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도시철도는 '지킬과 하이드'

김포도시철도는 역대 市長에게 독일까 약일까. 역대 시장과 철도 관계를 종합하면 당선에는 약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시철도는 다시 독묻은 부메랑이 됐다.  

김동식 시장(민선3기)과 강경구 시장(민선4기), 유영록 시장(민선5기) 모두의 공통점은 도시철도 사업을 주요 공약으로 내건 점이다. 현역 시장에 도전하여 당선된 후보 모두 철도공약과 철도 프레임으로 상대 후보를 공략해 선거에 승리한 공통점을 가진다.

경전철 추진을 내세운 김동식 민선3기 시장은 타 시장들보다 철도공약의 프레임이 강하지는 못했지만 철도 공약을 내세워 주목을 끄는 데 성공했다. 우연인지 몰라도 이후 김포신도시와 함께 김포도시철도가 발표돼 김 시장은 결과적으로 철도공약을 지킨 셈이 됐다.

김, 강, 유 세 시장 모두 철도공약 내세워  

신도시 발표 초기에는 토지보상 문제가 지역 내 주요 이슈가 되면서 도시철도는 시민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지 않았다. 당시 주민들은 토지공사가 개발한 장기지구 29만평에 대한 보상가가 신도시 보상가의 기준이 될 것으로 판단해 보상가 싸움에 주력하면서 도시철도에 주목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나 보상가 싸움이 후반기로 접어들고 경전철에 대한 공세가 불붙기 시작했다. 김포2동 신도시대책위를 중심으로 “경전철은 놀이공원의 청룡열차, 모노레일 수준이다. 놀이기구는 안 된다”는 비판이 일기 시작했고, 시민들 역시 보상가 싸움이 장기화되며 철도방식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경전철 철회와 중전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민선3기 김동식 시장은 고가 경전철을 전제로 기본계획 승인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했고, 기본계획 승인 신청을 코앞에 두고 민선4기 시장 선거를 맞았다.

민선4기 지자체장 선출을 위한 5.31지방 선거는 강경구 한나라당 후보와 유영록 열린우리당 후보, 무소속 김동식 당시 시장 간의 3파전 구도로 치러졌고 결국 강 후 보가 민선4기 시장에 당선됐다. 당시 선거에서 주요 후보인 강경구 후보와 유영록 후보는 각각 중전철과 지하철 공약을 내걸었다. 강 후보가 먼저 중전철 공약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여론몰이를 선점했고, 한발 늦게 유 후보 역시 ‘지하철 OK' 구호를 내세우며 추격했지만, 한발 늦은 유 후보의 지하철 공약은 강 후보의 공약 프레임에 갇힌 양상이 됐다.  

선거 구도는 ‘경전철 대 지하철(유)’ 보다는 ‘경전철 대 중전철(강)’ 구도를 형성하며 강 후보에게 도시철도는 약이 됐다. 김 동식 시장이 추진하던 경전철에 대해 ‘경전철=청룡열차’ 이미지가 강했던 시민들은 강 후보의 중전철 공약을 선호하며 강 후보를 새로운 시장으로 선택한 것이다.  

민선4기 선거, 강경구 후보의 중전철 공약이 여론 선점

그러나 민선4기 시장으로 취임한 강 시장은 유정복 국회의원과 함께 중전철 공약 실현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취임 1년만에 '중전철 포기'를 선언하고 대시민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임기 3년을 남긴 시점이었다. 강경구 시장에게 후보당시 보약이었던 도시철도가 독이 되는 터닝포인트였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강 경구 당시 시장의 중전철 포기에 대한 대응 자세와 내용이다.  

당시 강 시장은 행정적인 노력과 유정복 의원과의 공조를 통한 중앙부처 관계자와의 접촉 결과를 토대로 중전철 추진의 한계를 느끼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재경부 관계자와의 접촉결과를 소상히 밝히기도 했다. 강 시장은 이처럼 행정적인 결론을 내린후 대 시민사과를 발표하고 결국 고가 경전철로 선회하게 된다. 과거로 회귀하면서 강 시장은 자신의 ‘최선의 노력’을 시민들이 이해해 줄 것이란 자기 확신을 가졌는지는 몰라도 시민 설득에 실패했다. 정치적으로 여론정지 작업과 경쟁후보가 이 결정으로 어떤 전략을 펼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전망과 대응이 없었다. 정치적 파장이 차기 선거에서 나타날 양상에 대해 간과한 것이다.  

강 시장 중전철 포기, 여론 설득 실패  

강경구 시장의 고가 경전철로 회귀는 다시 정치적으로 김동식 민선3기로의 회귀를 뜻한다. 또 강경구 시장이 간과한 부분이 있다. 바로 새로운 여론 주도층으로 등장한 신도시 입주민들에 대한 인식과 대응 부분이다. 기존 김포시민들과는 전혀 다른 신도시 입주민들의 여론을 기존 김포여론과 동일선상에서 인식, 특별한 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주민간담회 정도로 끝냈다. 당시 장기초등학교의 간담회장은 시장과 시청간부들을 앉혀 놓고 조롱과 무시가 난무했다.  

