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도평엔 작지만 큰 생명의 희망이 남아 있다

김포시 북변동과 걸포동, 사우동에 걸쳐 위치한 홍도평

홍도평에 내려앉는 큰기러기 무리

자연보호를 위해 무조건 반대해야 하는 무모한 시대는 지나갔다. 인간이 자연의 반려자로서 서로의 공존을 위하여 대안을 찾고 자연의 가치를 접목하여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

김포시가 숙원사업인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천연기념물 제203호) 재두루미와 멸종위기야생생물2급 큰기러기 서식지를 관통하는 도로인 시도 5호선 건설을 추진한다.
생태 환경을 고려해 한강유역환경청은 그동안 김포시의 시도 5호선 건설 사업을 반려해 왔다. 하지만 최근 김포시는 한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하지 않고 도로를 건설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해당 사업 부지인 홍도평은 재두루미의 서식지로 재두루미와 큰기러기의 주요 월동 취식지다. 홍도평은 먼 옛날부터 기러기의 땅이었다. 김포 팔경 중의 하나가 홍도낙안(紅島落雁)이다. 붉을 홍(紅), 섬 도(島), 떨어질 낙 (落), 기러기 안(雁), 곧  ‘홍도에 기러기 내려 앉는 모습이 아름답다’ 하여 선인들이 붙여준 이름이다.

시도 5호선 개설 계획도

시도 5호선 개설은 김포시의 오랜 숙원 사업
환경영향평가법이 제정된 건 지난 2006년. 김포시는 환경영향평가법 제정 전인 지난 2004년 시도 5호선의 도시계획 시설결정을 입안했다. 쉽게 말해 입안 당시의 규모라면 환경영향평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김포시는 올해 3월 보완설계용역에서 성토부를 보강토 옹벽으로 대체 설치해 도로 폭을 줄이고, 당초 계획했던 48번국도(태장로, 장기동~고촌읍 김포우회로) 연결 교차로를 일단 제외해 도시계획시설 결정 면적의 10% 미만으로 규모를 줄여 전략적으로 환경영향평가를 피할 수 있게 계획했다.
지난 10년간 김포시는 시도 5호선의 개설을 숙원사업으로 매달려 왔다. 시민사회 역시 시도 5호선의 개설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도로개설이 환경을 뒤로 미룬 채 맹목적인 개발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재두루미 보호대책과 함께 시도 5호선을 개설할 수 있는 의견을 김포시에 제시했지만 결국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재두루미와 필자가 화근 덩어리로 외면을 당해 왔다.

한강하구의 상징 재두루미. 사진은 김포시가지를 배경으로 나는 재두루미 무리.

재두루미는 한강하구의 상징적 의미
홍도평에는 지구상에 500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은 재두루미 30여 마리가 한강하구의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다. 한강하구에 인접한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는 1970년대 중반까지 재두루미 3000여 마리가 월동하는 지역이었다. 그러나 간척사업으로 인해 갯벌이 농경지로 변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재두루미는 1992년 12월 홍도평에서 7마리가 월동하는 것이 관찰되면서 22년 동안 필자는 보호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그 숫자가 최대 120마리로 늘어났지만 현재 무분별한 농지매립으로 이제는 30여 마리가 월동을 하며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두루미들이 홍도평야를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때문이다. 결국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리고 그 후로도 계속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김포시의 노력이 김포가 생명의 희망이 되는 땅이 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어김없이 올해도 재두루미와 큰기러기는 김포를 찾아온다.
김포시민 대다수는 재두루미가 해마다 도심 속 북변동, 사우동 풍년마을 아파트 뒤편에 홍도평을 찾아온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재두루미가 도심 속을 찾아오는 경우는 홍도평 뿐이다, 재두루미는 한강하구의 상징적 의미와 김포 자연환경의 우수성을 나타내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반려자로서 공존할 방안을 찾아야
자연보호를 위해 무조건 반대해야 하는 무모한 시대도 지나갔다. 인간이 자연의 반려자로서 서로의 공존을 위하여 대안을 찾고 자연의 가치를 접목하여 미래를 약속할 수 있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김포시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아 환경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며“필요하다면 지역 사회와 해당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김포시는 숙원사업 때문에 환경평가를 받지 않고 시도 5호선이 진행될 수 있다는 공을 앞 다투어 언론을 통해 보도하면서도 재두루미 보호에 대한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다.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 지 안타까운 일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의 시도 5호선 환경영향평가가 불필요해지자 김포시는 다행이라고 쉽게 생각하는 눈치다.
재두루미는 결코 개발의 걸림돌이 아니다. 자연과 함께 가자는 자연의 해답일 뿐이다. 그동안 환경에 무관심하고 개발만 앞세워 상생의 길을 열지 않았던 것이 김포시의 문제다.
지난해 김포시 걸포동 걸포사거리(황금교)에서 48번국도 우회도로를 접속해 김포한강로에 이르는 시도 1호선 확장포장사업이 한강유역환경청과의 협의에서 전격 통과됐다.
총연장 1.4㎞, 왕복 2차선의 현 도로에 284억원을 투입, 2016년 12월까지 폭 27~37m의 4차선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시도 1호선과 시도 5호선은 직선거리로 불과 600여m 떨어져 있다. 홍도평 재두루미 월동지를 사이에 두고 2개의 도로가 김포한강로와 연결되는 것이다. 과연 시도 1호선과 2호선에 총 621억의 투입이 타당한지도 검토해봐야 할 사항이다.
한강유역환경청은 김포시에 보낸 시도 1호선 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서 재두루미 등 철새의 취식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홍도평에 대한 보전·관리 방안과 환경영향 저감대책을 강구한 후 공사를 시행할 것으로 요구했다. 이와 함께 겨울철 철새도래지 공사를 지양하고 야간공사 금지, 저소음·저진동 장비사용과 저소음 포장재 사용을 주문했다.

개발과 환경보전이 함께 이루어질 방안 마련해야
김포시의 일방적인 행보도 우려가 된다. 과연 김포시는 재두루미 서식지에 대한 보전계획을 수립했는지 의심스럽다. 겨울철 진객 재두루미가 찾아오는 것조차 쫒아버리는 어리석음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고 전 세계적으로도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수치스런 일로 남게 될 것이다.
이제라도 시민들의 개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지역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한강하구에 위치한 김포는 강과 바다, 평야, 새를 품고 있는 천혜적인 자연조건과 동아시아 철새들의 중간기착지이자 서식지로 서해와 한강이 만나는 기수지역의 특징을 갖추고 있는 수생생태의 보고이다. 지금이라도 김포가 지니고 있는 특징적인 자연환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특화된 도시로서 충분한 경쟁력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환경은 한 번 훼손되면 복원이 어렵다. 이젠 도심 속을 찾아오던 재두루미가 위기의 땅 홍도평에서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에 대한 몫은 김포시의 과제다. 새들 외면하지 않는 땅, 아직까지 홍도평엔 작지만 큰 생명의 희망이 남아 있다.

글/사진=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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