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성공은 풍수의 발복에 앞서 경영자의 탁월한 지략,
그리고 피와 땀을 아끼지 않았던 근로자들이 있었기 때문

풍수가(風水家)를 예부터 감여가(堪輿家)라고 불렀다. 감여란 만물을 포용하며 싣고 있는 물건이란 뜻으로 곧 하늘과 땅을 뜻하는데, 감여가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헤아려 볼 줄 아는 사람을 뜻한다. 요즘 한국보다 중국이나 대만, 홍콩 등에서 풍수가 명성을 날리고 있다. 검증되지 않는 출처불명의 논리와 이론들이 혹세무민(惑世誣民)하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풍수는 과학인가? 미신인가? 필자가 출장강의를 할 때마다 늘 듣는 얘기이다. 이 시대 진정한 감여인이 있는가? 필자 자신에게 자문해 본다.

  지금부터 한국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풍수의 허와 실에 대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인터넷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므로 숨길 것도 없다. 지금의 삼성이란 재벌이 있게 한 호암 이병철 선생의 생가(生家)와 관련한 양택풍수 얘기를 하고자 한다. 세계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삼성신화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신화를 창조한 원인내지는 저력의 이유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 그래서일까 풍수 좀 한다는 사람치고 재력의 상징인 삼성에 대하여 풍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호암의 생가에 대하여 그럴듯한 입담을 늘어놓는다. 마치 풍수적 요인으로 발복을 받아 오늘의 삼성을 이루게 된 것이라고 현혹한다. 그래서 필자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골치 아픈 좌향(坐向)의 논리는 접어두고 호암의 생가에 대해 회자되고 있는 내용을 보면 대략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풍수에서 부(富: 財物)의 상징은 물인데 호암의 생가는 큰 우물이 있고 그 양 또한 엄청난 수량으로 마르지 않는다는 것이고(그림1), 둘째는 호암 생가를 감싸고 있는 배후의 산맥이 마치 지폐(돈다발)를 상징하는 바위가 강한 기(氣)로 생가를 감싸고 있다는 것이다.(그림2) 이러한 이유로 호암선생은 재력가가 될 수밖에 없으며 양택풍수적으로 재물이 풍성한 집터의 발복에 의해 오늘의 삼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이 들으면 그럴 듯한 얘기이다. 과연 그럴까? 한국의 전통지리학인 풍수를 이렇게 단순논리로 끌고 와 설명해도 되는 것일까?

  다시 호암 선생의 생가에 대한 풍수얘기로 돌아가 보자. 호암 선생의 생가는 <그림3>에서 보다시피 마을을 진호(鎭護)하는 진산을 주산(主山)으로 오른쪽으로 감싸 돌아 진행하는 용맥 아래(그림의 사각표시)에 있다. 앞에는 주산 아래에서 합수(合水)된 물(그림3의 점선 표시)이 생가 앞으로 흐르고 뒤는 배산(背山)이 되어 배산임수(背山臨水)터에 좌립(坐立)하고 있다. 집 앞면으로는 후천적인 복을 안겨준다는 후원자를 상징하는 안산(案山)이 양택의 격에 맞춰 있고 향(向)이 바르다. 토질은 미사토(微砂土)가 섞여 있어 배수(排水)가 용이하여 양택지의 토질조건을 갖추고 있다. 생가 안채로 진입하는 공간에는 화단을 조성하여 기(氣)가 누설되지 않는 풍수조건을 갖추고 있다. 생가 내 우물(그림3의 적색 사각표시)은 안채의 후방이 아닌 전방의 마당에 있고 물이 풍족하여 재물이 마르지 않는다는 풍수조건에 합당하며 주산을 중심으로 살풍(殺風)을 잠재우는 장풍(藏風)의 국세(局勢)에 있다. 따라서 호암 선생의 생가 터는 풍수적 길지(吉地)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그러나 풍수 호사가(好事家)들의 말처럼 유독 호암의 생가만 물이 풍족하고 지폐를 상징하는 바위(그림3의 적색 화살표 방향)가 있어 오늘의 삼성신화를 창조했는가? 문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호암 생가 주위의 지형을 살펴보면 물이 많은 지형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유는 지폐에 해당하는 암석과 결정구조에 있다. 지리학적으로 마을이 입지한 지형의 암석은 셰일층 내지는 점판암이라는 결정구조를 가지고 있다. 바위에 금이 가서 생기는 틈인 절리(節理) 형태는 판상절리를 이룬다. 이러한 암석구조는 층층이 퇴적되어 있어 마치 지폐를 쌓아 놓은 것과 같은 형태를 지닌다. 판상절리층 사이로는 지하수가 스며들어 수직으로 깊이 흐르는 것이 아니고 수평으로 얕게 흐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호암 생가 인접의 모든 지형은 물이 풍족할 수밖에 없고 어디를 파든 암석의 결정구조는 떡시루의 시루떡처럼 층층이 겹을 이루고 있다. 호암의 생가는 이러한 지형구조상에 입지하고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오늘의 삼성은 풍수의 발복에 앞서 경영자의 탁월한 기업가 정신과 지략, 그리고 삼성의 일원으로 피와 땀을 아끼지 않았던 근로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풍수의 논리가 합당하더라도 그들의 노고에 우선 할 수는 없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 시대 진정한 감여인이 아닐까?

장정환
풍수지리학 자연지리학박사
한국풍수지리감정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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