전자제품들이 하루에도 수 십개씩 쏟아져 나온다. 그에 따라 전자제품의 사용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버려져 재활용 되지 못하는 전자제품은 '전자쓰레기'라고 불리며, 세계적으로 급격한 증가추세에 있다. 영화 <월-E>의 이야기가 단순히 영화 소재가 아니라 현실화될지도 모를 상황에 처해있다.
 
환경재앙이 되어버린 전자쓰레기

유엔환경계획(UNEP)은 세계 전자쓰레기 배출량을 연간 4,000만~5,000만 톤으로 보고 있다. 해마다 TV, 세탁기, 냉장고와 같은 전자제품이 2천만대 가량 버려지는 셈이다. 국제사회는 전자쓰레기를 자동차 매연보다 심각한 환경재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전자쓰레기를 외국으로 불법 수출한다는 점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 대부분의 전자업체는 재활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자폐기물을 개발도상국에 수출하거나, 처치 곤란해진 페전자제품들을 배로 실어 가난한 제3세계에 버려왔다. 선진국에서 처리하는 것보다 ‘수출’하는 비용이 덜 들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전자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것이 문제가 되자 1989년에는 '전자쓰레기 등 유해 폐기물의 발생을 최소화하고, 국가간 이동을 조건에 따라 제한 또는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바젤협약'이 탄생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법적으로 전자쓰레기는 해외로 방출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전자쓰레기의 대량 인입으로 세계의 전자쓰레기장으로 전락했다. 전 세계 전자쓰레기의 80%가 아시아로 흘러 들어가는데, 그 중 90%가 중국에 들어오고 있다.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물질 발생

늘어나는 양도 문제지만, 전자쓰레기의 처리도 큰 문제다. 전자쓰레기는 에폭시수지, 섬유유리, 폴리염화 바이페닐(PCB), PVC, 열경화성 플라스틱, 납, 주석, 구리, 규소, 베릴륨, 탄소, 철, 알류미늄이 대다수이고, 카드뮴, 수은, 탈륨도 포함되어 있다. 전자제품의 유해 물질은 건강에 직접적으로 나쁜 영향을 미친다.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 유입된 전자폐기물을 싼 임금의 어린이들을 동원해 분해하거나 재활용한다. 값나가는 금속을 찾기 위해 독성물질이 가득한 전자제품을 그냥 태우거나, 구리를 얻기 위해 염산에 담갔던 회로기판을 맨손으로 긁어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납이나 수은 등 중금속 오염에 노출된다. 납은 신경조직을 파괴하거나 간을 손상시키고, 카드뮴은 폐와 신장 장애, 단백뇨, 후각 상실 등을 유발한다. 휴대전화의 회로기판은 소각할 때,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을 발생시키고, 액정을 소각하면 인체에 치명적인 다이옥신이 나온다.

땅에 매립하는 것도 문제다. 전자쓰레기는 썩지도 않을뿐더러 땅과 공기, 물을 오염시킨다. 한 해에 버려지는 휴대전화 854만대에 포함된 납은 2,220kg인데 이는 4,000만 톤의 물을 마실 수 없는 물로 오염시킨다.

결국, 재활용이 답이다

폐전자제품 내부에는 금과 은, 구리 같은 금속이 들어 있어 폐기처분하기에는 아까운 자원이다.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는 0.05g~0.2g의 금이 존재하며, 폐휴대전화 1톤에는 금 280g, 은 3kg, 구리 100kg이 들어 있다.
우리처럼 자원이 부족한 일본은 폐기된 전자제품에서 인듐과 같은 희귀금속을 추출하는데 집중하고 있으며, 미국과 독일도 전체 사용되는 희귀금속 중 40%를 폐기된 전자제품으로부터 얻고 있다. 금속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연간 58만톤이나 되는 폐전자제품을 어떻게 관리해야할지 현명한 대처방안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2003년부터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를 단계적으로 시행해 전자제품과 휴대전화, 복사기를 생산한 기업이 수거하고 재활용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유럽연합은 2008년부터 전자제품 재활용비용을 생산자가 부담하게 하는 '폐가전제품의 의무재활용에 관한 규제(WEEE:Waste Electrical and Electronic Equipment)'를 시행해 오고 있다. 문제는 홍보 부족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새전자제품을 살 때, 쓰던 제품을 반납하도록 하는 의무제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위해 헌 제품을 가져오면 제도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기자는 초등학교 시절, 한 달에 한 번씩 폐휴지, 폐품을 모아오라고 했다. 각 반별로 그 양을 측정해 1등한 반에는 축구공을 상품으로 줬던 기억이 있다. 소형제품 재활요한다고 따로 생길 게 없고 귀찮기만 하니 ‘그냥 버린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에게 동기를 유발할 수도 있을 듯하다.

종량제 실시 이후 쓰레기 배출량은 눈에 띄게 줄었고, 재활용률은 늘어났다. 재활용은 단순히 아끼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키는 일이다. 살기 좋은 지구, 건강한 지구를 만들기 위한 일에 이제 모두가 머리를 맞대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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