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6시30분, 여성회관 대강당에선 제1회 중봉예술제 행사 중 하나로 「칠백의 혼」이 공연됐다. 임진왜란 때 금산전투에서 장렬하게 전사한 김포출신 의병장 중봉 조헌선생의 일대기를 약 200명의 ‘동원되지 않은 순수’ 관람객이 숨죽여 지켜봤고, 80분간의 연극이 끝나자 진심에서 우러나온 큰 박수가 배우들의 인사가 끝나고 막이 내릴 때까지 이어졌다.
여성회관 대강당 356석이 꽉 차고 되도록 많은 시민들이 보았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에 연출자이자 성우인 최병상씨를 만나 그의 소감을 들었다. “상당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합니다. 지난해에도 같은 작품을 올렸는데 갈수록 좋아진다고 내년에 또 하라는데요.” 선들선들, 무슨 질문을 해도 막힘이 없고 싱글거리며 여유 있다. 가끔 모자를 벗고 흰머리를 쓸어 올리는 품이 천생 자유인이다.
어떻게 성우라는 ‘멋진’ 직업을 갖게 됐을까. “컴퓨터를 전공했는데 사업한다고 이것저것 손대다 다 말아먹고 27살에 우연히 KBS에서 성우를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응시했는데 한 번에 붙었어요.” 성우가 되기 위해 7수, 8수하는 이들이 들으면 부아가 날만한 행운이다. 그렇게 쉽게? 하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자 합격의 비결이 나온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20년 넘게 웅변을 했죠. 남산에 올라가서 ‘소나무 동포여러분’을 외치고 한강에 가서 ‘모래알 동포여러분’을 목이 터져라 불렀어요.” 뒷말은 믿기 힘들다. 일단 조크로 받아들였다.
극단을 이끌면서 연기학원(루키)까지 운영하는 그에게 김포문화 전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4년 전에 강남에서 김포로 이사왔는데 세 번 놀랐어요. 산간오지도 아닌데 문화여건이 이렇게 척박한가 하는 것과 예총일을 하다보니까 의외로 예술방면에 숨은 고수들이 많아 놀랐고, 여건만 된다면 이 고급인력으로 문화가 크게 발전할 수 있는데 공무원들 마인드가 한참 떨어져서 놀랐습니다.”
다혈질 기질이 있는 그는(흔히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한다고 하는, 냉소적인 요즘 풍토에 보기 드문) 그간 수 차례 市, 교육청, 학교와 부딪혔다. 몇 년 전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시민회관에서 행사가 있으니 사회를 봐달라는 요청이 와서 갔는데 마이크가 나오다 안나오다 하는 거예요. 당장 시장실로 달려갔죠. 김포에서 문화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에 오디오가 이 정도밖에 안되냐고 소릴 질렀더니 난감해하대요.”
이 다혈질의 자유인에게도 아내가 있고 자식이 있다. 기특하게도, 큰아들 최성재(사우고·3)는 지난 10월26일부터 11월3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우수연기상을 받아 아버지 입이 귀에 걸리게 만들었다. 둘째도 국악예고 음악연기과를 다니니 아버지 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두 아들이다.
“루소, 칸트, 파스칼 같은 철학자처럼 무슨무슨 주의도 좋지만 인간의 영혼은 기본적으로 자유로워야 해요. 우리, 자유롭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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