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 영화 ‘인도차이나’의 배경인 아름다운 하롱베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이다. 우리 일행 35여명은 관광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자동차로 4시간30분이 걸렸다. 나는 하롱베이로 가는 가을 길목에서 끝없이 넓고 방대한 황금빛 물결을 본다. 평야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추수가 끝난 뒤라서 벼 그루터기만 남은 논바닥에 소들이 볏집을 뜯는 광경을 보니 평화스러워 보였다. 이 나라는 이모작으로 쌀 생산이 세계 1위란다. 우리는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저녁식사로 삼겹살에 상추쌈을 맛있게 먹었는데 식당 여종업원들을 보니 모두 아름다운 모습이 매력적이다. ‘여정은 연정’이라고 했던가. 그래 그런지 그녀들이 더욱 아름답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시내 호텔에서 하루 밤을 묶고, 아침 7시 하롱베이를 구경하기 위해 부두에서 배를 탔다. 화창한 날씨 덕분에 섬들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들은 배에 올라 아름답고 그림같은 하롱만(灣)을 돌았다. 하롱만은 120km의 해안선을 가지고 있다. 크고 작은 이름 없는 섬이 3,000여개에 달하며 기암괴석의 섬들이 우뚝우뚝 서 있다. 섬은 태양의 위치에 따라 빛이 변하고 날씨에 따라 또 다른 정취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림 같이 펼쳐진 주변의 섬들을 지나 30분가량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나가자 드디어 하늘의 궁전 같다는 “천궁석회석 동굴” 앞 부두에 도착했다.
 
천궁석회석동굴은 하롱만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힌다. 동굴의 좁은 입구와는 달리 130m 길이에 웅장한 동굴 내부가 드러난다.

“와!~” “세상에 이런 환상적인 비경(秘境)이 어디에 또 있을까?”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이 처럼 아름다운 대 자연을 우리에게 거저 선사해 준 창조주에게 감사할 뿐이다. 동굴은 내부 조명으로 꾸며져 있어 천연동굴의 환상적인 자태를 보니 잠시 우두커니 서서 넋을 잃고 말았다. 그 규모가 서울 월드컵축구경기장을 방불할 정도이지만, 동굴 안의 천장에서 내려온 석회석의 여러 형상들은 정말이지 장관이다. 이 동굴은 수세기 전에는 해적들의 은신처였고, 몽골군의 침공 때는 군사적 요새지로 오천 명의 군사가 동굴 안에 숨어 있다가 몽골군을 물리친 적도 있다고 한다.

하롱베이는 유네스코가 199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 선포했으며 면적이 1553㎢인  광활한 곳이다.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국립공원으로서 유네스코는 남미의 아마존 다음으로 아름다운 경관으로 선정했다.

배는 잔잔한 물결을 가르며 부두로 귀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산꼭대기에서 갈매기의 천적인 독수리 한 마리가 이별의 큰 날개 짓을 벌리며 쏜살 같이 뱃머리를 스친다.   하롱베이는 지난 통한의 역사를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지 않았나 싶다. 비통함을 통분하면서 말이다. 그 아름다운 비경이 훼손되지 않고 영원히 보존되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택룡
세무사/경영학박사/본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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