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 쓰고 평생 고민하느니 돌려주고 편히 살자 했어요

미담의 주인공 양경숙 씨

양경숙 씨와 양촌비전교회 장영석 목사

현금 2천7백50만원을 그대로 돌려줘 화제가 된 미담의 주인공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돈을 잃어버렸던 A씨 역시 사례금도 마다하고 연락해도 전화도 잘 안 받는다며 발을 굴렀다. 여러차례 묻고 물어 연락이 된 양경숙 씨. 그러나 만나자는 말 꺼내기도 전에 극구 사양이다.

양 씨가 다니는 양촌비전교회 장영석 목사님을 가운데 껴서야 마지 못해 기자와 만난 양경숙 씨. 미담의 주인공 답게 온화한 미소가 아름다운 보통 이웃 여인이다.

-돈을 돌려주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저도 사람인데 돈을 보니 욕심은 생겼죠.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생겼나 하나님을 원망했을 정도예요. 눈 딱 감고 필요한 곳에 쓰고 나중에 하나님께 벌을 받으면 안 될까 고민도 했죠. 그러다 목사님께 말씀드렸어요.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목사님께서 뭐라고 하시던가요.
“제 말을 들은 장 목사님이 조금이라도 망설이셨다면 아마 욕심이 생겼겠죠. 목사님은 제 말을 듣더니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집사님, 그거 쓰고 평생 마음고민 하느니 돌려주고 편하게 사세요. 그러시는 거예요.”

-사례하겠다는 것도 마다했다는데.
“제가 사례금 받을 것 같았으면 아예 돈을 돌려주지 않고 제가 다 썼겠죠. 마음이 편하고 아주 즐거워요. 그러면 됐지요.”

양경숙 씨가 다니는 교회는 양곡 구시가지 우체국 앞 건물 3층에 자리잡고 있는 작은 개척교회다. 신자 수라야 30명 정도인 조그마한 교회. 개척교회 사정 역시 넉넉한 형편이 아니다. 장영석 목사는 “봉고버스가 필요해서 요즘 작정하고 있어요. 하나님이 선물해 주셨나 욕심도 났지요. 그래도 하나님의 뜻은 돈을 잃어버려 상심이 클 사람에게 어서 돌려주는 것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그 목사님에 그 신도다.

알고보니 양경숙 씨의 선행은 이번 일만은 아니었다. 이번 선행도 어쩌다 우연히 일어난 것은 아니라는 말. 마송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양 씨는 그동안 주위의 어려운 이웃과 독거노인들을 보살펴 칭송이 자자했던 인물. 선행이 알려져 지난해엔 김포시장 표창도 받았고 올 연말에는 대통령 표창도 받을 예정이라는 목사님의 귀띔이다.

이번 미담이 소개된 뒤 방송국을 포함 여러 언론에서 연락이 왔지만 모두 거절했다는 양경숙 씨. “이제 김포신문에 소개되면 앞으로는 나쁜 짓도 못하고 살 텐데 큰일 났네요”라며 걱정이 앞선다. 세상이 갈수록 각박해지고 흉흉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나는 요즘. 양경숙 씨와 같은 사람이 있어 세상은 살 만한가 보다.

김종훈 기자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