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

김포 최초의 혁신학교인 학운초등학교 전경
학생들의 모내기 체험 수업 모습

2009년 9월 김포에서 최초로 혁신학교로 지정된 학운초등학교. 양촌읍 학운리 골드밸리 초입에 자리한 학운초등학교는 파란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 정문을 들어서면 두세 계단 위에 운동장이 있어 자동차가 진입할 수 없는 아이들을 배려한 학교다.

한적한 시골 자그마한 동네이지만 역사가 50여년이 넘는 유서 깊은 학교다. 그러나 산업단지로 개발되면서 마을 사람들은 이곳저곳으로 흩어지고 학교 교사마저 이전됐다. 2009년 당시 학생수는 50여명에 6학급뿐이 미니학교로 전락했다. IMF가 막 끝나가던 당시는 김포 지역의 농촌학교들이 통폐합되던 시기였다.

학운초등학교는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길을 모색하게 됐고, 교장 공모를 통해 부임한 당시 김희수 교장은 마침 발표된 혁신학교로 지정받기 위한 여러 노력 끝에 마침내 김포 최초로 혁신학교로 지정받았다. 학운초등학교는 지난 4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성공적인 혁신학교의 모델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로부터 자녀들을 보내고 싶은 학교로 알려지면서 외지에서 학운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한 전입 학생이 꾸준히 증가해 올해 15학급으로 커졌다.

자기주도학습을 키워주는 학교

학교의 소문을 듣고 자녀를 위해 학운초등학교 인근 아파트로 이사했다는 학부모 A씨. 그는 한 마디로 혁신학교의 장점을 전한다. “아이가 학교가는 것을 너무 좋아해요. 유치원 다닐 때만 해도 안간다고 떼를 쓰던 아이였는데요. 아이가 스스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학교입니다.” 한 마디로 공부가 재미있다는 말이다. 소규모 수준별 수업을 통해 문제풀이가 아닌 원리를 알게 해주는 수업방식은 더디지만 차근차근 공부의 재미를 준다. 이렇게 학습한 아이들은 어느 순간 학업 성취도가 높게 나타난다.

또다른 학부모 B씨는 “대안학교도 생각해 봤는데 그곳은 등록금이 월 120만원 정도 해요. 입학할 때 기부금도 내야 하구요. 공교육 틀 안에서는 혁신학교가 최고입니다”라고 만족감을 표시한다.

일반학교에서는 한 아이가 튀는 행동을 보이면 곧바로 제재가 뒤따른다. 그러나 이곳 학운초에서는 다른 학생과 다른 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시작한다. 자연히 개성이 살아나고 주변 아이들과 관계 형성이 좋아진다.

교사와 학부모가 함께 연구하는 학교

혁신학교는 교사가 주도하는 학교가 아니다. 아이들의 인성교육과 제대로 된 학습을 위해 교사들은 1주일에 한 번 혁신교육에 대한 회의를 한다. 어떻게 해야 보다 더 나은 교수법을 개발할 수 있는지, 흥미를 가질 만한 내용으로 교과서를 재구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연구하고 토론한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이렇게까지 노력한다고 해서 월급 더 주는 것도 아닌데도 우리 선생님들은 연구하고 또 연구합니다.” 혁신담당 부장선생님의 말이다.

학부모들 역시 등하교 시 교통정리에서부터 체험활동 때의 보조교사 역할까지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몸은 고달파도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다. 하지만 요즘은 맛벌이가 대세. 함께 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어떨까?

“학부모들은 반별로 모임이 구성되어 있어 끊임없이 교사들과 아이들의 교육을 위한 대화를 합니다. 그러나 함께 하지 못하는 학부모들을 위해 모임은 반드시 오후 7시 이후에 열지요.”

재미와 성장이 함께 하는 학교

혁신학교를 설명하는 글은 많다. 그러나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과연 혁신학교란 무엇이고 일반학교와는 무엇이 다른가 물어봤다.

“예를 들어 교과서의 쌀에 대한 단원을 공부한다고 해요. 그러면 우리학교에서는 벼의 한 살이에서부터 먹을거리에 대한 이해, 앞으로의 식량자원문제까지 아이들이 스스로 익힐 수 있도록 합니다. 이를 위해 논을 확보해서 직접 아이들이 모를 심고 잡초를 뽑고 추수까지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고현숙 교장 선생님의 알기 쉬운 해설이다.

실제로 학운초등학교는 농기센터의 도움으로 학교 인근 논을 100여평 확보해 아이들의 농사체험 교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이들은 4월 모심기부터 10월 추수까지 연간 30시간을 논에서 뛰놀며 체험한다. 자연을 통해 인생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일반학교의 기존 문제풀이식 수학시간은 이곳에서는 사고력 향상과 원리에 치중하여 학습한다. 놀이를 중심으로 재미와 성장이 함께 하는 수업을 지향한다. 물론 그러다보니 교과서 진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마저도 방과후수업과 숙제를 통해 달성해나간다. 자기주도학습을 경험한 아이들은 원리와 개념을 파악하면 나머지는 술술 풀어나간다.

지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마음 성장이 필요

고현숙 교장은 혁신학교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 “혁신하고자 하는 마인드, 마인드가 혁신돼야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가 이루어집니다. 내가 스승이냐 교사냐 생각해야 합니다. 스승이라 생각들 때 아이를 사랑하고 더 가까이 갈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지적 성장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의 성장입니다.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게 혁신학교입니다.”

“우리학교의 인성교육과 자기주도학습을 통해 가랑비에 옷 젖듯 아이들이 달라집니다. 우리학교에는 ‘왕따’도 없습니다.” 교사들은 자신의 아이를 다니게 하고 싶은 학교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하지만 아직은 아쉬움도 있다. “하루빨리 혁신학교가 초중고까지 연계됐으면 합니다. 이곳에서 즐겁게 공부한 우리 아이가 중학교, 고등학교는 일반학교에서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면 걱정이 앞서요.” 이제 막 실험대에 오른 혁신학교. 새로운 학교에서 새롭게 터득한 즐거운 공부를 앞으로도 계속 아이들에게 제공됐으면 하는 학부모의 기대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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