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급식 공약 이번엔 꼭 지켜야

장면1.
기자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던 60년대, 학생들은 모두 다 비닐주머니를 가방에 꼭 챙겨서 등교했다. 비닐주머니는 빵 담을 봉지. 학교에서는 보리로 만든 빵을 학생들에게 배급해 주었다. 받은 빵을 다 먹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지만 집에서 빵을 기다릴 동생 생각에 반만 먹자 다짐하다가도 어느새 야금야금 먹다보니 빵은 조금밖에 안 남고. 조금 남은 빵을 가지고 집에 가면 동생은 빵이 작다고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장면2.
기자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70년. 기자가 다니던 서울 상도동 강남초등학교에 어느날 큰 공사가 시작됐다. 전국 최초로 급식 시범학교로 지정된 강남초등학교가 급식을 준비할 식당을 건설하기 시작한 것이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급식. 급식이 담긴 식판에는 노릇노릇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커다란 빵과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피어나는 붉은색 감도는 야채수프, 그리고 병에 담긴 우유 한 병이 놓여 있었다. 한 반에 급식을 신청해서 먹는 아이는 불과 서너 명. 나머지 90여명의 아이들은(한 반 정원이 선생님까지 꼭 100명이었다) 부럽다 못해 슬픈 얼굴로 침만 꼴깍 삼키다 집에서 가져온 김치뿐인 도시락을 꺼내곤 했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한 달 급식 비용이 육성회비보다 비싼 엄청난 가격이어서 어린 마음에도 부모님께 급식 먹겠다고 말도 못 꺼냈던 것 같다.

지난 날 경험했던 급식의 트라우마라 할까? 그날 이후 기자는 무상급식, 차별없는 전교생 급식에 마음이 쓰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차별급식을 주제로 자신의 시장직을 걸었을 땐 오  시장의 철없음에 기자는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 6.4지방선거에 고교 무상급식 공약을 들고 출마, 시장에 재선된 유영록 시장. 유 시장은 지난 2010년 6월 2일 민선5기 시장에 당선된 후 가진 ‘중부일보’와의 7월 5일자 인터뷰에서 “2012년까지 초·중·고 무상급식을 전면 실행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어 “학교 급식은 국가가 실현해야 할 의무교육에 포함되기 때문에 저소득층 자녀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차별급식을 실시하면 이는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나쁜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유 시장은 지난 민선5기 동안 지하철 9호선 연결뿐 아니라 고교 무상급식 공약도 지키지 못한 채 임기를 마쳤고, 이에 대한 별다른 해명 없이 이번 민선6기 선거에 또다시 고교 무상급식 공약을 걸고 출마했다. 출마하면서 “고교생 무상급식 전면실시에는 65억8천만원이면 된다. 2015년부터 국내 최초로 김포시 13개 고교 1만607명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했다.

밥!
반드시 먹어야만 하는 게 밥인데 그래서 그런지 밥에 따른 말은 많기도 하다. 밥값에 허리가 휘느니, 밥을 주느니 마느니 등등. 옛날부터 머슴에게 밥은 먹이고 일 시켰고, 먹는 개도 안 건든다고 우리는 밥을 삶에 꼭 중요한 가치를 두고 산 민족이다.
하기 싫은 어려운 공부하느라 힘든 우리 학생들. 따끈한 밥이라도 먹여야 하지 않을까. 유 시장의 공약(公約)이 이번엔 공약(空約)이 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사족.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자는 2010년 한 언론에 게재한 자신의 칼럼에서 “무료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공짜 점심은 싫다”라고 주장했다는데...문 지명자는 차별급식의 서러움 대신에 우아한 밥상만을 대접받고 살았나보다.

-김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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