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으로 시집올 테니 장학금 주세요


즐거워서 하는 일...더 많은 금액 주지 못해 아쉬워
학생 스스로 자천...다양한 학생에게 장학금 지급
월 1만원씩 회비 모아서 운영...회원 300명이 목표

“돈 많이 벌면 남을 위해 쓰고 싶다.” 누구나 한번쯤 이런 생각 해 봤을 터.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남을 위해 내 주머니를 헐어 내 돈을 쓴다는 거 말처럼 쉽지도 않고 그런 삶을 사는 사람도 거의 없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학생들의 공부방을 지키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장학사업을 수년째 조용히 벌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 통진나루장학회 홍갑동(51) 회장이 그 사람이다.

180명 선후배가 모여 장학회 만들어

-쉽지 않은 장학회를 수년째 하고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우연한 기회에 선후배들과 모여 얘기하다가 월 1만원씩 내는 계라도 하자 해서 시작됐어요. 사용처는 나중에 함께 상의해서 결정하기로 하고. 그래서 처음엔 36명이 시작했어요. 한 3년 정도 지나니까 돈이 꽤 모였더라고요. 회원도 180명으로 늘었고요. 그래서 다같이 모여 이 돈을 어디에 쓸까 상의했죠. 다들 얘기가 좋은 데 쓰자, 그러다가 장학회 얘기가 나와서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했어요.”

-모인 돈을 종자돈으로 사업을 시작한다든가 해서 장학금으로 쓰나?

“아니지요. 한 해 동안 모인 돈을 연말에 정산해서 총 금액이 나오면 장학금으로 다 사용해요. 다음 해는 또 1년 동안 모아서 하고요. 1년 모은 돈으로 주다보니 대학생에게는 150만원, 고등학생에게는 100만원을 지급할 수 있어요. 1년에 지급하는 학생수는 18명 정도 돼고요.”

-장학금 대상 학생 선정이 독특하다던데

“공부 잘하는 학생 뽑아서 순서대로 주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우린 장학금 받을 학생 스스로 자신을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했어요. ‘난 이러이러한 학생이고 이러이러한 일을 잘한다. 앞으로 이러한 계획을 하고 있다’는 추천서를 학생들이 보내면 저희들이 심사해서 장학금을 받을 학생을 선정하지요. 돈 대신 현물로 달라고 한 학생들도 있어요. 자기가 축구를 잘하고 축구로 대성하고 싶다는 학생이 있었는데 축구화로 받을 수 있냐고 해서 축구화와 공을 사서 주었지요.”
이렇게 장학생을 선발하다 보니 주로 열심히 사는 학생들이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성적순으로 학생들을 줄세우는 세상에서 참으로 별나고 또 참교육적인 장학사업이다. 학생 스스로 추천하는 제도이다 보니 여러 가지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프리젠테이션이 벌어진다. 몇 사람 거치다보면 누구네 집 아이인지 알 수 있어 거짓말은 걸러진다. 감사한 것은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커서 장학회 회원으로 돌아와 활동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신협에 독서실 꾸며 20여년간 학생들과 동락

통진에서 태어나 통진중고를 졸업한 홍 회장. 홍 회장의 아버지는 통진에서 연탄대리점을 오랜 기간 운영해 왔었다. 잠시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던 홍 회장은 고향으로 내려와 아버지를 도와 연탄배달업에 종사하게 됐다.
“학교 은사이셨던 선생님이 통진신협 이사장으로 계셨는데, 하루는 선생님이 신협에 있던 독서실을 운영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얼떨결에 열쇠를 맡아 독서실을 운영한 게 25년 세월을 보내게 됐어요.”
통진신협 건물 2층에는 지역 학생들을 위한 조그마한 공부방이 있었는데 책임지고 맡아 볼 사람도 없고 해서 유명무실하던 독서실이었다. 그런 독서실을 홍 회장이 맡아 애들이 쉴 수 있도록 방도 보일러를 깔아 만들고 책도 사 넣고 하면서 꾸려나가기 시작했다.

“신협에서는 장소만 제공한 셈이고 살림은 제가 다 꾸려야 했어요. 독서실은 새벽 2시까지 문을 열었는데 집이 먼 학생들은 잠도 재우고 아침밥도 먹여야 했지요. 연탄배달일은 낮에 몰아서 하고 애들하고 밤새 부대끼다 보면 하루가 짧았어요. 돈이요? 많이 들더라고요. 쌀도 한 달에 한 가마는 들어가고요. 난방비에 뭐에 25년 독서실 운영에 아파트 한 채는 들어갔을 거예요.”

독서실에 매여 있다보니 다른 곳에서 일자리가 들어와도 엄두도 못냈다. 1개에 3.6kg 나가는 연탄을 배달하며 피곤한 몸이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재미에 힘을 냈다.
“재미 있더라고요. 보람도 있고요. 독서실 총무 역할에 기숙사 사감 역할에, 동네 선후배 사랑방 역할에 시간가는 줄 몰랐어요. 함께 부대낀 독서실 애들이 나중에 장학회 회원이 됐고요. 지금 장학회 회원 가운데 독서실 출신이 한 80% 될 꺼예요.

장학사업 좀더 키워 장학금 많이 주고 싶어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동참하는 선후배가 있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장학사업을 하고 있는 홍 회장. 그런 홍 회장에게는 꿈이 있다.
“장학회 회원 늘리는 일이 쉽지만은 않아요. 어떻게 하면 회원을 늘려 장학금 지급 액수를 더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하지요. 그래서 지난 봄 통진신협 이사장직에 출마하기도 했고요. 신협 이사장에 있으면 회원 확보도 더 잘될 것 같았어요. 비록 떨어졌지만.”지난 2월 통진신협 이사장 선거에서 1차에선 한 표, 2차에서 열 표 차이로 아쉽게 낙선한 홍 회장. 그러나 이사장이라는 명예 때문에 출마한 것은 아니어서 아쉬움은 없다.
“생활협동조합 같은 방식을 구상중이예요. 회비를 단순히 모아 장학금 지급하던 데서 좀 한발짝 나가야지요.”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 마음껏 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는 홍갑동 회장. 촌스런 이름 만큼 순박한 웃음 짓는 홍 회장. 통지나루장학회의 번성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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