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동안 뿌리산업을 지킨 사람 - 대한정밀산업 김성묵 대표


금형이란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형틀을 말한다. 가령 머리핀을 만들기 위해 그 기본 형태를 만들어 프레스에 끼워서 찍어내는 기본 형틀이 가장 일반적인 사출금형이라면, 자동차 엔진을 싸고 있는 엔진케이스와 같이 금속으로 된 형틀의 상품에 필요한 주물 형틀을 주조금형(鑄造金型)이라 한다.

쇳물을 부어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모형을 말한다. 우리 산업의 뿌리인 주물 산업이 없이는 금속관련 산업이 존재할 수 없듯, 주물에 필요한 금형을 만드는 주조금형은 이런 뿌리산업의 뿌리에 해당한다.

도내 5위권 실력 갖춰
대한정밀산업(대표 김성묵)은 이런 뿌리산업의 형틀을 만드는 곳으로 경기도에서 5위권 안에 드는 실력과 규모를 갖춘 곳이다.

김성묵 대표는 이 바닥에서 31년간 잔뼈가 굵어 온 기술자 출신이다. "1983년 처음 영등포 공단 에서 기술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선배들로부터 기술을 배우기 위해 온갖 어려움과 힘든 과정을 이겨내야 했다"며 "추운 겨울에도 손을 불어가며 기술을 하나라도 더 배우기 위해 선배들을 모시며 배웠던 생각이 난다"고 회상했다.

빵과 라면이 주식이던 시절이다. 그래서 배고픈 설움도 많았고 뼛속 깊이 스며들었던 혹한들은 아직도 사서한 고생의 열매가 되어 남아 있다. 김 대표는 "기술선배들을 존경하며 이를 악물고 배웠던 시절의 땀과 노력이 지금의 저력이 되고 극기의 동력이 되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산업의 뿌리에 해당하는 주조금형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큰 걱정이다"고 말했다.


기술전수자 없어 걱정
기술자는 기술을 걱정한다. 기술자는 상대의 기술발전에 경쟁심을 갖고 경계도 하지만, 자신의 노하우를 누군가가 전수해 이어가길 바라는 게 그들의 고집이다.

김성묵 대표 역시 기술과 경영에 대한 걱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처지다. 동남아 근로자들에게 고난도 기술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 국가 간의 기술전수 때문이 아니라, 기술을 배우려는 태도에서 많은 차이가 있어 기술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김 대표는 "외국근로자들은 단순 작업을 시킬 수밖에 없고, 국내 근로자들은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해 모든 산업의 뿌리인 주조금형산업의 맥을 어떻게 이어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대한정밀산업이 학운리에 둥지를 튼 것은 지난 2004년. 먼저 김포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김포와 인연을 맺은 지가 10년이 됐다. 그동안 김 사장은 성실성과 인정이 넘치는 대인관계로 사업에서 빛을 발휘해 지금은 경기도에서 5위권 안에 드는 실력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인심을 타고 흐르는 회사
국내 대표적인 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구, 대우종합기계)를 비롯해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삼영기공과 중장비제품을 제조하는 성보공업, 동서기공과 일본 고마쯔 사 등이 대한정밀산업의 주 거래처이다.

국내의 대표적인 회사 협력업체로서 대한정밀이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저력은 역시 김 사장의 탄탄한 기술력과 사람중심의 사업관이 얻어낸 결과라는 게 주위의 평가다.

김 대표는 종종 공장에서 잔치를 벌인다. 거래처 사람들을 초대하고 고향에서 조달된 각종 생선과 특산물을 푸짐히 마련해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잔치를 편다. 지역 내 동료 사업가들과 친목자리에도 고향에서 배달된 횟감 등으로 관계를 어우러지게 하는 역할은 김 사장의 몫이다. 고향의 인심을 사업체와 이웃에게 나르는 그만의 넉넉함은 삭막한 거래관계를 그의 ‘인심전략’으로 녹여낸다. 이런 김 사장의 역발상은 그만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서로가 개인적인 이익만을 챙기려는 마인드로는 결국 제살깍기식 경쟁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과 상생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개발로 수억씩 빚질 형편
학운3산업단지 사업지 내에 사업체를 둔 김성묵 대표는 비슷한 처지의 사업체처럼 고민이 많다. 공장을 신축한지가 10년이 지난 지금 건물보상을 받는다해도 정작 손에 쥐는 보상가로는 토지를 매입해 공장을 짓는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장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비용은 고스란히 은행에서 빚을 내야할 형편이다. 산업단지 개발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지 몰라도 10여년씩 둥지를 틀고 살아온 사업지 내 회사와 근로자들에게는 빚만 안기는 꼴이 됐다. 사업지역 내 회사들이 비슷한 평형으로 공장을 지어 이전할 수 있는 선순환 개발방식 도입 등도 검토되거나, 빚을 지지 않고 이전할 수 있는 대체부지 확보 등과 같은 대책마련에 시와 기업대책위들이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게 이곳 현장의 목소리다.

"기업들이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어려운 때에 수십억원을 들여 공장을 신축하고 그 빚 갚기 위해 평생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시면 우리 심정을 아실 겁니다" 31년 동안 웃으며 살아온 김성묵 대표의 저력이 금이 가지 않길 바라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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