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세월의 희망’
40년간 공구상가를 운영하며 알뜰히 모은 2백억대의 재산을 김포외국어高 설립에 투자, 사회에 환원코자 하는 전 병 두씨(55).
교육여건 향상을 위해 특수목적고 유치와 명문고 육성 프로그램을 추진하던 김포시에 올해초 중년의 한 사내가 찾아왔다.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옷차림의 그가 내뱉은 말은 김포시 월곶면에 외국어고교를 설립하겠다는 청사진. 김포시와 道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설립을 추진해온 그의 ‘15년 세월의 희망’을 확인하기까지 쉽게 설득되지 않았다.
외국어고교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2백억원대의 막대한 예산과 매년 5억원 정도의 자금 지원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웬만한 재력가도 쉽지 않은 일을 남루하고 그 흔한 승용차도 없는 중년신사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2개월 후 김포시청 담당공무원은 월곶면 군하리(오리정 인근) 4천여평에 이르는 학교부지에 대한 군사동의를 받고자 분주하게 다녔으며 결국 군사동의를 받아냈다. 道교육청도 김포신도시에 교육부가 구상하고 있는 외국어고교에 우선해서 설립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

청계천서 38년간 공구상가 본업
전병두씨는 경기도 포천출신이다. 6·25가 나던 해 출생과 함께 부친을 여의고 그 길로 고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38년 전인 17세때 청계천에서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공구장사를 아직도 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인천 남동공단에 로렉스기계(아파트 배관설비공구)를 생산하는 1천5백평 규모(종업원 50여명)의 중소기업 사장이란 점이 다르다. 하지만 평일 그의 모습은 청계천가게로 공구 사러온 손님들을 상대하고 영수증을 끊어주는 일. 분주한 관계로 요즘처럼 더운 날이면 그는 런닝차림이다. 그의 어디에도 몇 백억대의 재산가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의 학교설립 꿈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향인 경기도 포천 대진대학 인근에 1만여평의 부지를 매입, 외국어고교 설립을 추진했으나 진입로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 사업체소재지인 인천과 가까운 김포로 눈을 돌렸다.
현재 월곶면 갈산리에 있는 ‘황토옥천탕’이 그래서 만들어졌다.
“황토옥천탕을 건축하는 데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이 외국어고교를 설립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으며 이미 학교법인 재산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원 50% 김포학생에 배려
오랜 꿈인 학교설립 계획이 막바지에 이른 그에게 요즘 뜻밖의 고민 2가지가 생겼다.
오는 7월이면 청계천 복원공사로 공구상가가 철거돼 40년 가까이 그의 삶을 지탱해온 뿌리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불도저처럼 살아온 그이지만 요즘 왠지 착잡하다.
그리고 김포외국어고교 설립문제. 당초 2005년 3월 설립을 목표로 추진했으나 행정적인 일로 인해 1년간 미뤄야 할 판이다. 道교육청에선 7월말까지 학교설립계획서를 내라고 종용하지만 김포시의 행정절차는 바쁜 마음을 몰라준다.
“지난 2월 한누리병원 소유 부지를 20억원에 매입하고 5월2일 학교부지 사용승낙서까지 받았습니다만 도시계획확인 등 행정적인 일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전병두씨는 학교설립과 개교일정을 1년 미뤄 2006년 3월로 계획을 연기했다. 道교육청에선 진행중인 경기도내 5개 외국어고교와 같이 개교해야 우수학생을 유치할 수 있다고 하지만 정작 그의 생각은 다르다.
“우선 차분하게 절차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설립되면 정원의 50%는 김포출신 학생들을 입학시킬 계획입니다. 학생실력의 하향 평준화를 우려하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우수한 학생을 뽑아 우수한 대학에 보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닌 만큼 김포외국어고교는 실력이 다소 떨어진 학생을 지도해 우수한 대학에 진학시키는 열정을 갖고 출발할 생각입니다. 김포학생에게 10%만 배정해도 된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다면 김포사회에 뭐가 도움이 되겠습니까.”
주위 교육전문가의 만류에도 불구, 그의 철학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 학교시설 뿐만 아니라 1인당 7평으로 3천5백여평에 이르는 호텔급 기숙사도 고려하고 있다.
전병두씨는 학교부지를 내준 한누리병원측에도 고맙다. 비록 신도시발표 이전이긴 했지만 학교부지를 내준 이후 신도시발표로 급격하게 땅값이 치솟고 있어 병원측에 내심 미안하기도 하다. 몇 달 사이로 엄청난 손해를 본 듯하지만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 보답하고 싶단다.
한편 학교설립에 관한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결심도 내비친다.
당초 김동식 시장이 道교육청에 보인 40억원 지원약속이 없더라도 스스로 설립하겠지만 행정적지원 및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고향인 포천으로 가겠다는 것.

2006년 3월 개교일정 추진
전병두씨가 외국어고 설립을 위해 道교육청을 방문했을 당시 담당관은 “‘김동식시장이 道교육청을 찾아와 외국어고를 유치하게 되면 4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힌바 있다”며 “道에서도 4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전씨의 계획만으로도 학교설립이 가능하지만 예산지원이 된다면 기숙사, 급식소 등 학생들의 편의시설 마련에 쓰고 싶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재벌은 아니지만 재정적 도움을 받으며 학교를 설립하지 않겠다”며 “법인 스스로 재원확보가 안되면 안정적인 학교운영이 될 수 없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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