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는 이로부터 귀가 솔깃해지는 얘길 전해들었다. 하성면에 사는 학부모 한 분이 공장 다니면서 벌이가 시원찮아 애 학원도 못 보내고 있는데 어디서 들으니 통진중학교의 어떤 선생님이 ‘과외비도 안 받고’ 형편 어려운 애들을 방과후 2시간씩 가르쳐 애들 성적이 쑥쑥 올라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니 하성에서 통진으로 이사를 가야할까보다는 내용이었다.
훌륭한 교사를 다룬 영화들이 잇따라 떠오르면서(사실은 ‘죽은 시인의 사회’만 생각났다) 소문 속 인물, 1학년 6반 담임 박동경 기술교사에게 전화했다. “좋은 일을 많이 하신다고 들었습니다”“아이, 뭘요”“인터뷰를 하고 싶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언제요?” 너무 흔쾌히 응해 약간 얼떨떨한 상태로 통진중학교 부근에서 만났다.
요즘처럼 교사되기 어려운 시기에 울산북구청 시설담당공무원에 재직하다가 인터넷 공고를 보고 응모한 50여명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올해 3월 늦깎이 교사가 됐다는 그는 초보교사 이미지 그대로 순수하고 수줍은 모습이었다.
남들보다 늦게 그토록 바라던 선생님이 되었으니 각오도 남달랐겠다. “바른 교사의 길을 걷자, 인격적인 교사가 되자고 다짐했죠.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가장 안타까운 게 가정형편 어렵고 공부 못하는 애들이더라구요. 학원 못 가고 부모들도 생업에 쫓겨 잘 못 챙겨주니 성적은 자꾸 떨어지고…. 그래서 방과후 우리반 학생들 열 명 정도를 모아놓고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일요일에도 빠짐없이 나오라고 했죠. 처음엔 꺼리고 탐탁찮아 하던 애들이 성적이 오르니까 이젠 잔소리 안 해도 열심히 해요.”
만능스포츠맨인 박선생은 아이들에게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운동장에 나가 배구, 축구도 함께 하며 격의 없는 사제지간을 만든다. 특별활동으로 배구부를 맡고 있는데 주위 교사들이 ‘박선생이 배구부를 맡고 부터 학생들이 배구를 배구답게 한다’고 평한단다.
자리를 함께 한 최재웅 국어교사는 “자신이 믿는 것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좋다”며 “우리 반 아이들이 ‘우리도 6반처럼 해요’하고 조를 정도로 박선생 반은 다른 반 아이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라고 귀띔했다.
술·담배를 전혀 안 하는 독실한 크리스찬인 이 ‘바른생활 사나이’는 23일 신부 최진경(27)씨와 화촉을 밝히며, “결혼 후에도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꾸준히 이어질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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