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살아보고 결정하세요?"


'전세형'이라며 아파트를 분양하고 있지만 말그대로 '분양계약'이다.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는 만큼 분양조건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고촌읍 한강로의 신곡교차로.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들이 몰려있다. <사진=최구길 기자>

道전체 25% 김포에 몰려
겉은 전세, 실제는 '분양'
환매조건부 허실 따져야


"2년 살아보고 결정하라"는 '전세형 분양 아파트'가 김포에 대거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주자와 건설사 모두에게 이득'이라며 새로운 분양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입주자들의 피해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허실을 따져봐야한다는 지적이다.

김태원 의원(새누리당, 경기덕양을)이 인터넷과 건설사 등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10월 현재 경기도에서 전세형 분양제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는 아파트는 김포, 파주 용인, 고양, 남양주 등에서 19,891가구에 달했다.

특히 김포는 전세형 분양방식으로 5개 건설사에서 5,062가구를 모집 중으로, 같은 방식의 경기도 분양 물량 중 25.44%를 차지하고 있다. 전세형 분양으로 지역의 미분양을 털어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이미 분양이 마무리된 단지까지 합치면 전세형 분양제로 입주한 가구수는 더 늘게 된다.

전세형 분양제는 이른바 '애프터리빙'이라 불리며 2년간 전세처럼 들어와 살다가 분양을 받기 싫으면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갈 수 있는 제도다. 프리리빙, 리스크프리, 저스트리브, 스마트리빙, 신나는 전세 등 명칭은 다르지만 골자는 모두 비슷하다.

분양금액의 20~30%, 주변 전세 시세보다 크게 낮은 보증금으로 일단 들어와 살아보고 2~3년 뒤 분양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건설사가 관리비를 대신 내주거나, 분양 면적에 따라 많게는 매월 100만원 가량의 생활비까지 제공하는 곳도 있다. 발레파킹, 요트클럽 이용, 헬스클럽 개인강습 무료 등 각종 편의 제공도 파격적이다.

건설사로서도 당장 비어있는 미분양 아파트를 채울 수 있고, 계약금과 중도금 대출을 통해 한 채당 수억원의 현금을 확보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형 분양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다. '전세형'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전세가 아닌 엄연한 '분양계약'이기 때문이다.

전세형으로 분양되면 건설사는 입주자 명의로 금융사에서 한 채에 수억원의 중도금 대출을 받아 부족한 자금을 임시 융통한다. 하지만 2년이 지난 뒤 입주자가 분양을 받지 않고 나가려 해도 자금 여력이 부족한 건설사가 계약자의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또 계약기간 동안 건설사가 대납한 이자나 취득세 등을 다시 돌려주어야 하거나, 아파트의 감가상각(원상복구) 또는 추가적인 위약금을 물기도 한다.

특히 분양계약이라는 점을 간과한 채 생애최초로 주택에 입주한 경우에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자격이 상실되는 문제도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전세형 분양제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입주자들의 피해도 속속 발생하고 있다.

영등포 당산동의 한 아파트 주민 60명은 지난 2011년 건설사가 '2년 뒤 되팔아 준다'는 약속을 믿고 분양계약을 맺었다가 낭패를 봤다.

2년이 지난 올 초 주민들이 건설사에 아파트의 전매를 요구했지만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계약서에 '전매 신청에 대해 적극 협조한다'고 되어 있을 뿐이어서 되팔아 줄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김포시 감정동에 거주하는 A모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A씨는 "분양이지만 전세라는 생각으로 B아파트를 계약했다. 아파트값이 오르면 문제가 안되겠지만 떨어질 경우 그 값으로 되팔아야 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분양계약서와 함께 환매증서도 받았지만 시행사와 분양사, 건설사가 어디까지 입주자의 입장에서 보증해 줄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애프터리빙은 최근 홈쇼핑에까지 등장했다. 전세 정도의 돈이 준비돼 있으면 그 돈으로 중대형 평형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아파트라고 홍보하면서 정작 홈쇼핑 측은 '일체의 법적 책임은 사업자 측에 있으며 홈쇼핑 측은 책임지지 않는다'는 문구를 슬그머니 덧붙이고 있다.

