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도시농부학교 현장을 찾아서

도시농부는 ‘농촌의 씨앗’...공동체 운동성 강해
농사짓는 법 체계적으로 교육, 농부의 참맛 느껴
관정 없어 물주기 어려움...화장실도 필요한 실정

농부는 흙에서 소출을 일으켜 사는 직업이다. 농업이 직업이고 농민은 씨를 통해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 봄과 가을의 차이, 뿌리고 걷는 기쁨을 맛보았다. 지금은 기계농화 돼 협업이나 나눔 등 농사의 맛이 사라진지 오래지만. 이렇게 농사의 참맛을 알고 농사짓는 시절이 있었다.

농업이 주는 자연의 맛과 결실의 맛을 잊은 지 오래인 게 우리농촌의 현주소다. 대부분의 농민은 경제적 관점으로만 농사를 짓는다.

이종국 고문
이영환 회장

도시인이면서 농업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배출되고 있다. 김포경실련(집행위원장 이종준)은 ‘김포도시농부학교’를 개설하고 1기 졸업과 2기 학교를 시작했다. 주말농장과 도시농부학교는 다르다. 텃밭을 분양받아 짓는 주말농장은 취미생할 차원이다. 도시농부학교는 농업의 생명성을 인식하고 농사의 과정을 통해 생명과 공동체성을 살리고, 먹을거리를 스스로 만들어 가면서 생명철학을 익히는 소위 ‘철학이 있는 농부’를 양성하는 학교다.


김포도시농부 2기생들이 밭을 갈고 있는 현장은 벌써 밭에서 소출(所出)한 채소들을 놓고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무공해 채소로 맛이 각별하다며 자랑이 한 가득이다. 더운 여름날 아침저녁, 쉬는 날 시간을 내서 일한 대가에 대한 자긍심으로 생동감이 넘친다.

김포경실련이 김포녹색실천협의회에 제안해 운영하고 있는 ‘김포도시농부학교’는 홍도평에 천평의 밭을 임대해 농부학교 농장을 개설하고 운영 중이다. 이곳에는 벌써 한철동안 농사를 직접 지으면서 얻은 무공해 채소와 고추 등이 각별한 맛을 내고 있다.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정확히 말하면 농사를 배우면서) 얻은 교훈과 흙냄새가 준 뿌듯함이 정말 좋다고 한목소리다.

김수한(52세. 사우동) 이선희 부부는 “체계적으로 농사짓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 도시농부학교가 너무 좋다”며 “퇴비 만드는 법을 비롯해 씨를 뿌리고,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통해 함께 일을 하다 보니 즐겁고, 이웃을 통해 지역 특성을 이해할 수 있게 돼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1기 농부학교 이영환(53 풍무동) 회장은 “인생에 새 전기를 맞았다. 자연과 환경이 왜 중요한지를 교육시켜줘 너무 좋고 내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친환경과 먹을거리, 인간과 환경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게 도시농부학교로서 정신이 건강하고 몸이 튼튼한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17년을 청소년범죄예방활동에 전념해 온 1기 농부학교의 이종국(전 금쌀연구회장) 고문은 유일하게 농사를 지어본 전업농이다. “농사는 계산하지 말고 해야 돼, 딴 생각하는 맘으로 하면 안 돼”라는 말은 농부의 정직성을 나타낸다. 김덕희(고촌 현대힐스테이트) 회원은 “당근이 어떻게 자라는지 그동안 모르고 살다 비가오고나면 자라는 당근을 보면서 흙과 자연에 대한 생명력을 다시 느끼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도시농부학교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색다른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김수한 이선희 부부

도시농부학교의 또 다른 의미는 공동체를 되살리는 데 있다. 협업(協業)과 노동, 한 들판 안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나누는 참 이웃의 맛을 느껴가는 동안 만들어지는 공동체 회복은 도시농부학교의 가장 큰 결실이다. 이영환 회장은 “도시농부학교는 나눔을 일구는 프로그램이다. 생산된 농산물을 나누면서 각박한 도시의 인간관계를 나눔으로 새롭게 변화시키고 채워내는 힘이 도시농부학교에 있다”고 말했다.

소비와 생산이라는 경제관계만 남았을 뿐, 사람의 맛이 줄어들어 ‘이웃 없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게 도시와 농촌의 현실이다. 농사를 통한 공동체성을 느끼고 생명과 이웃, 자기건강성을 채워나가는 도시농부학교는 그런 의미에서 중요성이 크다. 농촌과 도시를 살릴 씨앗들이다. (김포도시농부학교 997-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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