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왕룡
전 시의원
해남하면 떠오르는 말이 땅끝마을이고 정동진 하면 서울에서 동쪽 끝 마을이라는 말이다. 요즘엔 인천에서 정동진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정서진을 상품화하고 있다. 이 지역들은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자연, 인문환경에다 지리적 용어로 스토리를 형상화하여 브랜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김포에도 이러한 지명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스토리 확장 가능성이 있는 마을이 있다. 한강하구 끝자락에 위치한 보구곶리가 바로 그곳이다. 나는 이곳에다 개인적으로 ‘강끝마을’이란 이름을 붙여줬다. 가끔 이곳을 들를 때마다 문수산 자락에 기대어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를 흥얼거리기도 한다. 혹은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흥얼거리며 그가 떠나온 북녘 고향을 그려보기도 한다.

백두대간에서 시작된 남한강 북한강의 물이 양수리에서 합수되고 다시 임진강을 받아안아 조강이라는 이름으로 서해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어귀가 바로 보구곶리이다. 보구곶리엔 조강이 있다. 조강은 이름 그대로 할아버지 할머니, 조상님들의 강이다. 우리 선조들은 이 조강에 기대어 반만년의 삶을 이어왔다. 또한 보구곶리에 가면 염하가 있다. 한강이 끝나는 꼭지점에서 바다이면서도 강의 이름을 갖고 있는 독특한 이름의 염하가 시작되는 곳이다.

보구곶리 마을에 서서, 혹은 문수초교 교정을 거닐며 아니면 문수산 기슭에 기대어 한강하구 일대를 내려다보면 금새 날이 저물 정도로 시간이 후딱 지나가 버린다. 특히 저녁노을이 지는 석양무렵, 황금빛으로 물드는 이 일대는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강인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뭍이고 물인지 구분이 안간다. 지금은 폐교되어 경기도 학생 야영장으로 변한 문수초교 교정은 시골학교 정취가 그대로 묻어난다. 학교 역사를 알려주는 표지석 앞에서면 분단의 애환이 서려있는 학교의 역사가 마음을 찡하게 한다.

또한 보구곶리 마을은 백두대간의 큰 줄기인 한남정맥의 끝자락이기도 하다. 강물뿐만 아니라 속리산에서 달려온 산자락마저 이곳에서 조강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곳이다.  이처럼 강끝마을이면서 산끝마을이기도 한 보구곶리가 풍기는 여운은 끊임없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런데 타지역 사람들은 놔두더라도 강끝마을 보구곶리를 가본 사람이 김포 주민들 사이에 몇 명이나 될까? 아니 김포에 강끝마을이 있는 줄은 아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이런 질문을 던져볼 때마다 답답함이 밀려온다. 보구곶리는 한강이 수천리 여정을 마감하고 바다로 흘러가는 끝지점에 있는 마을이다. 지형이 삽날 비슷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강이 어떠한 강인가? 겨레의 젖줄이요 한반도의 대동맥이다. 이중에서도 한강하구는 삼국시대 때 끊임없는 쟁탈전의 대상이 될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이다 보니 숱한 스토리가 묻혀있는 곳이다. 더구나 고려, 조선시대 삼남지방의 수많은 세곡선들이 염하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며 예성강과 조강으로 돌아나가던 길목이 아니던가.

큰 비용 들일 것 없이 보구곶리 어귀에다가 강끝마을 표지석 하나만이라도 세우자. 그리고 그 한쪽에는 김소월의 ‘엄마야 누나야’를, 다른 한 면에는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새겨넣자. 이 하나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보구곶리를 찾지 않을까? 좀 더 여유가 된다면 문수초교를 아우르며 그리고 성동리와 용강리 민통선 일대를 잇는 조강 걷기를 하면서 강녕포와 조강포의 옛자취를 더듬는다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도 강끝마을 보구곶리 꿈을 꾼다. 그리고 그곳에서 김소월과 한하운의 싯귀절을 노래로 흥얼거리며 조강일대를 거니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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