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동 무료급식소 홍락희 회장

무료급식소, 하루 한 끼 서로 안녕 살피며
17년간 52만명 "밥 한 그릇에 국 한 사발"

"저쪽에 난로는 피웠니? 이런, 오늘은 동태찜이잖아. 김 말고 새우젓을 놔야지... 봉투 갯수 잘 세. 모자라면 굶는 사람 생겨." 목요일. 오늘은 급식과 함께 반찬배달도 있는 날이다.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있는 홍락희 회장은 30분 인터뷰 내내 급식소 일을 챙겼다.

"여름이면 하루 200분 정도오셔. 겨울철은 빙판길에 날이 궂어서 반절 좀 더 오시고. 오늘은 반찬배달도 있어서 소란스럽지? 임대아파트가 늘어서 반찬배달도 300가구로 늘어났어. 다음에 오라니깐." 서울 마포가 고향인 홍 회장은 이승만 정권 당시 부모님을 따라 김포로 내려왔다. 고촌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살면서 내내 "뭔가 없는 사람들에게 해줄 게없을까"를 고민하다가 97년 2월 23일 무료급식소를 열었다.

"원래 꿈은 고아원이나 양로원을 하는 거였어. 그런데 결혼하니 쉽지 않더라고. 할 사람들도 많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어." 2년간은 주부교실 회비에 본인 주머니 돈을 툴툴 털어 넣었지만 쉽지 않았다. 99년부터김포시의 지원으로 그나마 형편이 나아졌지만 1주일에 250여만원의 운영비는 큰 부담이다.

"못사는 사람들 의외로 많아. 맘껏 드시라고 4인분 짜리 국 대접에 밥을 퍼드리는데. 꼬박꼬박 두 그릇을드시는 분이 있어. 그게 그 어르신 하루 끼니야. 기초수급 아흔 잡수신 분도 오시고 노숙자에, 가끔은 허름한 젊은이도 와. 어르신만 받으라는데. 어쩔수 없는 경우도 있잖아. 안그러면 당장 사람이 죽겠는데."

급식소 역사가 짧지 않지만 여름이면 찜통이고 겨울이면 냉골이다. "아침 10시 반이면 오시기 시작해. 밥도 밥이고 사람이 그리운 거지. 여기는 어르신들 쉼터고 말방이야. 다른 지역 노인들도 친구가 되지. 부부로 엮어진 분들도 17쌍이나 돼. 시설이 볼품 없지만 그래도 사람을 만날 수는 있잖아."

홍 회장이 17년간 바라본 밥 한 끼는 무얼까. "사람 사는 게 별거 같지? 밥 한 그릇, 국 한 사발이 이분들께는 삶이고 생명줄이야. 하루 연명을 위한 한 끼. 그만해. 나도 밥 퍼야 돼." 사우동 무료급식소는 화, 수, 목, 금 주 4회 어르신들께 점심을 대접한다. 17년 동안 3,264번의 점심 봉양으로 연인원 522,240명의 안녕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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