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 기간제 간호사들의 절규


A씨가 김포시의 방문건강관리사로 일을 시작한 것은 2007년 3월. A씨는 보건소로부터 대상자들의 명단을 건네받았다. "보건소도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라 막막해 하더라고요. 명단을 받고 곧장 대상자들을 방문했어요. 처음에는 경계하시다가도 두세 번 방문하니까 마음을 열더라고요."

업무는 건강관리였지만 복지는 덤이었다. 독거노인들의 당뇨를 체크하고 건강상태를 살피면 으레 가족이야기가 나오고 손자걱정, 겨울 날 걱정이 이어졌다. 이웃집 할머니의 건강이 염려된다는 소리를 들으면 옆집을 찾아 상태를 살폈다. 조손가정에서 손자의 학자금을 걱정하면 장학금을 알아보러 다녔다. 지금은 오히려 각 복지기관에서 대상자에 대해 문의를 해오는 정도에 이르렀다. 최일선에서 대상자들을 만나기에 가장 정보가 빠르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건강이라는 게 먹는 것, 사는 환경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잖아요. 건강뿐 아니라 당장 필요한 것, 의식주를 모두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게 7년이 흘렀고 A씨를 포함한 이들 8명의 간호사는 7천명이 넘는 대상자들을 현재까지 돌보고 있다. 한 달에 절반은 자신들의 차를 몰며 일하지만 교통비조로 4만5천원이 보수에 포함된 것 외에는 지원이 없다. 160만원 급여 중 20여만원 이상을 기름값으로 충당해야 한다. 읍면지역 담당자는 하루 50km 이상을 움직인다. 그렇게 기초수급자나 차상위 등 그 중에서도 건강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위험군들을 8명의 간호사가 많게는 700~800명씩 돌보고 있다.

심한 사고를 당해 누워서 지내야만 했던 풍무동의 한 청년은 이들의 도움으로 눈도 마주치고 앉아 있을 수 있게 되었다. 의사들도 "의사소통도 안 됐던 청년"의 변화에 놀라워 했고, 자살만 생각하던 장기동의 한 노인의 변화 등등 미담이 계속 쌓여갔다.

연도별로 우수사례에 뽑혀 수상도 했지만 연단에는 시청 공무원들이 상을 받고 사진을 찍었다. 그래도 그들은 결과가 중요하다며 웃었다. 읍면동별로 예방접종을 할 때마다, 각종 행사의 건강상담 부스를 차릴 때마다 지원을 나가면서도 걱정은 한 가지였다. "이런저런 행사에 동원되면 결국 대상자분들을 만나는 날짜가 자꾸 뒤로 미뤄지게 됩니다."

보건소는 최근 이들의 근로계약서에 '통합건강증진사업'을 명목으로 '타부서의 업무보조'를 명시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방문건강관리사업 외에도 이런저런 명목의 보건사업에 지원을 나가라는 것이다.

내년 이후 고용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간호사인데 병원이나 들어가면 되지 않나"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대상자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내후년부터는 일당제로 새로 사람을 구한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병증도 병증이지만 마음을 돌보는 일인데, 일당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또 한번 맨살을 들어내야하는 상황에서 대상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어요. 그런데 7년 동안 대체 우리들은 무슨 일을 한 거죠. 정부에서는 정규직으로 전환해 이분들을 안정적으로 돌보라고 했는데 김포시는 오히려 이제 더이상 고용을 할 수 없답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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