민선5기를 선출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도시를 중심으로 ‘고가경전철반대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사실상 강 시장과 대척점을 세운 것 역시 신도시 표심이 드러난 결과였다. 고가대책위는 고가 반대 프레임을 형성하며 신도시 여론 전체를 주도했고, 중전철 유치 실패 이후 정치적 문제의식 없이 고가로 회귀한 강 시장에게 직격탄이 된 셈이다. 고가 경전철은 대부분의 시민들에게 미관상 부정적인 이미지로 착색(着色) 됐다.  

이런 여론의 위험성을 뒤늦게 파악한 당시 한나라당측은 선거운동을 앞두고 부랴부랴 유정복 의원이 나서 지하철 추진을 선언하고 추가예산 2천억원유치를 발표를 했지만, 여론은 이미 ‘고가 경전철=강 시장’ 이 라는 등식으로 자리매김 한 뒤였고, 강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과 함께 유영록 후보의 9호선 연장안으로 여론쏠림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정복 의원 지하철 추진 발표 유영록 후보 도와준 셈  

유정복 의원의 지하철 유치 발표가 유영록 후보에게는 9호선 공약의 발판이 된 측면도 있다. 지하철이 가능하도록 2천억을 추가로 예산을 확보한 데다 이 조건에 9호선 옷만 입히면 됐기 때문이다. 선거운동 기간 유 후보측은 '1조2천억에 플러스알파(+a)면 9호선 연장 가능'이라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또한 당시 주민들은 유정복 의원의 2천억 확보와 지하철 추진 발표는 고가전철반대대책위와 신도시 시민들의 정치적 성과라고 생각했다. 지하철이 가능하면 9호선 연장도 가능 하다는 여론형성을 만드는 데 근거를 제공 했고, 유영록 후보의 공약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유영록 후보의 9호선 연장 공약으로 표심이 굳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강 시장은 주민들이 반대하는 고가전철을 강행한다는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유정복 의원이 나서 2천억 유치와 지하철로 추진한다는 것을 밝히는 것 외에 강 시장 스스로 대응전략을 펴지 못함 으로써 선거 프레임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 출구전략과 국면전환을 제대로 하지 못해 선거도 치르기 전에 중전철 실패의 독이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한 형국이 된 셈이다.  

유영록 시장 9호선 포기 사과, 강 시장 전철의 반복  

결과적으로 6.2지방선거에서 유영록 후보는 9호선 연장돌풍으로 승기를 잡았다. 강경구 후보가 현역 시장의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선거전략 부재로 우왕좌왕하는 동안 유영록 후보는 9호선 연장 프레임을 주도하며 고가반대대책위를 통해 신도시 여론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고, 맥이 빠진 강 후보의 지하철 공약을 빨아들이면서 전 지역에서 골고루 앞서며 당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유 시장의 '9호선 연장'이라는 특효약의 약발은 취임 1년6개월 만에 끝났다. 유 시장 역시 9호선 연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대시민 사과를 해야 했고, 이는 독이 돼 유 시장의 발목을 잡는 최대 위협 요 소로 작용하고 있다. 유 시장 역시 약이 독이 되는 터닝 포인트에서 출구전략 부재와 여론설득에 실패했다.

또한 민자와 재정사업간의 사업방식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우왕좌왕과 혼란스런 모습으로 비판적인 여론형성이 강화되고 있다. 유영록 시장은 9호선 연장 실패와 함께 민자 유치 실패라는 현 국면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까? 유 시장이 ‘도시철도의 저주’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기반시설 미비, 마이너스 프리미엄 형성 등으로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여론이 사과 정도로 해결될 수 있을까? 최근에 조기착공을 촉구하는 주민들이 여론이 표면화 되는 것은 부정적인 여론의 신호탄이다. 지속적으로 입주민들이 늘고 있는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여론은 극히 현실적이다. 심정적 호소 성격의 사과는 잘못을 시인한 의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시민들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만한 정치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독'으로 변한 도시철도에 대한 평가는 그대로 굳어질 것이다.  

김포도시철도는 '지킬과 하이드'

도시철도 공약은 지금까지 3대 시장 모두에게 '약'과 '독'이 됐다. 지킬과 하이드다. 그러나 독이 약이 되게도 하고 독을 약으로 둔갑하도록 만드는 게 정치다. 역대 세 명 시장들은 비슷한 상황속에서 정치력의 한계를 노출하며 제대로 대응을 못한 공통점이 있다. 앞으로 도시철도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는 두고두고 김포시 선출직 공직자와 출마자들에게 공통적 과제로 남게 됐다.  

도시철도 문제는 다가오는 민선6기 지방선거에서 후보 간 책임공방 속에 화살촉에 바르는 독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누구라도 중지를 모아 도시철도의 재정대책과 운영비 적자문제에 해법을 도출해 내지 못한다면, 지금도 시퍼렇게 살아있는 철도라는 독은 앞으로 향후 10년간 재정압박으로 김포시를 괴롭히는 망령이 될 것이다. 이 책임의 절반은 ‘실패할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시장들의 몫이며, 나머지 절반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