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간호사 취재를 하면서 관련 부서들로부터 자주 듣는 소리다. 김포시에는 1천여명의 공무원이 있다. 그 중 283명이 일정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에 의해 일하는 이른바 기간제근로자다. 2년 연속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기에 보통 1년 미만으로 계약하고, 사업이 없어지면 일자리도 사라진다. 시청에 이토록 많은 기간제가 있는데 왜 유독 방문간호사만 다루냐는 지적이다.

이미 김포신문은 지난해 초 '서러운 김포시청 기간제 직원들' '무기 계약직 전환 기준 있나? 불만 높아' '김포시청 비정규직 처우개선, 지금이라도 나서야 ' 등 시청 기간제 전체에 대한 기사와 사설을 실었다. 공공부문 기간제의 정규직 전환 시 객관적인 기준이 있어야 하고, 전문 자격을 가지고 현장 실무를 보는 기간제가 단순 행정보조보다는 우선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돈 없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에 대한 공공서비스를 담당하는 경우는 어떻겠는가.

하지만 올해도 원칙은 없었다. 올초 정규직으로 전환된 8명의 명단을 본 한 시의원은 "거의가 아니라 전부"라고 탄식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8명 모두가 단순 행정업무 보조요원이었기 때문이다.

방문건강관리 간호사들은 이 문제의 정점에 있다. 7천명의 건강을 일선 현장에서 돌봐왔고 복지도 살폈다. 병력은 물론 가족사까지 대상자의 히스토리를 이해하고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시켜 왔다. 이들은 자신들이 해왔던 7년간의 전문적 업무경력을 인정해 중앙부처의 지침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은커녕 내년부터는 다른 일당제 간호사가 대상자들을 돌볼처지다. 시는 이달 중 내년도 방문간호사에 대한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그것도 올해 10명에서 4명을 줄여 6명을 채용한다. 예산의 공격에 복지가 후퇴했다.

해당부서는 방문간호 인력이 줄어도 본래 업무인 보건에 중점을 맞추고 중점관리 대상자들 위주로 사업을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와 분석은 인력감축 전 이뤄졌어야 했다. 전체 예산이 줄었다며 인력부터 감축한 뒤 대상자를 줄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대상자를 재점검한 뒤 담당 인원을 조정했어야 옳다.

김포시의 정규직 전환 원칙과 철학 외에 총액인건비도 문제다. 개발수요와 인구증가를 무기로 총액인건비 한도를 매년 조금씩이라도 상향시켜야 했지만, 오히려 추경 때마다 기간제 관련 사업들을 추가 시켜 정작 실질적으로 업무에 필요한 정규직 공무원이 부족하게 됐다. 그렇게 늘려온 기간제가 김포시 전체 공무원의28%다.

김포시가 예산이 넉넉했다면 이번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는 각 단위 부서가 요청한 1천억원의 내년도 예산을 반영하지 못했다. 자원화센터 운영비와 공원관리비 등 필수 경직성 예산도 6개월분 300억원밖에 편성하지 못했다. 지금 상태라면 6개월은 손을 놔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는 자체사업(비)들을 대규모로 삭감했고 그 과정에서 기간제 문제도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중앙정부와 경기도의 책임 떠넘기기다. 정부는 올해부터 방문건강 등 13개의 보건소 사업을 통합건강증진사업으로 묶었다. 국가주도형 사업방식에서 탈피해 지자체가 지역특성 및 주민수요에 맞는 건강증진사업을 기획,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기도가 내년 도비 지원을 중단, 국비 50% 외에 나머지 사업비는 고스란히 김포시의 부담이 됐다. 국민건강은 국가의 책무이지만 광역지자체가 발을 빼고 기초지자체도 손을 놓을 경우 돈 없는 지역 주민은 국민이 아니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곳간이 넉넉한 지자체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앞으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아무리 예산에 사업과 인력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해도 우선순위와 대상자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 나라가 떠넘기고 경기도는 나몰라라 손을 들었다. 김포시도 억울한 상황이지만 말단 지자체는 더 이상 책임을 떠넘길 곳이 없다. 방문건강을 받아 오던 대상자들이 김포시에 하소연하는 이유다. /최구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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