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산

북문 성곽길을 따라 걷다 내려다 본 조강 모습

장대지 정상

여름이다. 더위가 빨리도 찾아왔다. 이런 더위에 휴일은 시원한 에어컨바람을 쐬며 차가운 수박 한 덩어리를 베어 먹으며 움직이지 않는 게 상책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위가 깊을수록 수풀도 깊어졌다. 깊은 수풀 사이에는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지난다. 산은 맑은 공기를 주고 눈을 편하게 한다. 위만 보며 달리는 삶을 잠시 놓아두고 정상에 올라 아래를 굽어보는 여유를 갖는 시간을 가져보자.

문수산은 김포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376m의 비교적 낮은 해발고도 때문에 경시 당하는 면도 있지만 대체로 비탈이 심해 난이도가 있는 편으로, 아기자기한 등산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김포의 금강산이라고 불릴 만큼 수려하고 풍광이 좋아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문수산 등산로와 코스는 다양한데 삼림욕장 보다 시내에서 가까워 이용객이 많아진 청룡회관에서 출발하는 등산로와 수려한 경관에도 이용객이 비교적 적은 북문에서 출발하는 등산로를 짧게 소개한다.

청룡회관 등산로

청룡회관에서 출발해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초입부터 10m를 훌쩍 넘는 꺽다리 소나무가 하늘을 가리며 길을 안내한다. 조금 걷다 보면 어느새 굽은 소나무들이 오르는 길을 아늑하게 감싸고 있어 편안하고 정감 가는 인상이다. 그 분위기와는 다르게 약간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어 초반부터 숨을 헐떡이게 한다. 잔돌도 많아 난이도가 있는 편이다. 20분 쯤 오르면 쉼터가 있으니 잠시 쉬어 가도 좋다. 다시 빽빽한 소나무의 길안내를 받으며 오르다 보면 우측에 정자가 보인다. 좀 더 오르면 홍예문 직전에 합성목재로 만든 계단이 등장한다. 자연을 느끼러 온 등산객에게 살짝 실망감을 주는 부분이다. 홍예문은 문수산성의 동쪽 중간지점에 위치해 성 안팎을 왕래할 수 있는 작은 문이다. 홍예문에서 15분 정도를 다시 오르면 중봉쉼터가 나온다. 중봉쉼터를 지나자마자 폐타이어로 만들어진 계단이 나오는데 10여 년 전만 해도 여기에는 철망으로 만들어진 문으로 닫혀 있었다. 문에는 인터폰이 있었는데 더 오르고 싶은 등산객은 인터폰을 눌러 보초병이 문을 열어주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정상에는 발굴조사 후 축대와 문지를 복원해 지난해부터 개방된 장대지가 위치하고 있다. 장대지는 장수가 주변 정세를 파악하고 군사를 지휘하던 성내 군사시설이다. 이곳에서 동쪽부터 남쪽까지는 김포일대, 서쪽으로는 강화일대, 북쪽으로는 북한 개풍 지역을 내려다 볼 수 있다.

북문 등산로

발길이 가장 드문 북문은 삼림욕장에서 철책선을 따라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문수산성은 원래 북문, 서문, 남문이 있었으나 병인양요 때 모두 불탔다. 1993년부터 북문을 복원하기 시작 현재 총 길이 6km의 성곽을 복원 중에 있다. 북문에서 정상까지는 능선을 따라 등산로가 이어져 있다. 잠시 오르다 돌아보면 북문은 나무들에 반쯤 가려 있고 그 뒤로는 조강이 도도히 흐르고 있어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한다. 이쪽 등산로도 가파른 경사로 숨이 금방 차오른다. 복원작업 과정으로 인해 지난해까지 울창했던 성곽 쪽 나무들이 잘려 휑한 느낌이 아쉽다. 숲속을 오른다는 느낌은 없어졌지만 산세를 감상하며 오를 수 있다. 북문으로 오르는 길은 문수산의 다른 등산로 보다 길고 구불구불한 성곽을 따라 오르는 재미가 있다. 얼마 전 장대지에 이르기 전에, 정상 전망데크가 들어서 장대지와 다른 각도에서 전망이 가능하다.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다면 삼림욕장을 즐겨도 좋다. 문수산 아랫자락에는 소나무, 잣나무 등 침엽수가 빽빽하게 조성돼 있다. 더불어 각종 운동시설, 휴양시설이 설치돼 있다. 짙은 녹음이 만들어 내는 피톤치드와 음이온은 우리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오장육부를 강화한다.

산림욕장

문수산에는 많은 등산객이 방문하지만 코스가 짧아 오후에는 등산객이 현저히 줄어든다. 점심 먹은 것이 다 소화된 즈음 출발해 3~4시부터 올라도 6시에는 산행을 마칠 수 있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등산의 여유를 맛볼 수도 있는 시간이다. 휴일 오전을 이불 속에서 뒹굴고 오후를 산행에 이용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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