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수의 미술이야기 - 3



최문수
공공미술가. 설치미술가.
김포미술협회 자문위원.
경기도미술협회 공공미술분과 위원장.
김포공공미술발전소 대표.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졸업


미술사는 크게 사조에 따라서 시대를 나눈다. 각 사조는 보통 시간의 흐름 속에서 기존에 지배적이었던 사조의 특징에 반기를 든 화가가 새로운 양식의 작품을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이기에 아무런 연관성 없는 독립된 개체로 보기에는 어렵다. 게다가 사조와 사조의 경계부근에서는 언제나 공통점이 상당수 발견되기도 하고 한사조 안에 다른 사조가 포함되기도, 두 개의 사조가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사조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고유의 특징을 갖지만, 그 중에서도 '인상주의'라는 익숙한 제목의 사조가 미술사에서 점하는 위치는 특별하다. 1800년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혁명의 영향으로 개인의 주체성에 대한 관심이올라갔다.

이에 따라 미술계에서는 개인 주체의 시각적 체험이 강조된다. 신과 이성, 그리고 감성을 기반으로 했던 18세기까지의 미술과 반대로 개인이 직접 경험하고 본 것을 그대로 그리는 사실주의의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인상주의는 사실주의 중에서도 시각적 사실주의에 해당한다. 시각적 사실주의란, 오직 눈에 보이는 형태와 색채만을 캔버스 위에 표현하는 차가운 시각을 기반으로 한다. 다시 말하자면, 육체의 다른 감각이나 심리, 감성은 전혀 개입시키지 않고 오직 망막에 맺힌 상만을 기록하는것이다.

이러한 시각적 사실주의로서의 인상주의의 막을 연 대표적인 화가는 클로드 모네이다. 모네의 <해돋이>(1874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빛의 효과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표현한 가장 인상주의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이다. 그의 인상주의는 물론 처음에는 보수적인 비평가들에게
조롱의 대상이 되었고, 후배 화가들에게는 선구적인 미술운동으로서 작용했다. 그러나 십 년 뒤 이미 당대를 지배하는 화풍으로 자리 잡았으며, 모네로부터 시작된 인상주의에 속해있던 화가들이 모네의 화풍에서 변화를 더해 다양한 방향으로 회화를 진행했던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이그 계보를 이어받는다. 그리고 후기 인상주의 화가들 중에 오늘날 특히 많은 사랑을 받는 빈센트 반 고흐가 있다. 앞서 인상주의가 감성을 배제했던 데 반해, 후기 인상주의의 반 고흐는 화가들에게는 감정을 표현할 자유가 부여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반 고흐는 형태보다는 색채에 애착을 가지고 탐구했다.

모네 <해돋이>(1874)

고흐 <삼나무가 있는 밀밭>(1889)

그래서 그의 풍경화 <삼나무가 있는 밀밭>(1889)는 모네의 <강>(1868)과 비교했을 때 색채는 보다 강렬하고 단순하며 훨씬 더 진동하는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의 색채가 관찰을 배제한 가상의 색은 아니며, 나름의 시각 세계에 대한 고찰의 결과로 나타난 것임을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 여러 통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인상주의가 특별히 중요한 사조로 평가받는 이유는 근대의 사회적, 사상적 변화와 맞물려 등장한 사조이기 때문이다. 인상주의에서의 시각 주체는 철학자 데카르트의 주체 개념과 맞물리며, 시각적 사실주의는 괴테의 색채론에서 기원한 개념을 차용한다. 또한, 반 고흐가 인상주의자이면서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표현주의에 속하기도 하는 것처럼 인상주의와 점철되는 사조는 다양하다. 또한 반 고흐 뿐 아니라 툴르즈 로트렉, 에드바르트 뭉크 등 내면의 불안 증세를 표현하는 화가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모네의 자연주의적 인상주의에서 출발해서 후기인상주의에 이르기까지 인상주의라는 하나의 틀 안에서도 다양한 화풍이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19세기 후반에는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체가 등장한다. 사진은 주체의 시각성, 즉 주체가 보는대로 나타낼 수 있는 강렬한 사실주의적 수단이다. 기록의 수단이 아닌 회화나 판화와 같은 예술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사진은 21세기인 현대에도 물론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매체이다.

요약하자면, 인상주의는 근대 시민 계급의 성장과 개인주체에의 관심의 증대로부터 시작해서 근세와 근현대를 가르는 길목에서 상당히 여러 갈래로 얽혀 있는 복합적인 사조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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