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설 곁들인 생태탐방 김포 맛 되살려

생태문화탐방 화행자들이 김포평화누리길을 걷고 있는 모습
2012년 5월 19일 아침 10시, 일산에서 아버지와 함께 참여한 초등학교 4학년 김강 군을 비롯하여 통진중·고등학교 50여명의 학생들이 문수산성 남문 밑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김포불교환경연대(대표 석지관)가 주관하고 김포시가 후원하는 김포평화누리 첫째 길 생태문화탐방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오늘 걷기의 특징은 김포불교환경연대 이승은 연구원과 고양시 어린이식물연구회 문연희 연구원이 생태부문설명을 맡고 지역문화전략연구원 정현채 원장이 역사부문을, 그리고 통진고 학생들로 구성된 청소년문화해설사가 문수산성 남문부터 덕포진까지 일곱군데의 해설을 맡아 진행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

김포청소년문화해설사 길 안내

14.9km의 길 걷기에 대한 인솔자의 설명과 간단한 몸 풀기를 마치고 10시30분, 첫 번째 청소년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염하강과 문수산의 방향을 짚어가며 설명하는 이야기 방식에서 요즘 폭 넓게 확산되는 스토리텔링을 듣게 되었다. 질문과 답변을 끝내고 즐겁게 걷는다는 화행(和行)이 시작되었다.

동행(同行)도 있지만 길 위에서 듣는 화행의 의미도 뜻 깊게 들렸다. 걷기를 시작하자마자 달콤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짙게 배어오는 염하강과 포내천이 맞닿은 곳에서 출발하여 평화누리 길을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카시아 꽃이 피는 시기에는 잉어가 산란하러 하천으로 올라온다. 옛날에는 꽃과 열매를 보고 농경생활의 변화를 알았다고 한다. 논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모판을 닦고 있는 할머니는 학생들이 삼삼오오 걷는 것을 보고 어렸을 적에 소풍갔던 기억이 새롭다고 한다. 논에는 백로가 한두 마리씩 먹이를 찾고 있다.

포내천 중간 지점에서 가마우지 두 마리가 물위를 솟구쳐 오르는 것을 보고 학생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길바닥에 깔려 죽은 뱀을 보고는 기겁을 하는 학생들과 애기똥풀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모습을 여유롭게 보면서 포내천의 줄기를 따라 올라가고 있다.

아카시아 꽃 잔치와 신비로운 약수터

김포CC를 오르기에 앞서 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하는 동안 아카시아 꽃 잔치가 벌어졌다. 한입씩 꽃을 따먹으면서 이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오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어른들은 간식으로 먹었던 시절을 회상했을 것이다. 원머루나루에서 두 번째 해설사의 이야기를 듣고 쇄암리 약수터로 향했다.

학생들은 배가 고플 시간이 되었고 더위에 여유를 잃어갈 시간이다. 생태문화탐방은 설명을 듣고 가야하는 관계로 시간이 걸린다. 쇄암리 약수터에 근접할수록 산길에서 학생들은 비명이다. 나무가지에서 줄을 타고 내려오는 애벌레들이 산길에서 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가는 학생과 머리에 부딪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은 집에 가면 머리고 옷이고 온통 벌레 투성이가 될 것이라고 한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무신”이라는 TV드라마에서 보게 되는 고려 고종이 강화도로 천도를 하면서 이곳 염하강의 쇄암리 약수터에서 물을 마셨다는 전설을 이야기하는 청소년해설사의 설명을 끝으로 점심시간을 가졌다. 먹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휴식도 잠시, 다음 코스로 이동이 시작되었다.

작은 언덕길을 오르는 것도 오후에는 힘이 든다. 그러나 염하강변 산길 날씨는 더워도 운치가 있다. 황토를 밟을 수 있고 애벌레들이 많다는 것은 자연환경이 건강하다는 것이다. 쇄암리 약수터에서 아쉬운 것은 철책으로 인하여 약수터를 개방하지 않는 것이다. 공휴일만이라도 개방을 한다면 더 없이 훌륭하고 신비로운 장소가 될 것이다.
각종 생명과 자연의 섭리, 평화누리길 속의 자연적 특성에 대한 문화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지고 있다

평화누리길 문화콘텐츠 너와집

염하강 고란초 서식지에서 부여의 고란초 전설과 비교하는 설명과 고란초 시를 낭독하는 청소년 해설사의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포기하지 마세요!”라는 꽃말이 지쳐가는 학생들에게는 힘이 된다. 이제 덕포진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학생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심리가 발걸음으로 나타나고 있다. 쇄암리를 지나서 너와집 옆 마을길을 지나치는 학생들에게 인솔자는 멈추게 하였다. 나무껍질과 돌로 지붕을 만드는 너와집은 김포에서 쉽게 볼 수 없다.

10시30분에 출발해서 오후 네 시가 되었으니. 걷기가 처음인 학생들은 물도 바닥이 나고 힘들다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힘든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육체가 힘이 들면 귀도 멀고 눈도 멀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탐방하는 사람은 그것을 경계해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인솔자의 이야기다. 너와집을 잘 보존하여 작가의 공방으로 꾸민다든지 작은 농기구 전시관 겸 쉼터로 활용하는 것이 평화누리 길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정현채 원장의 설명이다.

평화누리 길을 점령하는 외국 식물

덕포를 지나 손돌묘 및 덕포진에 대한 해설을 끝으로 문연희 연구원이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관찰한 것을 정리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문 연구원은 “애벌레들은 새들의 먹이가 되어 자연을 유지시켜주는 생태계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과 "오늘 걷다가 만난 흔히 꽃뱀이라고 부르는 유혈목이는 독이 없다고 많이 알려졌으나 앞니가 아닌 어금니에 독이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정리했다.

그리고 "논두렁에 핀 반하는 농경활동의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았으며, 평화누리길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돼지풀과 단풍잎돼지풀은 각각 만주, 유럽 지역과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이며 주변 식생에 비해 퍼져나가는 속도가 빠르고 꽃가루가 호흡기질환과 피부알레르기를 일으켜 두드러기풀이라고도 불리는 위해식물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와 같은 외래종이 확산되지 않도록 김포평화누리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어느덧 덕포진 솔밭에서 염하강으로 지는 해를 보는 시간이 되었다. 통진고 3학년 김용범 학생은“책 속에서 진리를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자연과 문화ㆍ역사를 통해 공부하는 것이 책 속의 지식보다 더 훌륭했다”고 했다. 장장 여섯 시간을 걸으며 학생들은 민들레꽃대로 피리도 불고, 애기똥풀 진액도 손톱에 칠하며 자연을 몸으로 느끼는 시간을 가졌다. 작게는 친구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만이라도 학생들에게는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

화행자 : 정현채(지역문화전략연구원 원장. 통진고 교사). 이승은(김포불교환경연대 연구원). 김성기(통진중 교사). 홍미화·손동원(통진고 교사). 김진량(김포시 환경보전과 계장). 문연희(어린이식물연구회 연구원) 그리고 참여한 학생들(5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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