전세형 분양제로 입주자를 모집하고 있는 김포와 인천 송도 인근의 모델하우스의 홍보물 내용을 보면 분양대금의 20%만 내면 2년간 내 집처럼 살게 해준다며 마치 전세인냥 홍보하고 있다.

상담직원은 "4~6억 원이나 하는 아파트를 살아보지도 않고 사는 건 불합리하지 않나. 나중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전세처럼 다른 집으로 가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또 "중도금에 대한 대출이자와 나머지 비용을 건설사에서 내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고도 말했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 수는 7월 말 기준 6만 7,672가구. 특히 수도권 지역의 미분양 주택은 35,326가구로 해마다 늘어나 최근 4년 새 37.6%가 증가했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이 줄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이 수치에는 전세형 분양제로 빈집을 채운 것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김 의원은 "정부는 기업의 마케팅 전략 이라는 이유로 전세형 분양제 관련 통계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건설사들이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 고안해 낸 게 전세형 분양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순수한 전세는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세형 분양제와 관련된 정부 지침조차 없다보니 시공사ㆍ시행사ㆍ분양 대행사들이 무리하고 애매한 조항, 소비를 현혹하는 조항을 약정서나 특별계약서에 넣어서 유혹하고 있다"면서 "계약 체결시 건설사가 환매 방법 등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하고, 사업시행자를 임대주택사업자로 등록하게 해 임차인을 모집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다른 지역보다 늦게 '전세형 분양', '환매조건부 분양'을 시작한 김포의 경우에는 입주자들이 계속 '거주' 또는 '환매'를 결정하게 될 2~3년 후에나 아파트별 분양 방법의 옥석이 가려지게 될 전망이다.

김포의 한 아파트 분양사업 관련자는 "결국 환매조건의 명확성이 관건"이라면서 "최악의 경우 시행사나 시공사가 부도나게 되면 환매할 상대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근 일부 환매조건부 아파트들은 실제로 환매를 해주는 조건인 것으로 안다"면서도 "구매에 확신이 없다면 차라리 주변의 할인된 아파트를 사는 게 낫다"는 말도 덧붙였다.

<전세형 분양제 어디서 하고 있나>


 

 

 

 

 

 

 

 

 

 

 

 

<전세형 분양제 '애프터리빙'의 종류>

*신나는 전세   : 분양대금의 22~25%만 납부하고 3년간 살아보고 분양을 결정하는 조건
*뉴 애프터리빙 : 기존 애프터리빙과는 달리 계약자가 계약 후 소유권 이전을 해야 하는 제도. 2~3년간 살아본 뒤 분양을 원치 않을 경우 건설사에게 환매
*스마트리빙제  : 주변 전세가의 반값 수준에 등기를 거쳐 입주한 뒤 2~3년 간 거주하면서 매입 여부 결정, 취득세 중도금 이자를 분양업체가 부담, 환매요청 시 위약금 없이 전액을 돌려줌.
*프리리빙제    : 전세금액보다 저렴한 입주금으로 입주자가 2~3년 뒤 분양여부를 결정, 시중 전세가격의 절반에 입주할 수 있어 ‘반값 전세’라고 불림. 기존 애프터리빙제와 차이점은 전세 계약 해지에 따른 위약금이나 기타 사용료 등의 비용부담이 없음.
*리스크프리제  : 분양가의 일부만 입주자가 부담하고 나머지 잔금 대출이자를 건설사가 전액부담
*저스트리브    : 계약금만 내고 2년간 거주 후 매입 결정
*하우스바이하우스: 계약금 대신 담보제공, 보유주택이 없으면 근저당권 설정, 전세입자 계약금액에 해당하는 전세금만큼 반환채권 계약
*분양가 보장제 : 준공시점(예정)에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으면 가구당 일정금액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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